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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신경제 좌우할 새 손들
[포커스] 신경제 좌우할 새 손들
  • 이경숙
  • 승인 2001.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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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관 인사 마무리…소신파, 개혁파 인물 기용에 기대 커
한국 IT경제를 이끌 새로운 진용이 짜여졌다.
김대중 대통령은 4월1일 주요부처 차관 21명을 새로 임명함으로써 3·26 개각의 후속인사를 마쳤다.
산업자원부 차관에 이희범(52) 전 산자부 자원정책실장, 과학기술부 차관에 유희열(54) 전 과기부 기획관리실장, 문화관광부 차관에 윤형규(52) 전 오사카 총영사, 중소기업청장에 최동규(52) 전 강원도 정무부지사가 취임했다.



두뇌형 소신파 대거 포진
이번 차관급 인사로 한국의 IT정책은 ‘두뇌형’의 소신파 인사들이 이끌게 되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희범 산자부 차관은 12회 행정고시에 수석합격한 수재다.
서울대 농학과 출신인 최동규 중소기업청장은 한국생산성본부 연구위원, 한국표준협회 종합연구소장을 거쳐 중소기업연구원장을 지낸 중소기업전문가다.
유희열 과기부 차관은 서울대 지리학과를 나와 행시(7회)를 거쳐 과기부에서만 일해온 정통 관료다.
실무, 연구진 출신의 다른 부처 차관들에 비해 윤형규 문화부 차관의 경력은 독특해 보인다.
윤 차관은 70년대 공화당 사무처 요원으로 시작해 중앙정보부, 공보처를 거쳐 15대 대선 직전 국민회의에 입당해 김대중 총재특보를 맡았던 정치인 출신이다.
자연스럽게 세간의 관심은 정치인 장관과 실무형 차관이 어떻게 궁합을 맞출까에 쏠린다.
산자부는 세법 전문가와 산업정책 전문가가 짝을 이뤘다.
5대 실세 중 한명인 산자부 장재식(66) 장관은 국회 예결특위 위원장이자 여당의 대표적 경제통이다.
국세청 차장을 지내고 대학에서 세법을 강의해온 그는 국민의 정부 출범 후 개각이 있을 때마다 줄곧 하마평에 올랐다.
지난 1월엔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해 자민련에 입당하기도 했다.
장 장관과 호흡을 맞출 이희범 차관은 산자부 차관보와 자원정책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굵직한 구조조정 정책들을 입안해온 산업정책가다.
최근 있었던 한전의 발전 부분 분할이 그의 작품으로, 한전 민영화를 위한 전력산업구조개편법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의 해외 매각, 포항제철 민영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건 인물이기도 하다.
장 장관과 이 차관은 한전 분할과 대우차 매각이라는 당면과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과학기술부는 ‘팔방미인’과 ‘일벌레’가 이끈다.
역대 최연소 장관으로 기록된 김영환(46) 장관은 시인, 치과의사, 유신반대운동으로 옥살이를 한 재야운동가, 전기기술자, 벤처기업인 ‘다림시스템’ 대표, 민주당 대변인 등 다채로운 이력을 가졌다.
그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의 여당간사로서 과기부를 상대로 원전 안전문제 등을 캐물으며 닦달하다가 직접 장관을 맡게 됐다.
과기부 직원들은 과학기술총연합회 부회장 출신의 전문가이자 여당 실세인 신임장관에 대해 “새로운 활력을 가져올 것 같다”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유희열 전 기획관리실장이 차관으로 승진한 데 대해 반색하며 기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32년간 과기부에서만 일해온 정통 관료로서 젊은 장관과 과기부 내부조직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유 차관은 특기가 속독이고 별명이 ‘일벌레’일 정도로 성실근면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희범 산업자원부 차관 경북 안동(52).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전자공학과. 행시 12회. 통상산업부 산업정책국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차관보. 자원정책실장. 유희열 과학기술부 차관 전북 전주(54). 전주고. 서울대 지리학과. 행시 7회. 과기부 기술개발국장. 기획관리실장. 윤형규 문화관광부 차관 서울(57). 휘문고. 고려대 정치학과. 청와대 정무비서관. 국회의장 비서관. 국민회의 특보. 오사카 총영사. 최동규 중기청장 강원도 평창(52). 원주고. 서울대 농학과. 한국생산성본부 조사부장. 중소기업연구원 원장. 강원도 정무부지사. 최동규 중소기업청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강력한 소신을 가지고 그동안 정부의 중소기업 관련정책에 비판을 가해왔다.
중소기업연구원장 시절이던 IMF 때는 “은행이 대기업 특히 재벌엔 약하고 중소기업엔 권한을 남용해 중소기업 발전이 일본보다 뒤처졌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 지원에 대해서도 특정기업을 직접 지원해 혜택의 편중을 일으키기보다는 은행 등 간접 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제대로 활동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한편 정보통신부는 김동선 차관이 유임된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양승택 장관이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에 성공한 정보통신 전문가인만큼, 조직의 안정과 균형을 위해 현재의 차관이 유임되길 은근히 바랐던 것이다.
체신부 출신으로 정통부 터줏대감인 김 차관은 정통부 출범 이후 다른 조직 출신 관리들과 기존 조직 사이의 인화에 적잖게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부 장·차관은 민주당 출신 이번 개각에서 문화관광부 장·차관 인사는 유독 눈에 띈다.
윤형규 차관 임명으로 문화관광부는 장·차관 모두 민주당 출신 정치인이 앉았다.
97년 대선 때 김한길 장관은 당내 TV방송 대책팀장으로서, 윤형규 차관은 외신 담당 총재특보로서 ‘DJ대통령 만들기’에 공헌했다.
김 장관은 대통령인수위 대변인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지낸 당 실세이고, 윤 차관은 김영삼 정권 초기 청와대 정무비서실과 주일대사관 공보관을 지내다가 15대 대선 직전 국민회의에 입당한 야심가다.
문화관광부는 지금 디지털방송 표준 논란, 디지털 저작권 논란, 언론개혁 등 매우 다양하고 첨예한 문제들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문제들을 풀어낼 때 장·차관의 성향과 전문 분야가 비슷한 것이 도움이 될까, 방해가 될까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후반기에 들어선 DJ정권에서 새로운 장·차관들이 어떤 개혁을 이끌어낼지는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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