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얼굴]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얼굴] 조지프 스티글리츠 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10.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장 실패 원인은 정보 불균형'
‘보이지 않는 손’의 허구성 구명한 비주류 경제학자… 정보, 경제분석 주요 변수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모두 미국의 주류 경제학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왕립 스웨덴 과학원은 10월10일 조지프 스티글리츠(58·사진) 컬럼비아대 교수, 마이클 스펜스(58) 스탠퍼드대 교수, 조지 애커로프(61)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3명을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하는 시장에 관한 일반 이론을 구축해 경제학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게 선정 이유다.


이른바 ‘비대칭 정보시장에 관한 이론’은 경제학에서 지난 20년 동안 가장 활발한 연구가 이뤄진 분야로 손꼽힌다.
시장 참여자들은 불균등한 정보를 갖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근본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 이론의 출발점이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똑같은 수준의 정보를 갖고 시장에 참여한다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가정들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정보 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보이지 않는 손’에 비유되는, 완벽한 조절 기능을 가진 시장은 없다고 단언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정보의 불완전성으로) 완벽한 시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론적 궤적을 따라가면 1997년 이전까지 동아시아 각국의 경제발전은 시장 만능주의에 의해 이루어진 게 아니다.
오히려 동아시아 발전은 국가의 조절과 제도에 의해 성장했다는 이론이 나온다.

따라서 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시장만능주의적 처방에 대해 스티글리츠가 비판한 것은 당연하다.
IMF는 금융 위기를 겪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 ‘고금리’와 ‘긴축재정’ 처방을 요구했다.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선 고금리 정책이, 재정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선 긴축재정이 불가피하다는 논리였다.
세계은행 수석부총재로 있던 그는 ‘개발도상국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들으며 IMF에 정면으로 맞선다.
한국의 위기는 재정적자로 발생한 게 아니기 때문에 중남미에 적용했던 고금리 정책을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과도한 이자율 인상 정책은 기업도산을 증가시켜 경제침체만 악화시킬 뿐이고 주장했다.
이처럼 그가 개발도상국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면서 99년 11월 세계은행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그는 이외에도 여러 모로 한국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난해는 금융감독원 자문위원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공적자금을 추가로 투입하는 것은 옳은 결정이며, 하루빨리 기업구조조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전경련 주최 세미나에도 참석하는 등 여러차례 내한했다.
그는 젊은 시절 경제이론에선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 없다고 말해 오만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성격이 직선적이기로도 유명하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 수석 경제자문을 지낸 그는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자회견에서 1조3500억달러에 이르는 부시 대통령의 감세안은 경제 회생에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감세안보다 실업연금 강화와 같은 대책이 경기회복에 더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업률이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직접 지급되는 실업연금이 즉각적인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조지 애커로프 교수는 정보가 부족하면 시장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뤄지지 않는 ‘시장 실패’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했다.
예컨대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어나는 일반적 시장현상과는 달리, 가격이 낮아지면 곧 질이 나쁜 것으로 인식돼 수요가 줄어드는 ‘역(逆) 선택’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역시 판매자와 구매자의 정보 비대칭성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마이클 스펜스 교수는 신호이론(시그널링)을 처음으로 정보경제학에 도입했다.
사람들이 굳이 상급학교에 가려는 이유는 본인이 일을 잘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업들이 주식배당금을 높게 책정하는 것도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시그널링 효과란 정보가 많은 경제주체가 부족한 경제 주체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개인적 조정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사람의 이번 노벨 경제학상 수상은 ‘정보’가 이제 경제학의 기본적인 분석 변수로 자리잡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