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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들의e혁명] ⑭ 한솔그룹
[공룡들의e혁명] ⑭ 한솔그룹
  • 이원재
  • 승인 2001.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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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에서 비트로의 e혁명

M&A로 e비즈 인프라 갖춰, 제지물류 토양 위에 전자상거래 열매

가입회원 300만명, 상품 15만종, 2000년 쇼핑몰 매출액 1500억원, 2년 연속 매출액 배가, e비즈니스 대상 산업자원부 장관상 2년 연속 수상.
인터넷 쇼핑몰 한솔CS클럽 www.csclub.co.kr의 최근 성적이다.
한솔CS클럽을 운영하는 기업 한솔CSN은 이렇게 국내 정상급 B2C(기업 소비자간) 전자상거래업체로 꼽힌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한솔CSN은 한때 인터넷과 전자상거래의 확산과 함께 사라질 운명에 놓인 것처럼 보였던 제지사업에서 출발했다.
종이제조에서 인터넷 전자상거래로의 발전사는 삼성그룹에서 독립한 제지기업에서 출발해 현재는 인터넷·생명공학 등 첨단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는 한솔그룹 www.hansol.co.kr의 변신사와 그대로 맞물린다.

한솔CSN, 제지물류부터 전자상거래까지 한솔CS클럽 탄생의 뿌리는 지난 68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삼성은 새한제지를 인수하면서 제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새한제지는 이듬해 기업명을 전주제지로 바꾸고 삼성 계열사 가운데 최초로 증권거래소에 올랐다.
삼성의 우산 아래서 덩치를 키워가던 전주제지는 91년 삼성에서 분리해 독립경영 체제를 선언하고, 이듬해 한솔제지로 기업명을 바꿨다.
그리고 94년 8월 한솔제지의 제지물류 부문은 한솔유통으로 분사돼 한솔CSN의 모체가 됐다.
한솔유통의 업무는 당시만 해도 종이를 수요에 맞춰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해 전국의 창고와 배송체계를 운영하는 데 한정돼 있었다.
변화가 생긴 것은 97년이었다.
한솔유통은 한솔CSN으로 기업이름을 바꾼 뒤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사이버 쇼핑몰 사업(한솔CS클럽)을 시작했다.
카탈로그 배포 및 전화주문을 통한 오프라인 통신판매도 병행했다.
97년 7만명이던 회원 수는 99년 100만명, 2000년에 300만명을 돌파했다.
매출도 97년 100억여원에서 99년 730억원, 2000년 1500억원으로 폭증했다.
인터넷을 통한 매출과 오프라인 매출의 비중은 99년까지만 해도 20:80 정도였지만, 2001년 1월 현재 60:40으로 역전됐다.
명실상부한 인터넷 쇼핑몰로 자리를 굳힌 것이다.
한솔 관계자는 “결국 물류에 대한 노하우가 전자상거래 성장의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적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B2C전자상거래에서 이런 성공은 한솔이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등 다른 분야로 시야를 넓히는 발판이 됐다.
한솔CSN은 2000년 2월 중소기업 아이디어 상품 중심으로 운영되는 무역몰 www.koreaok.com의 문을 연 데 이어, 3월 자동차 구입에서 폐차까지 토털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토스클럽 www.autosclub.com을 열었다.
뒤이어 5월에는 법인영업 전문사이트 B2B몰 www.btob.com과 휴대전화·PC를 이용한 여론조사 사업을 벌이는 M서베이몰 www.msurvey.com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CS클럽 사이트에서 접속가능한 독자적인 사이트로 운영중이다.
물류 인프라에다 솔루션·시스템 덧붙여 한솔그룹의 출발선이었던 제지와 여기서 파생된 물류사업은, 이렇게 해서 전자상거래라는 길을 통해 e비즈니스로 가는 토양이 됐다.
하지만 e비즈니스에 필요한 인프라는 물류뿐만이 아니다.
시스템, 솔루션에다 때로는 망이나 IT 제품개발 기술도 필요할 수 있다.
시스템, 솔루션, 제품개발 등을 갖추기 위해, 제지업체로 외롭게 출발한 한솔은 인수합병이라는 빠른 길을 택했다.
지난 95년 인수한 한국마벨, 옥소리, 한화통신은 그해 합병돼 한솔전자가 됐다.
같은해 인수한 광림전자는 한솔텔레컴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현재 한솔텔레컴은 시스템통합(SI)과 시스템관리(SM)를 중심으로 한솔그룹의 네트워크 구축을 책임지는 솔루션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전화주문 및 서비스가 많은 한솔CSN의 콜센터 구축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한 CTI솔루션은 국내 콜센터 시장을 선점한 상태다.
한솔전자의 경우 모니터, TFT-LCD 부품 등 디스플레이 분야 제품을 집중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종합 디지털 전자정보통신기업’을 지향하는 한솔전자는 이미 발을 들여놓은 통신네트워크 장비, 디지털가입자망(DSL) 장비 등의 제품생산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전체적으로 한솔CSN이 e비즈니스 서비스 기지라면, 한솔텔레컴은 솔루션 기지, 한솔전자는 디지털 제품 기지로 만들어 종합적 인터넷 사업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다진다는 생각이다.
끝없는 도전 ‘늘 푸른 한솔’ ‘늘 푸른 한솔’이라는 경영이념이 보여주듯 한솔은 젊은 그룹이다.
삼성에서 독립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다.
‘제지’라는 주력기업의 ‘늙은’ 이미지를 벗고 정보통신·인터넷이라는 낯설지만 ‘젊은’ 산업으로 결단력 있게 뛰어들었던 것도 그 젊은 면모 가운데 하나다.
그러다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91~93년 사이에만 한솔포렘(목재), 한솔화학(제지용 약품), 한솔개발(부동산·관광), 한솔건설, 한솔파텍(특수종이), 한솔무역 등의 계열사를 잇따라 출범시키면서 덩치를 키웠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 한파를 맞으면서 한솔개발이나 한솔건설 등 일부 계열사들이 부실만 쌓여가는 골칫덩이로 변하기도 했다.
96년 한국통신, LG 등 ‘공룡’들의 틈바구니에서 PCS 사업권을 따내 출범시킨 한솔PCS는, 결국 그룹의 부실을 정리하느라 지난해 다시 매각해야 했다.
그룹의 모태가 됐던 한솔제지 전주공장의 매각도 부실정리 차원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빠른 구조조정으로 시행착오가 곧바로 만회됐고, ‘한솔은 여전히 젊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고 한솔쪽은 설명한다.
그리고 한솔은 최근 위성방송 홈쇼핑 사업권에 도전하면서 또하나의 새로운 분야에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까지 분명한 미래 청사진이 그려진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도전이 이어진다는 이유만으로도 ‘젊은 재벌’ 한솔의 행보는 여전히 눈길을 끈다.
한솔 약사 65년 새한제지 설립 68년 삼성그룹이 인수 69년 전주제지로 상호변경 삼성그룹 최초로 기업공개 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 독립경영 선언 92년 한솔화학·개발·건설 출범 한솔제지로 상호변경 93년 한솔파텍·무역 출범 94년 제지물류 부문 분리, 한솔유통 설립 95년 한솔정보통신사업단 발족 한국마벨·옥소리·한화통신 인수합병, 한솔전자 출범 광림전자 인수, 한솔텔레컴 출범 한솔종합금융 설립 96년 한솔정보통신사업단, PCS사업권 획득 한솔PCS 설립 97년 한솔유통 한솔CSN으로 상호변경, 사이버 쇼핑 사업 98년 PCS, 100만 가입자 돌파 99년 한솔PCS 코스닥 등록 2000년 한솔PCS 한솔엠닷컴으로 상호변경, 한국통신에 매각
“모든 길은 인터넷으로” 한솔CS클럽 황병종 사업본부장 한솔CS클럽을 이끌고 있는 한솔CSN 황병종 상무는 “인터넷 사업이 성공하려면 고객들에게 ‘오프라인+@’의 서비스를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정치·경제·사회·문화 대부분 일들은 웹에서 일어나게 되는 인터넷 혁명이 벌어질 것이며 지금 경쟁에서 살아남는 자가 그 과실을 따먹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자상거래업체들이 처음 기대처럼 엄청난 성장성을 보이기는커녕, 수익을 내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사이트를 열어놓고 물건을 진열해두면 손님이 찾아올 것이다’고 여겼던 처음 태도는 완전히 틀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리 많은 물건을 진열해놓고 기다려도 손님들은 물건을 사지 않았다. B2C 쇼핑몰이 많이들 그러더니, 지금은 B2B 마켓플레이스 한다는 기업들도 여전히 그런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도 유통업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유통은 손이 많이 가는 서비스업이다. 손님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주지 않으면 물건 사러 찾아오지 않는다. 전자상거래 전체로는 분명히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개별적 서비스에 소홀했던 기업들은 도태된다. 옥석 가리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출발한 한솔CS클럽의 전략은. 처음부터 ‘풀 서비스’를 지향했다. 한솔CS클럽은 20만여가지의 일반상품과 여행, 인테리어, 장례, 출장연회 등 1만5천여가지 서비스 상품을 구비해 한번 들어오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같은 시점에 다른 쇼핑몰 가격보다 비싸면 그만큼 보상해주는 최저가격 보상제나, 배송시간이 늦으면 보상해주는 배송지연 보상제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과 동시에 신뢰성을 높였다. 한번 이용한 손님은 전화와 이메일로 끊임없이 챙겨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 되도록 만든다는 고객관리(CRM) 전략도 폈다. >가격보상제 등의 파격적 서비스를 해주다 보면 비용부담이 크지 않나. 서울 도곡동에 7층 백화점을 하나 연다고 치자. 3년간 3천억원 정도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아무리 많은 서비스를 해준다고 해도 그보다 30분의 1만 투자하면 충분하다. 재고관리와 배송에 들어가는 물류비도 기존 물류체계가 탄탄하게 갖춰져 있어서 매출액의 1% 이하에 그친다.
계열사 모두 e비즈화 한창
전자상거래나 솔루션 같은 신규사업만 한솔의 e비즈니스 혁명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프라인에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는 기존 중심사업들도 하나하나 사이버 세계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물류사업을 기반으로 전자상거래를 일으킨 한솔CSN은, 지금 물류사업 그 자체를 디지털화해 ‘e로지스틱스’로 변신시키는 작업에 한창이다.
한솔CSN은 지난 99년 4월 로지스클럽 www.logisclub.com이라는 이름의 ‘사이버 물류몰’을 열었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는 물류과정을 인터넷을 통하면 원스톱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개념의 ‘물류 보털사이트’이다.
즉 기존 물류사업을 사이버에 얹어놓은 것 같은 형태가 아니라, IT 관련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토털서비스를 해주겠다는 뜻이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인터넷 물류 솔루션 공급업체 캐나다 데카르트시스템그룹과 2000년 6월 제휴를 맺어 이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한솔CSN은 데카르트가 추진하는 ‘글로벌 물류 플랫폼 사업’에 한국쪽 파트너로 참여해 법인 설립작업을 진행중인데, 데카르트는 이 사업에서 전세계 기업들이 서로 다른 시스템과 표준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도 물류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해주는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솔CSN 입장에서는 이 솔루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운송업체)이 통합된 물류 솔루션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배송정보의 디지털화도 당연히 이어진다.
한솔제지가 2000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는 종이전문 인터넷 쇼핑몰 페이퍼몰 www.papermall.co.kr도 기존 산업의 e비즈화 물결에 힘을 싣는다.
한솔제지 유종석 마케팅팀장은 “주요 수요자인 인쇄업자들의 성향이 워낙 보수적이라 처음 개설 때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1년 만에 기존 거래선의 50% 이상이 페이퍼몰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한솔창업투자는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벤처기업을 찾아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한솔화학이 지난해부터 사명을 바꾼 한솔케미언스도 제지용약품 제조에서 벗어나 디지털 카메라용 기록소재 등 IT 관련 제품이나 의약중간체 등 생명과학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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