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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타임머신] 국산 전전자 교환기 TDX
[IT타임머신] 국산 전전자 교환기 TDX
  • 유춘희
  • 승인 2000.08.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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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더 기다려야 전화가 나오죠?
1970년 5월1일자 <동아일보> 기사 한대목. “전화가 현대사회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전화를 이용하려고 해도 이용할 수가 없다.
체신부에 따르면 가수요 때문이라고 한다.
가수요만 막으면 9만원대인 전화값이 39만원대까지 올라갈 리 없을 것이다.
김보현 체신부장관은 가수요를 막기 위해 전화가입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법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전화의 이권화를 막아 명랑한 체신행정을 이뤄야 할 것이다.
”지금은 키폰을 놓고 쓰는 집도 있지만, 70년대만 하더라도 전화놓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결국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했지만, 길게 늘어선 줄 뒤에서 차례가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게다가 시외전화는 전화국까지 가서 신청한 다음 번호표를 받아 기다리다가 초시계를 보며 써야 했다.
집에 전화놓기는 80년대 중반, 전전자 교환기로 불리는 TDX가 전화국에 설치되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숨통이 트인다.
순수 국내 개발로 승부를 걸어 IT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 몇가지를 들라면, 전문가들은 D램반도체와 함께 TDX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전기통신공사는 TDX를 광고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종래의 기계식 교환기에 컴퓨터 기술을 덧붙여 탄생한 전자식 자동 교환기로, 음성과 함께 팩시밀리나 피시통신 같은 비음성정보까지 교환할 수 있는 최첨단 교환기.” 정부가 국산 교환기 개발을 주도한 것은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하고 국내 경제가 도약해 ‘한강의 기적’ 소리를 듣던 70년대 후반이다.
77년부터 시작된 4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간에 정부가 목표로 삼은 시내전화 공급물량은 155만대. 79년도 한해만 적체 대수가 60만대를 넘어서, 잠재수요까지 감안하면 연간 100만이 넘는 가구가 전화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때였다.
TDX는 이러한 전화적체를 풀었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을 만한 제품이다.
이것이 바탕이 돼 외국 교환기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손으로 피시통신을 가능케 했고, 결국 인터넷 시대를 앞당기게 된 것이다.
연구소와 기업을 통틀어 여기에 투입된 연구원만 연 2천여명으로 고용창출 효과도 컸다.
TDX 개발과정에서 배출된 연구원들은 나중에 기업의 연구 핵심부문에 투입돼 우리나라 IT 기술발전에 크게 이바지하게 된다.
TDX는 86년 전북 무주, 경남 고령 등 4개 지역에 TDX-1X 2만4000회선을 개통하면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세계에서 열번째로 전전자 교환기 개발 국가가 된 것이다.
91년 1만단위 교환기 TDX-10이 개통되고, 후속 모델인 TDX-10A에 이어, 지난해 서울 가좌전화국에 TDX-100이 개통됐다.
아직까지 TDX-100이 최상 모델이다.
TDX-100은 가입자 수용량이 20만회선 이상이고, 지능망, PCS 등을 수용하면서도 값은 10A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서 개발, 기업에 기술이전 생산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신기술 개발은 정부출연 연구소가 주도했다.
정부가 수출대체 또는 수출전략 품목 개발을 연구과제로 지정해 출연연구소에 맡겼던 것이다.
82년 한국전기통신연구소가 세계 열번째로 전전자 교환기(TDX-1)를 개발했고, 83년에는 한국전자기술연구소가 세계 세번째로 64KD램을 개발했다.
이것이 계기가 돼 두 연구소가 통합하고, 지금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출범한다.
여기서 TDX 개발을 주도했다.
TDX 개발이 시작된 것은 81년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240억원의 비용이 책정되면부터다.
84년 한국통신에 TDX 개발단(단장 서정욱, 현 과학기술부 장관)이, ETRI에는 TDX 사업단(단장 양승택, 현 정보통신기술대학원장)이 세워지면서 개발을 주도한다.
첫 모델인 TDX-1X가 시험운영된 뒤 이를 본격적으로 생산할 4개 업체가 선정되고, 이 회사에 기술을 전수했다.
지금의 교환기 4사인 한화(당시 동양전자통신), LG정보통신(금성반도체), 삼성전자(삼성반도체통신), 대우통신이 바로 이때 선정된 기업이다.
86년부터 개발을 시작한 2만회선 규모의 TDX-1B는 경쟁사간 공동개발 형태로 진행되면서 교환기 개발 역사에 획을 긋는다.
경쟁에서 협력의 시대로 넘어간 것이다.
LG는 중계선계, 대우는 가입자계, 동양은 스위치계, 삼성은 운용·유지보수계를 각각 맡아 나중에 기술을 합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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