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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닷컴 잿더미에서 금 캔다
[실리콘밸리] 닷컴 잿더미에서 금 캔다
  • 송혜영 통신원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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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업자·중고물품 딜러들, 도산한 업체의 물품 늘어 즐거운 비명 몰락한 닷컴이 늘면서 이들의 광고를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던 광고대행업체나 닷컴에 돈을 쏟아부은 벤처투자가 등도 덩달아 울상을 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씁쓸함과 달리 쓰러져가는 닷컴을 기회로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바로 경매업자와 중고물품 딜러들이다.
그들에게 닷컴 몰락은 오히려 도약의 기회가 되고 있다.
“1년 미만된 장비 경매!” 지난 2월 초 문을 닫은 이밸런스 www.EBalance.com의 물품을 정리하기 위해 열린 경매장에 뿌려진 광고전단의 제목이다.
도산한 닷컴의 경매현장에서 마주치는 광고전단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던 신생 인터넷기업의 서글픈 현실을 말해주는 묘비명처럼 느껴진다.
99년 설립된 온라인 주식트레이딩 업체 이밸런스는 대다수 후발 닷컴들처럼 추가로 펀딩을 유치하는 데 실패하면서 종말의 길로 접어들었다.
자금난에 허덕이더니 결국 지난 2월 초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닷컴의 몰락은 경기침체로 이어지고 더욱더 많은 숫자의 스타트업들이 이런 슬픈 최후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닷컴의 몰락은 경매업자나 디스카운트 상점, 헐값에 중고장비를 사고파는 딜러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우리 비즈니스의 60~75%는 닷컴에서 나온다.
지금처럼 이 비즈니스가 붐을 이룬 적은 없었다.
지난 12개월 동안 꽤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 경매업자인 애덤 알렉산더의 말이다.
그는 사업 파트너인 코엔과 함께 지난해에만 44개 닷컴의 주문을 받아 6천만달러 상당의 물품을 정리해주었다.
두 사람이 설립한 경매회사 코엔 알렉산더는 닷컴 세일을 처리하기 위해 직원을 10명에서 50명으로 늘려야 했다.
지난 12개월 동안 코엔 알렉산더말고도, 도브비드(DoveBid), 비드포애셋(Bid4Assets) 등 주요 경매업체가 판매한 도산업체의 물품은 3250만달러어치에 이른다.
떨이시장에 나온 닷컴만 해도 70개를 넘는다.
도브비드 CEO인 로스 도브는 “앞으로도 30억~40억달러 규모의 닷컴 세일 시장이 남아 있다”며 “그중 10%인 3억~4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매업체들은 대부분 경매 현장을 웹캐스트로 실시간 생중계한다.
그러나 어떤 닷컴은 이베이처럼 온라인 경매업체를 통해서만 물건을 정리하기 때문에 닷컴 물품 정리 시장은 로스 도브가 예견한 것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때 닷컴의 장밋빛 미래를 예견했던 메릴린치의 분석가 헨리 블로젯은 최근 “경기침체가 내리막길의 끝에 다다르기 전에 10~20개 닷컴이 더 정리될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렇다면 물품 정리 시장은 더 커지는 셈이다.
경매업체와 함께 재판매업자(리셀러)들도 닷컴 몰락으로 단단히 한몫을 챙기고 있다.
이들은 경매를 통해 물건을 헐값에 구입한 뒤 두세배를 받고 되판다.
물품 정리 딜러로 일하는 로버트 플러드는 “평소 같으면 하루에 두군데 정도의 경매에만 참가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3~4군데를 골라서 가야 할 정도”라고 전한다.
그는 컴퓨터, 노트북, 모뎀, 전화시스템에서 캐비닛, 책상에 이르기까지 소매가의 30% 가격이면 뭐든지 사들인다.
물론 그가 구입한 기기나 물품은 또다시 인터넷 관련 업체로 팔려나간다.
전쟁에서 패한 패잔병들의 물건처럼, 도산한 닷컴의 물건들은 살아남은 인터넷 업체들의 비즈니스를 돕는 도구로 부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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