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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컴퓨터 바이러스
[테크놀로지] 컴퓨터 바이러스
  • 장미경/ 과학동아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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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메일·웹서버 활용 ‘지능화’ 네트워크 타고 잠입 시스템 교란… 형태 따라 바이러스·웜·트로이목마로 구분 매일 아침 e메일을 체크한다.
상사와의 업무협의는 인스턴트 메시지로 해결한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웹사전을 뒤진다.
날마다 사이버 세상을 종횡무진하는 현대인. PC가 곁에 없으면 단 하루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 1위는 아마 ‘컴퓨터 바이러스’가 아닐까. 실제로 가장 최근에 발생한 ‘님다’ 바이러스는 몇시간 만에 네트워크를 타고 전세계 컴퓨터에 침투한 ‘약삭빠른’ 놈이다.
다행히 감염 즉시 특별한 폐해를 끼치지는 않으며, 그래서 사용자가 감염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바이러스를 그대로 둘 경우 시스템 속도가 느려질 뿐 아니라, 공유된 다른 폴더에 수많은 바이러스를 유포해 전체적으로 부하를 가중시킨다.
님다 바이러스가 침투하는 과정은 간단하다.
e메일에 첨부된 실행 파일(readme.exe)을 열면 사용자의 PC에 바이러스 ‘숙주’를 낳는다.
바이러스는 마치 알을 까듯 공유된 PC의 폴더마다 찾아가 파일을 유포하며, 아웃룩 e메일 주소로 메일을 자동 발송한다.
웹 서핑도 안전할 수 없다.
가령 님다에 감염된 사이트에 접속하면 사이트 콘텐츠와 함께 실행 파일이 팝업 창으로 뜬다.
‘사이트 업데이트를 하기 위한 것인가?’라는 생각에 무심코 파일을 실행하면 ‘세균의 번식’은 시작된다.
내 PC가 하나의 숙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사용자가 굳이 실행 파일을 건드리지 않아도 바이러스는 퍼진다.
감염된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웹 서버에서 바이러스 파일을 내 컴퓨터로 즉각 보내니 그야말로 황당한 노릇이다.
님다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아왔던 바이러스들과는 뭔가 다른 구석이 있다.
그 비밀은 무엇일까. 바이러스의 분류 체계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통상적으로 우리가 일컫는 컴퓨터 바이러스는 그 형태와 전파 기법에 따라 바이러스, 웜, 트로이목마 등으로 나눈다.
바이러스부터 살펴보자.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생물학적 의미로 받아들였다.
컴퓨터를 지저분하게 사용하면 세균이 달라붙고, 그런 PC를 사용하면 근처의 다른 PC도 감염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와 꼭 같은 의미는 아니지만, 컴퓨터 바이러스는 ‘정상적인 상태의 PC에 접근해 기능을 마비시킨다’는 측면에서는 생물학적 바이러스와 기능이 같다.
즉 컴퓨터 바이러스는 정상적인 파일의 일부분에 몸을 숨기거나 겹침으로써 파일의 크기와 기능을 바꾼다.
마치 세균이 정상인의 몸에 침투해 인체의 기능을 조금씩 마비시키는 것처럼. 님다는 우리가 생각했던 전통적 컴퓨터 바이러스라기보다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개념으로 등장한 ‘웜’에 속한다.
바이러스가 정상적인 파일에 자신의 코드를 심어 데이터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라면, 웜은 독자적인 파일 형태로 나타나 자기복제를 하면서 활개를 친다.
기존 바이러스처럼 시스템에 즉각적인 ‘치명타’를 가하지는 않지만 끊임없는 자기증식을 통해 시스템과 네트워크를 교란시킨다.
웜의 대표적 형태인 ‘러브’나 ‘Hi! How are you!’는 e메일을 통해 번식했고, ‘코드레드’는 웹서버를 통해 퍼져나갔다.
님다는 지금까지 웜이 사용했던 방법을 모아 한꺼번에 활용한 셈이다.
트로이목마는 정상 프로그램에 숨어서 침투한다.
악성 코드는 마치 트로이의 목마 안에 숨어 있던 그리스 군사처럼 특정 프로그램에 숨어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인스톨할 때 함께 깔리게 된다.
웜과 트로이목마 모두 시스템에 해를 가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와 맥을 같이한다.
그래서 이것 역시 통상적으로 바이러스라 부른다.
인터넷 인프라가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바이러스는 스스로 번식하기 위한 수단으로 e메일이나 공유 폴더, 웹 서버 등을 끌어들인다.
디스켓으로 바이러스가 유포됐던 시절을 떠올리면 실로 놀라운 변화다.
지금도 어디선가 대대적인 네트워크 다운이나 해킹을 목표로 가공할 만한 전파 속도와 번식력을 뽐내는 ‘지능형 바이러스’들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
미래의 전쟁은 총칼 없는 ‘사이버 정보전’ 형태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그래서 더욱 설득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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