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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삼성생명 ‘몸집 줄이기’ 안간힘
2. 삼성생명 ‘몸집 줄이기’ 안간힘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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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장기화에 대비 ‘관리체제’ 돌입… 구조조정 진의에는 추측 엇갈려

삼성생명은 올해 초부터 컨설팅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약 6개월간에 걸친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9월초 비용절감과 조직 재설계, 판매채널 혁신과 상품구조 전환, 자산의 효율적 운용 등 5개 구조개혁 과제를 설정하고 곧 들이닥칠 ‘위기’에 대비한 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비용절감과 조직 재설계 작업에는 기존 임원의 30%에 해당하는 18명을 줄이는 한편 전체 직원의 12.5%인 1050명을 희망퇴직과 관계사 전출, 직무전환과 법인 대리점 전출 등을 통해 줄이는 방법이 동원됐다.
10월초 이미 1천여명의 인원이 회사를 떠났다.
이밖에 판매채널 혁신과 상품구조 전환을 위해 보장형 변동금리 상품과 개인 담보대출을 확대하면서 수익 채널을 확보하고 역마진 손실분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자사의 채권관리센터와 콜센터를 독립회사로 분사해 업무 효율성을 꾀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발표도 잇따랐다.



커지는 역마진, 그러나 아직은 건재
사실 삼성생명이 처한 어려움은 생명보험업계 전체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생보업계에 널리 퍼진 위기의식은 ‘생명보험업계의 생명줄이 위태롭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문닫는 생보사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는 불안 섞인 외침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수신금리 5%대의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평균 7.8%대의 확정금리 상품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생보업계는 요즘 역마진 부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올해 3월말 결산을 기준으로 국내 생보사 평균 자산운영 비율은 4.3%로 떨어져 역마진 피해액만 2조원이 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채권과 주식시장마저 얼어붙은 형국에서 마땅한 수익창구를 찾아볼 수 없는 생보업계가 느끼는 위기의식은 당연한 것이다.


생보업계의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이 35%, 교보생명이 20%, 대한생명이 20% 정도로 세 업체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달한다.
이중에서도 전사적 차원의 치밀한 조직관리나 56조원의 자산을 바탕으로 한 막강한 자금운용 능력, 한발 앞선 마케팅 역량에 시나리오 경영을 중시하는 ‘삼성’의 브랜드 효과까지 등에 업은 삼성생명의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 상황에서 삼성생명이라고 별다른 묘안이 있는 건 아니다.
대규모 구조조정과 변동금리 상품의 개발 등 몇가지 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현재 위기의 근본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해석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삼성생명 역시 어려운 상황이며 삼성생명 위기설은 이런 정황에서 비롯된 것이다.


하지만 생보업계를 둘러싼 어두운 시장 요인들과 삼성생명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 행보만으로 당장 삼성생명에 위기설을 들이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직은 삼성생명이 쌓아놓은 현금보유량과 업계 1위의 프리미엄 덕분에 외부의 평가처럼 당장 업체의 기반을 흔들 정도의 압박이 가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오히려 삼성생명의 최근 행보는 발빠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의 전체적인 구조개혁 작업 내용은 영업 중심에서 리스크 관리 중심의 경영체제 변화로 요약된다.
전통적인 영업망이었던 생활설계사와 지점 및 영업점을 과감히 정리·통폐합하는 한편, 위험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상품 개발과 수익구조 변경 작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변화의 결과물들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생보사 사업비 증가 추이를 보면 2001년 6월말 기준으로 국내 생보사 사업비 증가율이 평균 19.5%로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삼성생명만이 유일하게 8%로 한자릿수를 나타냈다.
영업보다는 조직 및 상품구조 개혁에 치중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변동금리 상품 판매와 인건비 절감을 통한 사업비 축소라는 두 생존정책 중 후자를 고른 삼성생명의 선택이 발빠른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것이다.


이는 실제 역마진 피해액 규모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각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역마진 피해액은 2조원을 넘나들고 있다.
표면상 현재 생보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주범은 저금리와 그로 인한 역마진 손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금액이 각 생보사에 실질적인 자금 압박을 줄 수 있는 원인이 되는지는 의문스럽다.


생명보험협회의 관계자는 “생보사 창구를 통해 고객들의 보험금 인출 압력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현재 추론되는 2차 역마진 손실은 자산운영률 대비 평균 보험금리를 적용한 예상 금액에 불과하다”며 예상치와 실제 자금 유통간의 비현실성을 지적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삼성생명쪽도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확정금리 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내년 이후로 예정된 것들이다.
중도 해지로 인출되는 금액은 상대적으로 지급 금액이 낮아지는데다 상품 판매를 통해 대체 가능한 액수”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자금 압박은 없으며, 아직까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기는 겸연쩍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들을 종합해볼 때 “금리인하에 따른 역마진 차액 지급분이 당장의 기업 자금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저금리 상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다.
현실적인 자금 압박은 없지만 기존 고금리 저축성 상품들의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말쯤이면 ‘위기’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데 모두들 동의하고 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생보사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통로는 위험 부담이 큰 기업대출보다는 소매금융 중심의 담보대출밖에 없다.
그나마도 시중 금리가 5% 이하로 떨어지면서 생보사의 대출 금리도 은행 금리에 맞추어 인하하다 보니 이로 인한 수익률 상승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사실 위기의 원천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구조개혁 작업은 미래의 리스크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준비단계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참에 구조조정?
금융권 일각에서는 삼성생명의 최근 행보에 대해 “구조조정 시기를 저울질하던 삼성이 ‘역마진’이라는 호기를 잡은 것 아니냐”는 견해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국내 1위’라는 꼬리표에 안주해 국제경쟁력 강화에 대한 준비에 소홀했던 삼성생명이 이제 구조 개혁의 필요성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한화그룹과 외국계 메트라이프 생명보험의 대한생명 인수설, 방카슈랑스 조기 도입에 따른 다채널 경쟁구조 등으로 생보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자 삼성쪽으로서는 위기의식을 행동으로 실천할 시점이 되었다는 판단이 섰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인력구조조정의 적기를 이참에 잡았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요지이다.
1천여명의 직원을 줄이는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 아무런 잡음이나 반발이 없었다는 점이 ‘장기간의 치밀한 준비’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공식적인 해명을 회피하고 있다.
다만 현재의 구조개혁 작업이 생보업계의 자금난이나 위기감과는 무관한, 그룹내 조직 재정비 작업의 연장선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헛소문’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총자산 56조원에 당기순이익 3천억원에 이르는 ‘공룡 기업’이 수익구조 창출과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는 인식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인적·물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삼성생명의 ‘시나리오’가 자신들이 예상하고 있는 결말로 이어질지는 누구도 섣부른 예측을 삼가고 있다.
삼성생명이 ‘전체 직원의 12.5% 감축’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노른자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제로 금리 몸살 앓는 일본 생보업계
삼성생명의 구조개혁은 저금리 시대의 장기화와 이에 따른 생보업계의 도산이라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이는 삼성생명이 내세우는 ‘명분’이기도 하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삼성생명은 일본 생보업계의 실패사례를 들고 있다.
일본은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저금리와 주가하락, 경기불황이라는 상황을 이미 90년대부터 맞닥뜨렸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제로금리 정책을 실시하면서 92년부터 떨어지기 시작한 금리는 급기야 올해 들어 1.5%대로 떨어졌으며 실세금리는 이보다 낮은 1%대까지 추락했다.
일본 생보업계 역시 역마진 손실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고,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생보사 구제정책으로 선택한 것이 기존 확정금리 고객의 예정이율을 낮추어주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처방은 될 수 있었지만, 제로 금리가 지속되고 주식시장이 살아나지 않는 한 결국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했다.
97년 이후 올해까지 9개의 생보사가 도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삼성생명을 비롯한 국내 생보사는 일본 생보사들의 도산 원인을 ‘뒤늦은 대응’에서 찾고 있다.
금리 하락을 예측하고 미리 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삼성생명의 구조개혁 작업도 이러한 분석의 틀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판에 박은 듯 똑같은 경기상황이 반복되는 이 시점에서 국내 생보사들은 일본과 다른 선택을 했고, 이들의 실험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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