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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강종일 / 수의사
[나는프로] 강종일 / 수의사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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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의 따뜻한 벗 이처럼 애지중지하다 보니 애완동물이 아프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부랴부랴 동네 작은 동물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그래도 낫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이럴 때 찾아가는 곳이 동물종합병원이다.
애완동물들도 사람들처럼 큰 병에 걸리면 종합병원을 찾는 것이다.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충현동물종합병원’이 바로 그런 곳이다.
그리고 이곳에서 ‘동물을 질병과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일’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수의사 강종일(43)씨가 충현동물종합병원을 설립한 것은 1989년. 동물병원이라고 하면 6평 남짓 크기의 작은 병원들이 대부분이었던 그 시절에 서울에서 가장 큰 20평 규모의 동물종합병원을 개업한 것이다.
그래서 개업 초기에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더 잦았다.
하지만 강종일 원장은 외국 동물병원에 비해 시설이 너무 열악해 방문객을 맞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회고한다.
강 원장은 이후 시설 투자를 계속해 현재 100평 규모로 병원을 확장했고 백내장 수술장비, CO₂레이저, ENT 영상시스템 등 첨단 진단장비를 갖추어놓았다.
확신을 갖고 뛰어든 천직 수의사 강종일씨가 모험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장기적인 전망에 대한 나름대로의 확신과 우리나라 수의사계에 일대 혁신을 이루어내겠다는 도전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가축 치료의 역사는 길지만 애완동물 치료의 역사는 일천하다.
10년 전만 해도 가축이 아프면 수의사를 불러도 애완동물이 아프다고 동물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수의학 교육 역시 80년대 후반까지는 소, 돼지 등 이른바 ‘경제동물’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애완동물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80년대 후반부터 국민소득이 급속히 늘어나면서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애완동물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늘기 시작했다.
강종일 원장은 이러한 현상에 주목했다.
동물종합병원 설립은 물론 90년 12월 뜻을 같이한 사람들과 함께 ‘소동물 임상연구회’(현 한국소동물병원협의회)를 결성해 애완동물의 병리와 치료법 개발에 힘썼다.
'국민소득이 1만달러 이상 돼야 애완동물 산업이 클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88올림픽 이후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죠.' 강종원 원장은 애완동물 산업이 성장세를 탈 것이라는 확신 속에 동물종합병원 설립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한다.
IMF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국민소득이 후퇴해 지금은 수의사 인력이 수요에 비해 많은 상태긴 하지만 강 원장은 현대인들이 앞으로 더 애완동물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삶이 복잡해지고 생활이 바빠질수록 현대인들은 소외와 고독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애완동물을 찾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완동물은 인간 관계의 단절이 심한 현대사회에서 인간 관계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하다 보면 갱년기 주부, 아이가 없는 부부, 혼자 사는 노인들이 애완동물에게 지극한 정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인간이 동물과 사랑을 주고받음으로써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고, 동물의 순수함은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켜줄 수 있습니다.
' 강 원장의 애완동물 예찬론이다.
끊임없는 연구와 애정이 필수 강 원장은 동물에 대한 사랑이 어릴 때부터 남달랐다.
가족들이 모두 동물을 좋아해서 집안에는 항상 개나 고양이가 몇마리씩 뛰어다녔다.
그러던 중 집에서 키우던 ‘흰둥이’라는 개가 갑자기 죽은 사건이 있었다.
그때부터 강종일씨는 '아픈 동물을 치료해줄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됐는데 당시에는 애완동물을 치료해주는 곳이 별로 많지 않았고 강 원장 자신도 수의사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였다.
강 원장이 처음부터 수의사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경영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위생병으로 근무하면서 의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섬세하고 부드러운 성격에 의사라는 직업이 맞다는 판단을 내렸다.
동물에 대한 사랑이 남달랐던 그는 수의학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전화로 강 원장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여성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럴 정도로 목소리가 부드럽다.
한번은 한 방송 프로에 ‘목소리가 예쁜 남자’로 소개되기도 했을 정도다.
직접 그를 만나봐도 다르지 않다.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가 목소리처럼 부드럽고 섬세하다.
'나도 동물을 무척 좋아하지만 처음 보는 동물도 나를 잘 따르고 좋아합니다.
아마도 제 목소리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강 원장은 그런 ‘여성스러움’이 수의사로서 자신의 최대 강점인 것 같다며 웃는다.
그가 수의사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경험은 급성 심부전증에 걸린 ‘레미’라는 개를 살려준 일이다.
레미의 주인은 슬하에 자식이 없는 부부였고 그래서인지 애완견을 자식처럼 생각하며 키웠다고 한다.
레미는 상태가 안 좋아 치료기간도 20일 이상 걸렸는데 주인 부부는 매일같이 찾아와 레미의 치료 상황을 지켜보며 노심초사했다.
'결국 어려운 고비를 넘기고 레미가 회복되었죠. 주인 부부들이 얼마나 기뻐하던지, 지금도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어요.' 강 원장은 그런 일을 대할 때마다 자신의 직업에 뿌듯한 자부심마저 느낀다고 말한다.
강 원장은 ‘동물을 치료하는 사람’이 생명을 살리는 데서 얻는 보람은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의 보람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물은 자신의 증상을 직접 말할 수 없다는 사실이 수의사를 어렵게 한다.
특히 내과적 증상의 경우 거의 대부분 상태가 심각해졌을 때가 돼서야 병원에 온다.
강 원장은 그래서 동물들도 정기검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동물마다 수명이 다르지만, 개의 경우 5년이 지나면 사람으로 치면 40대의 몸 상태와 비슷해집니다.
1년에 한번 정도는 정기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강 원장은 또 동물마다 병리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수의사들이 항상 연구를 게을리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강 원장은 수의사가 된 이후 연구해야 할 분야가 하도 많아서 하루에 4시간 이상 잔 적이 별로 없을 정도로 공부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일에 지쳐 있거나 힘들어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병원을 더 확장하고 궁극적으로는 법인으로 만들어 동물 임상 분야 연구를 지원하고 후배 수의사 교육에 투자하고 싶습니다.
'

수의사가 되는 길

수의사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수의학과에서 6년간의 대학 교육과정을 이수한 후 국가에서 실시하는 국가고시에 합격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는 강원대, 서울대, 건국대, 충남대, 충북대, 전남대, 전북대, 경북대, 경상대, 제주대 등 10개 대학에 수의학과가 개설돼 있다.
수의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2년간의 예과과정을 거쳐 4년간의 본과교육을 받는다.
본과과정은 2단계로 구분된다.
첫번째 단계는 기초과정으로 해부학, 생리학, 약리학, 병리학, 미생물학 등을 배운다.
두번째 과정은 주로 임상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실제 동물을 진료하고, 대학병원을 방문하는 보호자들과 대화하며 수의사 실무를 훈련받는다.
임상과목으로는 전염성 및 비전염성 질병, 임상병리, 응용해부학, 산과학, 방사선학, 내과학, 외과학이 있다.
수의학과 교육과정은 일반 의대와 마찬가지로 힘겨운 과정이다.
수의학과 학생들은 1년 평균 4천시간을 강의실, 실험실, 동물병원에서 지내야 하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밤을 새워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수의사가 된 후에도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연구를 게을리할 수가 없다.
개업을 하려는 수의사들은 개업에 필요한 면허증을 받아야 한다.
면허증은 수의학과에서 6년간 교육을 마치고, 농림부장관이 주관하는 ‘수의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에게만 교부된다.
수의사들은 개업을 위해 법적으로는 인턴 과정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수의학과 졸업생 중 바로 개업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체로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 동물병원에서 실무훈련을 쌓은 뒤 개업하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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