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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바벤] ⑩ 조직공학
[닥터바벤] ⑩ 조직공학
  • 허원(강원대)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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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서 장기까지 인공으로 세포배양해 이식용으로 개발하는 연구 활발…인공장기 시대 열 듯 사람이나 동물의 피부, 혈관, 그리고 뇌는 각기 모습이 다르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세포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세포를 새 것으로 바꿔주기만 하면 인간의 수명이 연장될 수 있지 않을까. 화상을 입어 손상된 피부를 세포를 배양해 덮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바람을 업고 오래 전부터 세포를 시험관에서 키우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지난 1907년 개구리 신경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데 성공했고, 1950년엔 마침내 사람 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손가락 끝에서 세포를 하나 떼어내 시험관에서 배양한다고 손가락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아무런 형태도 갖지 않는 세포덩어리가 만들어지거나, 배양용기 벽면에 들러붙어 자라는 세포가 형성될 뿐이다.
게다가 암세포가 아닌 보통 세포는 영속적으로 자라지도 않는다.
영양분이 충분한 시험관에서도 그저 며칠 동안, 많아봤자 몇십번 분열한 뒤에는 성장을 멈춘다.
이때까지만 해도 사람 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것은 학문적 관심을 끄는 새로운 기술 가운데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마땅한 실용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MIT 교수가 조직공학 연구 불 당겨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생물학과 교수인 벨이 지난 79년 사람 피부세포를 시험관에서 배양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조직공학 연구에 불이 붙었다.
조직공학 연구는 86년 MIT 화공과 랭어 교수와 하버드 의대 바칸티 교수의 가세로 큰 진전을 이루게 된다.
이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몇백편의 연구논문이 나왔고, 일부 연구는 제품으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젠자임 www.genzyme.com은 87년부터 에피스아이티엠(EpicelTM)이라는 제품을 개발해 팔고 있다.
화상을 입은 환자의 정상적인 피부세포를 분리해 16일간 배양한 다음, 환자의 상처 부위에 이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어드밴스트티슈사이언스(Advanced Tissue Sciences)라는 회사는 아예 트랜스사이트(TransCyte)라는 인공피부를 개발해 97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사람의 피부세포를 배양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트랜스사이트는 다공성의 얇은 고분자막에 사람의 피부세포를 붙인 것으로, 화상을 입은 환자의 치료를 돕는다.
랭어 교수가 구조물을 이용해 3차원적 모양을 갖도록 세포를 배양하는 방법을 고안하면서 조직공학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한다.
구조물이란 미세한 구멍이 많은 고분자 물질을 가리키는데, 생체에 적합한 생분해성 소재로 만든다.
이 재료를 흔히 ‘스캐폴드’라고 부른다.
마치 건물을 지을 때 바깥 부분에 설치하는 철골 구조물을 연상하면 된다.
이 구조물의 빈 공간에서 세포를 배양하면 세포가 빈 공간을 채우면서 형태를 가진 세포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인공장기 상용화엔 상당 시간 필요 3차원 구조물을 사용해 관절이나 귀, 코에 분포한 연골조직을 개발한 회사도 생겨났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배양된 세포가 모여 특정한 기능을 하도록 만든 인공장기도 개발되고 있다.
인공간이나 인공췌장이 대표적이다.
인공간은 간세포를 배양해 간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다.
현재는 신장투석기 따위의 장치에 간세포를 배양해 인공간 기능을 하도록 만든 장치가 개발되어 있다.
조만간 이식이 가능한 형태의 인공간도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인공췌장도 당뇨병과 관련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피부나 연골에 비해 간이나 췌장처럼 복잡한 기능을 담당하는 인공장기를 개발해 상용화하기까지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조직공학은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조직공학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바이오벤처도 여러 곳 생겨났다.
이노텍메디카에서는 몇년 전부터 생분해성 폴리머를 사용해 무릎 연골을 재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리젠바이오텍은 새로운 소재의 3차원 구조물을 개발하고 있다.
셀론텍은 미국의 젠자임에 이어 연골세포를 배양한 인공연골 제품을 개발해 판매한다.
세포를 배양한 것은 아니지만 인공뼈를 개발중인 바이오알파나 인공치아 이식재료를 개발해 판매하는 오스코텍 따위의 바이오벤처도 있다.
조직공학은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기술여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바이오벤처들이 이 분야의 제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평균수명 연장과 함께 장기이식이나 조직공학 제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닥터 바벤은 베일에 가려진 허 교수의 닉네임입니다.
시장 규모 기하급수적 팽창
이식수술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식할 장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신장이나 심장은 물론, 각종 성형수술에 들어가는 연골과 화상 환자 치료에 사용하는 피부는 장기기증자의 신체에서 얻은 것이기 때문에 공급이 제한적이다.
게다가 거부반응 등 여러 잠재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사용자의 호응도도 낮은 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인공관절이나 인공심장과 같은 기계적인 장치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간 따위의 장기를 이런 방법으로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동물의 장기를 사용하거나, 동물이 사람의 유전자를 갖도록 해 거부반응을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배아복제로 줄기세포를 배양하고, 여기서 인공장기를 개발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 방법은 현재 격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조직공학을 이용한 인공장기는 자신의 세포를 사용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없다.
게다가 공급에도 문제가 없어 인공장기 시대를 열어줄 획기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조직공학을 이용한 인공장기가 대부분의 장기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조직공학을 이용한 인공장기 개발이 가장 실현성이 높은 분야라는 것이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조직공학에서도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
미국은 가장 많은 종류의 제품을 개발 판매하고 있으며, 이식 건수도 가장 많다.
지난 99년 미국의 인공장기 시장 규모는 10억달러로 추산되는데,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앞으로는 어떤 장기를 대체할 수 있을까?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인간의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런 열망에 힘입어 조만간 시장성이 높은 성형수술용 피부나 모양을 갖춘 인공연골 따위가 개발될 것이다.
인공혈관이나 인공뼈처럼 형상이나 강도가 중요한 생체재료도 개발될지 모른다.
인공간, 인공췌장 등도 속속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몸을 뜯어고치며 사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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