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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짝짓기로 IT 겨울 난다
[중국] 짝짓기로 IT 겨울 난다
  • 베이징=여인옥 통신원
  • 승인 2001.10.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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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인터넷 포털 시나닷컴, 선TV와 합병… 불황 뚫기 위한 M&A 가속화 그들의 결혼은 성공할 것인가? 지금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는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新浪網) www.sina.com.cn과 홍콩의 TV프로그램 공급업체인 선TV(SUN-TV Cybernetworks Ltd., 陽光文化網絡有限公司)간 합병의 성공 여부다.
두 회사는 지난 9월25일 합병을 발표하고 중국 최대의 브로드밴드 멀티미디어 플랫폼 탄생을 선언했다.
신경제 업체인 시나닷컴과 전통적 업체인 선TV의 합병은 언뜻 보기에 중국판 AOL-타임워너간 합병으로 비춰진다.
시나닷컴은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업체 세곳 가운데 하나로, 중국의 다른 IT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 회사의 회계연도 4분기 수입은 580만달러인 데 비해, 순적자액은 820만달러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시나닷컴은 직원 수를 530명에서 450명으로 줄이기로 하는 등 감량경영에 들어갔다.
시나닷컴은 선TV와의 합병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중국판 ‘AOL-타임워너’? 선TV는 최고경영자가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이 회사의 양란(楊瀾) 대표는 CCTV의 사회자 출신으로, 중국의 2008년 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지난해 1월 자본금 4천만위안으로 설립된 선TV는 홍콩증시 상장회사이고, 역사·인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중국·홍콩 지역 등에 공급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내용은 시나닷컴이 800만달러와 460만달러어치의 신주를 선TV에 제공하고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한편, 선TV는 일단 시나닷컴의 주식 10%를 넘겨받은 뒤 선TV의 경영성과에 따라 18개월 안에 총 16%의 시나닷컴 주식을 소유해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이다.
시나닷컴의 최고경영자(CEO)인 마오다오린(茅道林)은 합병발표 기자회견에서 전통매체인 TV와 신매체인 인터넷의 합병을 통해 각 매체가 단순성에서 벗어날 수 있고 이용자들이 좀더 풍부한 정보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선TV의 양란은 두 회사의 결혼은 한눈에 반해 이뤄진 경우라면서, 자신의 인생 경험상 이런 결혼은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나닷컴과 선TV의 합병에 대해 중국 언론의 반응은 회의론이 우세하다.
'베이징만보'의 분석기사에서 쑨지엔(孫健) 중국과기대 국제경제연구소장은 현재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는 IT 산업은 전통산업에 기대어 활로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미국 AOL이 타임워너와 합병할 당시 AOL이 손해를 봤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만약 AOL이 타임워너와 합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과연 살아남아 있을지조차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쑨 소장은 이와 함께 현재 인터넷 기업은 두가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첫째는 인터넷이 편리성과 보급 정도에서 전화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하는 문제이고, 둘째는 인터넷의 시청각 효과가 TV에 뒤진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화나 TV가 도저히 흉내내지 못하는 기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쑨 소장은 현재 인터넷 산업과 관련해서 가장 긴급한 문제는 인터넷 기업들이 이익을 창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손해만 보고 있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시나닷컴과 선TV간 합병은 위기의 인터넷 기업이 잠시 한숨을 돌릴 기회를 제공하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 방법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인민일보'는 '선TV가 시나닷컴을 살려낼 것인가?'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시나닷컴이 합병에도 불구하고 적자경영에서 비롯된 대규모 부채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아직 의문으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선TV는 양질의 TV프로그램을 공급하는 문제가 관건이라고 충고했다.
'베이징청년보'는 두 회사의 합병은 한겨울에 두마리의 고슴도치가 추위를 녹이기 위해 서로 껴안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부실 키우기로 끝날 수도 시나닷컴의 공동이사장인 우졍(吳征)은 합병발표 기자회견에서 두 회사간 합병을 중국판 AOL-타임워너 합병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자신들의 합병은 ‘새로운 연합’이지 ‘강한 연합’은 아니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한곳은 세살박이 어린이(시나닷컴)이고, 다른 한곳은 한살반짜리 영아(선TV)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에 7.9%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해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IT 산업만은 여기서 예외다.
다른 나라의 IT 산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이후 불황의 수렁에 빠져 있다.
IT 산업의 엄동설한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 중 하나가 바로 시나닷컴과 선TV간 합병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중국 인터넷 산업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나스닥 상장 중국 업체 가운데 시나닷컴 이외의 나머지 두 회사인 넷이즈닷컴(NetEase.com)과 소후닷컴(Sohu.com) 모두 기업인수합병(M&A)의 대상이 될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다.
광고실적 부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들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업합병이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대 규모의 자생적인 브로드밴드 멀티미디어 플랫폼인 시나닷컴과 선TV간 합병업체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느냐가 중국 인터넷 기업 판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CEO로 변신한 스타 앵커우먼

선TV의 최고경영자인 양란(楊瀾)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으로 꼽힌다.
'베이징청년보'는 그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아름답고 똑똑하며 우아하고 지적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그가 이제 겨우 33살의 나이에 다른 사람들의 평생 소원을 모두 성취했다고 평가했다.
명문대학을 나왔고,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에 종사했으며, 창업에 성공했고, 자상한 남편과 귀여운 자녀들이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언론이 이같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양란, 과연 그는 누구인가? 그는 1968년 베이징에서 태어났고, 90년 베이징외국어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직후 CCTV 프로그램(正大綜藝)의 주츠런(主持人, 중국에서는 TV 앵커와 아나운서, MC를 모두 통틀어 이렇게 부른다)이 된다.
94년에는 제1회 최고의 TV 주츠런으로 뽑힌다.
이어 94년부터 96년까지 미국 콜럼비아대학에서 신문방송학 석사학위를 받는다.
이때 공동 제작·감독한 TV 프로그램이 콜럼비아 TV프로그램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뒤 전 미국에 방영돼 좋은 평가를 받는다.
이를 계기로 양란은 96년 대영백과사전 세계인명록에 기록된다.
97년 홍콩으로 돌아온 양란은 봉황TV의 명사대담 프로그램인 '楊瀾工作室'의 제작자 겸 사회자로 활동한다.
99년 2월에는 잡지 '아시아위크'가 선정한 아시아 문화인사 20인에 포함된다.
99년 10월 봉황TV를 떠난 양란은 이듬해 1월 자본금 4천만위안의 홍콩증시 상장기업인 량지(良記)그룹을 세우고 자신이 이 회사의 최대 주주 겸 주석이 된다.
같은 해 3월 량지그룹은 현재의 선TV로 이름을 바꾼다.
올해 1월 양란은 그의 국제적 인지도를 감안한 중국 정부에 의해 2008년 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로 임명된다.
그는 이때 공리와 성룡 등 중국의 유명 스타들이 총출연한 올림픽 유치 영상 홍보물을 제작한다.
이상이 성공 스토리의 대강이다.
'베이징청년보'의 찬사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하나도 제대로 성취하기 힘든 일들을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모두 해냈으니 말이다.
그리고 '베이징청년보'의 지적대로 그동안의 성공은 그의 일생 중 서막에 불과하다.
TV 명사회자에서 제작자로, 그리고 이제는 사업가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양란은 앞으로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성공가도를 달려온 양란이 이번에는 중국 최대의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의 최대주주가 되려 하고 있다.
그의 미더스의 손이 위기의 시나닷컴을 구해내고 또 한번의 신화를 이뤄낼 것인가? 그와 IT 산업과의 결혼은 그의 말대로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결국 파경을 맞을 것인가? 함께 지켜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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