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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첨단기업들 재비상 언제쯤?
[머니] 첨단기업들 재비상 언제쯤?
  • 박종생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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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개 기업, 1분기 실적 악화 경고…3분기 회복 가능성 높아
세계 첨단기술 기업들이 휘청거리고 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치솟는 주가로 21세기의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세계 첨단기술 기업들은 이제 경제 둔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는 처지로 변해버렸다.
미국의 경우 10년 장기호황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나스닥지수의 추락에서 보듯 거품 붕괴의 부작용을 일으키며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첨단기술 기업들은 과연 여기서 주저앉을 것인가. 다시 일어난다면 언제쯤 나래를 펼 것인가.

세계 첨단기술 기업들의 부진은 상당히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통신, 컴퓨터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시장 포화단계에 진입하기 시작한데다 세계 경제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90년대만 해도 경기둔화는 소매업체들에게 주로 타격을 주고, 첨단기술 기업들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인식됐다.

경기가 둔화하더라도 기업들은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를 줄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엔 그렇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전문가들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런 부정적 전망들은 최근 한달여 동안 각 업종의 대표적 첨단기술 기업들이 내놓은 실적과 전망치에서 확인된다.
미국 나스닥에 등록된 세계 첨단기술 기업들은 관례상 자사의 향후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확실해지면 미리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경고한다.
투자에 유의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미국 월가의 기업재무 조사업체인 퍼스트콜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2월 말까지 모두 60여개의 첨단기술 기업들이 자사의 올 1분기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놨다.
지난해 4분기 초에 30여개 첨단기술 기업들이 실적악화를 경고한 것에 견주면 2배 늘어난 숫자다.
이런 숫자는 사상 최고치라는 게 이 회사의 해석이다.
통신서비스, 상당기간 고전 예상 이런 현상은 첨단기술 산업의 거의 전 업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우선 통신시장을 살펴보자. 통신시장은 경기둔화와 재고조정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세계 2위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모토로라는 2월24일 올 1분기에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혀 충격을 던져줬다.
이 회사가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모토로라는 “미국 경제 둔화와 재고조정 때문에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계기로 세계 주요 3개 투자은행은 올 세계 휴대전화 판매대수 예상치를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메릴린치는 애초 올해 5억1천만대의 휴대전화가 판매될 것으로 봤으나, 이를 4억7500만개로 조정했다.
그 영향으로 세계 최대 휴대전화 생산업체인 노키아의 올 수익이 10% 줄어들며, 에릭슨과 알카텔도 올 수익이 12~16%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이체방크는 내년 시장규모도 애초 6억7800만대에서 6억700만대로 하향조정했으며, 리먼브러더스는 그 이유를 “유럽의 가입자 증가세 둔화, 2.5세대 서비스인 GPRS와 같은 신기술 적용 지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유럽의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IMT-2000 사업권 획득을 위해 지난해 무려 150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3~4년 안에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장비를 깔려면 그만큼의 돈을 더 써야 하며 마케팅 비용까지 합하면 그 비용이 5천억~6천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PC·서버시장, 증가세 둔화 컴퓨터쪽도 마찬가지다.
미국 PC 메이커인 델컴퓨터는 2월16일, 오는 5월5일 끝나는 올 1분기 실적이 월가의 예측치를 충족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회사 제임스 슈나이더 CFO는 “현재 지표들을 면밀히 살펴볼 때 우리는 매우 조심스럽게 시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델컴퓨터는 PC 시장 둔화에 대처하기 위해 공격적 가격인하를 통해 지난해 4분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은 실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반적 PC 시장 증가세 둔화라는 큰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내셔널데이터사에 따르면 미국 PC 판매는 가정용 PC 판매의 부진으로 지난해 9.2%에 그쳤다.
미국 첨단기업의 풍향계로 일컬어졌던 컴퓨터 서버 제조업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마저 2월23일 올 1분기 실적이 전문가 예상치를 밑돌 것이라고 하자 나스닥시장은 요동을 쳤다.
이 회사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애초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를 10~13%로 하향조정했다.
닷컴기업은 물론 전통기업들에게 인터넷 인프라를 제공하면서 60% 이상의 고성장을 구가했던 썬은 델컴퓨터와 인텔이 타격을 입을 때도 건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썬의 에드 잰더 사장은 “우리는 딱 한가지에 실망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미국 경제다.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둔화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정보기술에 대한 지출을 계속 늘릴 것으로 예상됐던 주요 기업들까지 경기둔화의 물결에 휘말리면서 썬에게 타격을 준 것이다.
실적 부진 경고를 낸 hp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도 “미국의 경기둔화가 한국, 멕시코, 대만 등과 같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도 파급될 것”이라며 “hp는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신업체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움츠림은 세계 최대 우량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시스코시스템스까지 곤경에 빠뜨렸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는 지난 1월27일 끝난 2001년 회계연도 1분기에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기록했다.
시스코가 전문가들 예상치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은 7년 만에 처음이다.
시스코는 “올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5% 하락하고, 3분기에는 전분기와 같은 수준일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6개월 동안 실적이 저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존 체임버스 회장은 “우리가 예측했던 것보다 더 도전적인 상황”이라고 말했으며, 올 하반기 경기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낙관적’(cautiously optimistic)이라고 표현했다.
시스코의 실적 부진을 분석해보면 요즘 주요 업체들의 동향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가장 큰 타격은 준 곳은 자금난에 봉착한 통신업체였다.
통신업체들의 주문량이 이번 분기에 전분기 대비 40%나 급감했다.
또 대형 제조업체들의 예산삭감도 시스코를 애먹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에 대한 시스코의 매출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애초 예상보다 1억달러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닷컴에 대한 매출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통신장비 업체인 시에나는 예상보다 많은 수익을 달성해 대조를 보였다.
이 회사 제품은 차세대 광섬유 네트워킹 장비로 광섬유 파이프를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하도록 해준다.
이런 점을 들어 전문가들은 통신업체들이 지출이 많든 적든 차세대 광섬유 네트워킹 장비는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광통신·스토리지, 도미노 현상 반도체는 이미 휴대전화와 PC 시장 증가세 둔화의 여파로 지난해부터 실적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컴퓨터칩 제조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지난 1월 말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매출이 1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불과 한달이 지난 2월27일에는 이를 다시 20% 감소로 하향 조정했다.
올 1분기 TI의 매출이 24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인데, 이는 지난해 1분기(26억5천만달러) 매출보다도 9%나 적은 것이다.
TI는 “경기둔화 여파로 주요 고객들이 휴대전화나 디지털 카메라의 핵심부품인 칩에 대한 주문을 취소하거나 연기시키고 있다”며 “유럽은 괜찮은 편이나 미국과 아시아 시장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스토리지 업체의 선두인 EMC도 2월23일 올 성장률을 25~35%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전망치인 33~38%보다 낮은 것이다.
이들 업체들은 데이터 관리의 필요성 때문에 고성장을 구가했으나 그 추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원인은 인터넷 회사를 비롯한 첨단기업들의 수요가 줄었다는 점이다.
EMC 마크 프레드릭슨 대변인은 “지난해 인터넷기업들에 대한 매출이 총매출의 6~12%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이들 기업들에 대한 비즈니스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 닷컴기업들의 거품 붕괴를 시발로 이제는 첨단기술 기업 전반으로 경기둔화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원인은 미국 경제의 둔화, 그리고 주요 기업들의 정보기술에 대한 투자감소라고 볼 수 있다.
주요 첨단기술 기업 대표들이 실적 경고를 하면서 내비쳤듯이 향후 전망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렇다면 언제쯤 이들 첨단기술 기업들에 서광이 비칠까. 관건은 미국 경제의 회복과 주요 기업들의 재고조정에 달려 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GDP 성장률이 1.1%로 추락하며 경착륙 단계에 접어들었다.
올 1분기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월가에서는 애초에 올 2분기에는 회복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봤으나 최근 나온 경기지표들은 이런 전망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2월27일 발표한 소비자신뢰지수는 106.8로 96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9월에 견줘 25%나 낮은 것이다.
더구나 향후 6개월 동안의 소비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68.7로 추락했다.
컨퍼런드보드 리안 프랑코 이사는 “현재 지표는 경기침체(recession)라기보다는 저성장(slow growth)”이라면서도 “그러나 소비자기대지수의 추락은 경기침체에 들어가기 직전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2002년까지 기다리자” 시각도 따라서 2분기 회복설은 물 건너가고 하반기에 가서나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의 금리인하 효과는 대개 6개월 시차를 두고 실물경제에 나타난다는 과거 경험도 한몫하고 있다.
퍼스트 콜/톰슨 파이낸셜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첨단기술 기업들은 올 1분기와 2분기에 이익이 각각 18%, 15% 감소하고, 3분기에는 3% 감소로 감소폭이 줄어들며 4분기에는 21% 증가할 전망이다.
이 전망치에 따르면 3분기에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과연 기업들의 실적악화가 3분기에 멈출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속단할 수 없다.
첨단기술 기업 현장에 있는 기업인들은 좀더 비관적인 것 같다.
이들은 첨단기술 기업들의 실적 부진의 주범은 PC, 통신, 휴대전화 등 제품의 재고누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첨단기술 기업들의 고객들인 주요 대기업의 재고조정이 마무리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예컨대 시스코, 노텔, 루슨트 등의 재고는 지난해 4분기 매출 둔화로 52%나 증가했다.
노텔의 존 로스 CEO는 “통신업체들이 길을 전혀 찾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의 경기둔화는 올 4분기에도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래서 월가의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첨단주 투자를 위해서는 실질적 경기회복이 기대되는 2002년까지 기다리자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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