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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통, 겉으론 '태연' 속으론 '긴장'
1. 한통, 겉으론 '태연' 속으론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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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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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P업체들의 시장 잠식 뻔해 “수성이냐 공격이냐” 놓고 고심
인터넷 음성전송기술(VoIP)의 등장에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쪽은 음성통화 시장의 골리앗인 한국통신이다.
VoIP는 한국통신의 독점적 음성통화 시장을 야금야금 파고들 게 뻔하다.
가뜩이나 이동통신에 음성통화 시장을 내주고 있는 한국통신으로선 속이 편치 않다.
그렇다고 대놓고 VoIP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하기엔 어색한 구석이 있다.
제살 깎아먹기가 뻔한 사업에 박수를 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 내부에선 최근까지도 VoIP 사업의 수익성을 놓고 팽팽하게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담당 부서는 VoIP 사업이 신규 통화를 창출해 회사 수익에 보탬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부서에선 음성통화 시장이 잠식당하는 규모가 더 클 것이라며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통신은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일단 VoIP 사업은 시작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시장 여건에 따라 언제든 진출 채비 한국통신이 VoIP 사업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기반 전화가 대세일 수밖에 없다는 현실 인식이 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통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통화요금에서 절대적 경쟁우위를 갖고 있는 VoIP가 보편적 음성통화 수단으로 자리잡을 게 뻔하다는 것이다.
결국 앉아서 시장을 빼앗기느니 수익성은 다소 떨어져도 인터넷 사업에 참여해 시장점유율과 수익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미국 통신사업자들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AT&T도 애초엔 VoIP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과 함께 미국 VoIP 업계의 선두주자인 넷투폰(net2phone)에 지분의 30%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지역전화 사업자인 버라이즌도 지난 2월 VoIP 사업에 진출한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버라이즌은 다른 통신사업자의 교환서비스를 거치지 않고 직접 VoIP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5년 동안 10억달러(1조2천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통신은 VoIP 사업의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세밀한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장 여건을 봐서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를 해놓겠다는 것이다.
마케팅본부 이용상품팀 인월환 국장은 “아무리 늦어도 내년부터는 VoIP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한다.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시장 여건을 봐서 좀더 빨리 출사표를 던질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한국통신의 행보가 의외로 빨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한국통신은 VoIP 사업에 뛰어들기만 하면 단숨에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우선 VoIP 서비스의 잠재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를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VoIP 사업자 사이에 전화번호 부여 방법과 프로토콜이 통일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천하통일을 꿈꿀 수도 있다.
인월환 국장은 “망 운영과 번호계획 등 노하우가 많은 한국통신이 나서면 시장주도자가 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장담한다.
문제는 여전히 요금 그렇지만 한국통신이라고 다른 VoIP 업체들의 고민을 비껴갈 수는 없다.
VoIP 사업이 자체적으로 수지 균형을 맞출 수 있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의문표로 남아 있는 것이다.
물론 한국통신은 유료화를 전제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한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한국통신은 시내전화와 시외전화를 패키지로 묶는 정액제 요금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시내전화든 시외전화든 매달 일정 요금만 내면 무제한으로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의 원가와 관리비용만을 포함해 정액요금을 정하더라도 경쟁업체 상황이나 기술발전 등 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널려 있다.
한국통신이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자체적으로 VoIP 사업을 벌이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확실한 임대사업에는 일찌감치 손을 댄 편이다.
지난해 10월 한국통신은 혜화전화국을 비롯한 8개 전화국에 게이트웨이를 설치하고 VoIP 사업자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한국통신 입장에선 임대료를 챙길 수 있고, VoIP 업체들은 초기 투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윈윈전략인 셈이다.
현재 인터소프트폰이 임대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새롬기술과 큰사람컴퓨터, 키텔 등과도 계약 체결을 위해 테스트를 하고 있다고 한국통신은 밝힌다.
VoIP 통화량이 많아지면 한국통신의 수입도 덩달아 늘어난다.
인터넷전화 통화를 위해선 당분간 거미줄처럼 깔려 있는 한국통신의 공중통신망(PSTN)을 한번은 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VoIP 사업자들로부터 1분당 20원 정도의 접속료를 받고 있다.
시내전화 통화료는 3분당 45원이지만 3분을 꽉꽉 채워 통화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따라서 1분당 평균수익이 30원 가량인 시내전화 통화와 비교하면 접속료는 적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VoIP 업체들로부터 받는 접속료나 임대료 수입이 음성통화 시장의 잠식규모를 보충해줄 수 있을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한국통신은 그동안 음성통화 시장에서 몇차례의 고비를 넘겨왔다.
첫번째 시험대는 데이콤과 온세통신의 국제전화 및 시외전화 사업 진출이었다.
이유야 어떻든 데이콤과 온세통신이 한국통신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어 하나로통신이 난공불락의 시내전화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의 시내전화 시장점유율은 현재 1.7%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통신은 막강한 자금력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수성을 해온 셈이다.
하지만 지금 사정이 그리 녹록지는 않다.
지난해부터 이동전화 가입자가 일반전화 가입자를 앞서기 시작했다.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이동전화 가입자는 2670만명으로 전체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54.2%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일반전화 가입자는 44.4%인 2200만명으로 줄었다.
공중전화 수입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처지다.
이처럼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한국통신은 또다시 곳간을 털어갈 수도 있는 VoIP와 한판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VoIP 연착륙 여부가 음성통화 시장의 주도권 유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하는 임헌문 마케팅전략부장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우려가 엇갈린다.
“수비 전략도 탄탄히 짜겠다”
음성통화 시장이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통신 입장에선 그대로 두고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VoIP 진출 모색이 변화하는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라면 음성통화 시장을 지키는 것은 일종의 수비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통신은 갖가지 부가서비스 개발에 매달리며 수비전략을 짜고 있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일 유·무선 통합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는 한국통신이 가장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가서비스 사업이다.
이 서비스에 가입한 고객들은 회사 내선전화처럼 서로 묶여 있어 간단한 전화번호만 눌러도 통화가 가능하다.
예컨대 온 집안이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일반전화든, 무선전화든 부모님이나 형제들의 전화번호를 한두자리만 눌러도 통화가 연결되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서비스 시작을 앞두고 대대적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전국대표번호를 동별로 세분화하는 서비스도 9월부터 시작한다.
물론 지금도 전국대표번호 1588-XXXX 등을 누르면 가까운 체인점 등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행정구역 단위로 보면 거의 ‘구’ 단위에 가깝다.
다방, 중국음식점 등 몇몇 업종은 한 구 안에도 워낙 가게가 많아 대표번호가 의미가 없게 된다.
지능망영업부 이익재 과장은 “상권을 동별로 쪼개 전국대표번호 서비스를 실시하면 업자들한테 받는 부가서비스 수익도 늘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음성다이얼에 대한 연구도 한창 진행중이다.
식별번호를 누른 다음 ‘한겨레신문사’라고 음성으로 말하면 자동으로 <한겨레신문사>에 전화통화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고객들 입장에선 두번 전화를 걸 필요가 없는 셈이다.
한국통신은 전국대표번호에 등록한 기업이나 상점을 중심으로 내년부터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5월부터 시작하는 발신번호표시(CID) 서비스도 음성통신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전략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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