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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리더] 한국컴팩컴퓨터 강성욱 사장
[디지털리더] 한국컴팩컴퓨터 강성욱 사장
  • 유춘희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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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생태계 만드는 ‘불도저’
열정에 추진력 더한 리더십…‘e-Korea’ 전략 앞세워 벤처기업 적극 지원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사장은 보통 인수를 주도한 쪽에서 나온다.
그러나 언제나 예외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컴팩컴퓨터 강성욱(40) 사장은 그래서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탠덤컴퓨터가 컴팩컴퓨터에 인수됐음에도 불구하고 통합회사 사장에 임명됐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셈이다.


얼마 후 컴팩은 디지탈(DEC)이라는 거대 컴퓨터 회사를 또 인수한다.
한국에서도 컴팩의 위상은 직원수나 매출규모, 진출역사 모든 면에서 디지탈에 비길 수가 없었다.
젊은 나이가 걸릴 법도 했지만 이번에도 그는 통합 사장이라는 임무를 내려받았다.
당시 지사장 후보로 오르내리던 쟁쟁한 선배들에게 밀려나리라던 예상을 깼다.
‘젊은’ 기업과 ‘공격적’ 기질 잘 맞아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사람들은 그의 영업능력과 컴팩이라는 회사의 공격적 스타일을 든다.
강 사장은 첫 직장인 IBM에서 촉망받던 영업사원이었으며, 탠덤의 극동아시아 사장으로 있을 때는 최우수영업상을 두차례나 받았다.
컴팩은 공격경영을 표방하며 급성장했다.
강 사장은 “내 성향이 워낙 도전적이고 공격적인데, 그게 컴팩이라는 회사와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한다.
그가 97년 ?월 한국컴팩 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는 ‘재수가 없었다’. IMF라는 강추위를 만났고, 본사는 디지탈과 제품·기술 통합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98년에 2400억원이라는 경미한(?) 매출로 지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500억원으로 성장하며 원래 위치로 돌아왔고, 올해는 6천억원 매출을 쉽게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마침 힐끗 훔쳐본 그의 책상 위에는 싱가포르에서 날아온 이메일 출력물이 놓여 있었다.
“지난 4분기 한국컴팩의 경영실적에 치하를 보냅니다.
이번에도 크리스(강 사장의 영어이름)와 직원들이 매출과 이익을 크게 늘린 데 대하여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 호주가 고전하고 있는데, 그 대신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핵심역할을 해주었습니다.
” -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장 폴 첸. 한국에서 푼 1억달러 보따리 그는 요즘 벤처기업 투자에 부쩍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달 말 ‘e-Korea 포럼’을 개최하면서 사업파트너를 모집해 지분참여 형태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 작업을 “벤처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한국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로 옮겨갈 수 있도록 컴팩이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해 ‘컴팩 생태계’를 만들고, 기업들이 그 속에 들어와서 정보를 교류하고 마케팅도 함께 펼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협력사끼리 제휴나 합병을 추진하고, 기술개발에 필요한 비용과 장비도 지원할 방침이다.
잠재력이 큰 회사는 지분을 참여하거나 완전히 인수하는 것도 고려한단다.
강 사장은 e-Korea를 위한 투자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아태지역을 총괄하는 싱가포르와 미국 본사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그 덕인지 지난 5월 한국에 온 컴팩의 CEO 마이클 카펠라스가 1억달러를 내놓았다.
컴팩이 올해 세계에 투자할 10억달러 가운데 10%를 한국에 배정한 것이다.
그는 “본사가 아태지역에서 통신인프라를 제일 잘 갖춘 한국 시장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컴팩-멀티캡 합작은 재평가 시험대 강 사장은 최근 현대멀티캡과 손잡고 홈PC사업에 뛰어들었다.
델, IBM과 함께 세계 PC시장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컴팩이 유독 한국에서는 국산업체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는데, 제휴로써 돌파구를 열겠다는 것이다.
컴팩은 세계 시장에 뻗친 구매력을 활용해 주요 부품과 생산기술 노하우를 전달하고, 현대멀티캡은 생산과 마케팅, 영업·서비스를 맡아 올 연말까지 15만대 정도의 PC를 판매한다는 구상이다.
강 사장의 이런 그림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이들이 적지않다.
국내 시장에서 활로를 찾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고 혹평하는 이도 있고, LG-IBM의 예를 들어가며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는 이도 있다.
강 사장은 두고 보면 안다는 투다.
“LG-IBM은 브랜드 시너지 말고는 효과가 없다.
우리는 인터넷PC라는 독특한 시장을 보고 들어갔다.
부품부터 결합한 완전한 합작품을 만들게 될 것이다.
‘한국형 비즈니스’를 돌파하는 푸시맨 강 사장은 CEO로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강점으로 ‘과감한 추진력’을 든다.
오죽하면 회사 안에서 ‘푸시맨’이라는 별명을 얻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한국지사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버퍼’(buffer)라고 표현한다.
한국적 정서와 글로벌 마인드를 두루 갖춰 본사와 지사 양쪽을 모두 대변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란다.
직원들의 평가도 그의 설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말을 돌릴 줄 모르고 직설적으로 하는 탓에 가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뒤끝은 없다.
”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고 얘기를 나눌 때는 금세 친해지는 스타일이다.
1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탠덤과 디지탈, 컴팩 세회사의 이질적인 문화를 화학적으로 잘 섞어낸 비결도 거기서 나왔을 것이다.
” 오랫동안 외국에서만 생활한 터라 국내 인맥이 약해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CEO 초기에 있었다.
연줄이 있어야 하는, 이른바 ‘한국형 비즈니스’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였다.
그는 이것을 오기로 극복했다고 한다.
“정말 틈만 나면 사람을 만났다.
한국식으로 술도 많이 먹었다.
지금도 일요일만 빼면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 거의 없다.
” 미국 MIT에서 함께 수학한 로커스의 김형순 사장은 “승부욕이 강해 매사에 열정적이고, 일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고 강 사장을 회고한다.
탁월한 숫자감각에다 어떤 일이든 대충 넘어가지 않는 꼼꼼함, 스스로 목표치를 높여가며 일하는 추진력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었다고 한다.
강 사장에게 경영철학을 묻자 컴팩의 신입사원들에게 강조한다는 5가지 덕목을 들려준다.
‘나도 그렇게 살 테니 여러분도 그렇게 세상을 살라’ ‘일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라’ ‘진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라‘ 그리고 ‘무엇에든 적응할 수 있도록 실력을 갖춰라’.
프로필
약력 : 1961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MIT 경영대학원 졸업. 한국IBM, 탠덤컴퓨터 동북아시아본부 사장, 한국지사장. 현재 컴팩코리아 사장 건강관리 : 거의 매일 헬스클럽에 나간다.
가끔 치는 골프는 핸디 20 정도. 주량과 담배 : 소주 1병, 하루 1갑 별명 : 푸시맨 또는 불도저. 워낙 강하게 밀어붙여 직원들이 힘들어 죽겠다며 붙인 것. 성격 진단 : 누구는 장점이라고도 하지만, 너무 직설적인 게 흠. 존경하는 경영자 : GE의 잭 웰치 회장.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탁월한 경영능력, 그의 스타일을 지금 훔쳐쓰고 있다.
최근 읽고 있는 책 : 앤디 글로브의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극심한 변화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항상 위기의식을 갖고 대비하라.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의 일곱가지 습관>. 항상 왜? 라는 질문을 하면서 리더십을 추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좋아하는 사람 스타일 : 일에 적극적이고 생각이 진취적인 사람 싫어하는 사람 스타일 : 어떻게든 핑계거리를 찾는 위험회피 또는 위험전가형 인간 이메일 ID : sungwook.khang@compaq.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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