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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트리플 약세 당분간 지속
[포커스] 트리플 약세 당분간 지속
  • 장보형(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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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 약세·미국 증시폭락 등 해외 악재, 단기 해결 어려워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가폭락, 환율급등(원화가치 폭락), 금리상승(채권값 급락) 등 이른바 트리플 약세가 펼쳐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고 있다.
주가는 4월4일 500선이 무너지며 2년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원-달러 환율은 같은 날 1365.20원으로 지난 98년 10월7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6일 주가가 다시 500선을 회복하고 원화 환율이 1342원으로 내리면서 다소 안정을 되찾았지만 금융시장의 전도가 밝지만은 않다.


국내 금융시장에 폭탄 세례를 퍼붓고 있는 것은 국내 요인보다는 엔 약세와 미국 증시 폭락이라는 두개의 대형 해외 악재다.
엔-달러 환율은 4월3일 달러당 126.82를 기록했는데 이는 98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엔화는 연초 이후 10% 가량 평가절하됐다.
엔 약세는 곧바로 원화 약세를 불러왔고, 원화 약세는 물가 급등 기대감으로 금리 인상을 야기했으며,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미국 증시도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나스닥지수는 최근 심리적 지지선이던 1700선이 깨진 바 있으며, 스탠더드&푸어500지수도 지난해 3월 고점 대비 27%나 하락해 약세장으로 진입한 상태다.
문제는 국내에서 통제가 불가능한 이들 해외 악재들이 쉽게 호전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일본 경제불안 계속될 듯 우선 엔 약세는 일본 경제의 취약한 펀더멘털이라는 근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올 1분기 단칸 서베이에서 입증되듯, 최근 들어 일본 경제가 다시 지난 90년 거품 붕괴 이후의 장기 불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디플레가 이어지며 민간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다 해외 경기 악화로 수출도 둔화되고, 그나마 지금까지 일본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설비투자마저 최근에는 다시 급격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물론 그동안 3월 말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일본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던 이른바 ‘3월 금융대란설’은 별탈 없이 넘어갔다.
지난 2월부터 일본은행이 재할인율 인하를 포함해 세차례에 걸쳐 연이어 금리인하 및 유동성 공급 진작책을 내놓는 등 일본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이 효력을 미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오는 5월께 금융기관 및 기업 결산결과가 발표될 경우 재차 불안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회계연도부터 시가회계제도가 적용되면서 9월 반기 결산기도 무사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본의 경제·금융불안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는 것은 정치적 지도력의 결여다.
연이은 실정으로 지탄받아온 모리 총리의 사임은 기정사실화됐지만, 당분간 후임 총리 선정과 관련한 정치적 혼선 및 오는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가 정부 여당의 행보를 제약하고 있는 것이다.
나아가 GDP 대비 130%에 이르는 공공부채와 사실상 제로금리 도입을 포함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드러낸 일본은행의 처지를 감안할 때, 엔화 약세 외에 경기 부양 수단이 부재하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이는 지난 3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경기부양을 위해 엔화 약세에 합의했다는 루머가 나돌면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그동안 회계연도 결산을 위해 본국으로 환류한 해외 투자자금의 재유출 우려가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초저금리를 이용해 엔화 자금을 차입,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얘기마저 나돌고 있다.
또 올 들어 터키, 아르헨티나 등 신흥시장 불안 및 미·중 마찰과 같은 국제 정치적 갈등 양상이 다시 불거져 나오면서 안전자산으로서 달러화에 대한 선호를 부추기며 세계적으로 달러화 강세를 유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엔-달러 환율의 경우 당분간 상승 탄력이 강화되면서 단기적으로는 130엔까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지난 3월말 엔-달러 환율이 지난 99년 5월의 전고점인 124.75엔을 상승돌파하면서 이러한 관측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차트 상으로도 지난 98년 8월(147.66엔) 이후 99년 11월 말(101.25엔)까지의 하락세를 피보나치 비율 50% 되돌림하는 선인 124.45엔선이 완전히 돌파되면서, 이제 다음 타겟인 61.8%(129.93엔) 수준까지의 추가 상승 기대가 높다.
그리고 지난 98년 10월 초 엔-달러 환율이 125~129엔대에서 가파른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뚜렷한 저항선도 없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30엔선 이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을 중심으로 한 “일본이 부실채권 정리를 추진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엔화 약세를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문제제기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엔화 약세에 대한 반발을 감안할 때 엔-달러 환율이 130엔선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부시 행정부의 경우 그동안 국제경제 문제에 대한 개입 자제 의사를 강력히 피력해온 점이나 집권 이후 부시의 행적을 감안할 때 환율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공조체계가 형성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친기업적 성향이 강한 부시로서는 엔화 약세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 위축도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엔화 약세가 아시아 위기를 다시 불러올 것이라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지난 97년에 비해 견실한 외환 여건을 감안하면 엔-달러 환율 상승이 적정 수준 내에 머무르는 한 위기 재발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우증권 구용욱 이코노미스트는 “달러당 130엔을 상회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며 “그럴 경우 2분기에 원-달러 환율이 1350~1370원 이상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은 “미국도 경상수지 부담이 큰 만큼 130엔선 이상은 용인하기 힘들 것”이라며 “원화도 달러당 1400원 이상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증시도 엔 약세처럼 좀처럼 풀기 힘든 숙제를 안고 있다.
미국 증시는 4월5일 하루 동안 큰폭 반등을 하며 투자자들에게 기대감을 주기도 했지만 이런 현상이 지속되기는 힘들 전망이다.
미국 증시는 지난 10년간 IT 지출과 소비지출을 통한 초호황이라는 빅 사이클을 그려왔는데, 이 패러다임 자체가 문제시되는 상황에서 제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미국, 조심스런 낙관 물론 최근 미국 정책당국자들의 발언과 경기지표들을 보면 미국 경제가 바닥을 다지는 중이라는 신호는 나오고 있다.
시카고연방준비제도위원회 마이클 모스코우 위원장은 4월4일 “소비지출과 설비투자가 올 중반에 오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으며, 애틀랜타연준의 잭 구인 위원장도 같은 날 “우리가 지금 바닥에 있지 않다면 아마 바닥 근처에 있을지 모른다는 신호들이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위원들이 이런 낙관적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보도했다.
또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최근 소폭이나마 호전되고 있는 것도 위안이 되는 점이다.
올 2월에 소비지출은 0.3%, 개인 소득은 0.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시간대 소비자기대지수는 2월에 90.6에서 3월에 91.5로 증가했으며, 전미구매관리지수도 41.9(2월)에서 43.1(3월)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2.8% 상승한 소비지출이 설비투자 감소분을 상쇄해 GDP 1%의 성장을 이끌었듯이, 올 1분기에도 2.5~3%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소비지출이 미국 경제의 추락을 막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다 해도 이런 점들이 본격적 경기호전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증시가 단기적으로 상승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올 1분기에 저조한 수익을 기록한 것으로 예측되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설득력있게 하고있다.
이런 해외 악재들 때문에 국내 증시는 단기적으로 박스권을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은 “종합주가지수가 6일 500선을 넘었지만 모양이 좋지는 않다”며 “당분간 주가는 450~520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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