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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디지털 위성방송
[비즈니스] 디지털 위성방송
  • 양찬일 객원기자
  • 승인 2001.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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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위성방송 ‘개운치 않은 콜’ 콘텐츠업계, 엄청난 수요 불구 수익배분·인프라 구축 등 문제로 신중한 행보 오는 12월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고화질 화면에 실어 시청자에게 선보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의 ‘스카이라이프’(Skylife) 서비스를 앞두고, IT(정보기술) 산업계의 시선이 여기에 쏠리고 있다.
이 회사의 진로가 한국에서 위성방송의 발전과 미디어 콘텐츠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은 한국통신, 삼성전자, KBS, MBC,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국내 유수 기업과 언론사가 총 3천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했다.
디지털 위성방송(이하 위성방송) 서비스는 무려 100여개에 이르는 방송채널을 통해 종일 방송하는 형태다.
채널당 하루에 20여가지 프로그램을 방송한다고 쳐도 2천여가지의 신규 콘텐츠가 준비돼 있어야 한다.
당연히 콘텐츠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기존 아날로그 TV보다 월등한 화질을 선사하는 것 말고도 위성방송이 콘텐츠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또다른 이유는 우리 귀에는 다소 생소한 ‘데이터 방송’의 도입이다.
위성방송에서는 본 방송 외에도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형태의 데이터 방송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데이터 방송은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관련된 정보나 증권·날씨 등 따로 독립된 정보를 TV 수상기를 통해 제공하는 인터랙티브(대화형) 서비스다.
KDB는 앞으로 데이터방송을 통해 게임·퀴즈 등 각종 엔터테인먼트, 금융, 뉴스, 여성, 전자상거래 관련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예를 들어 본 방송에서 나오는 영화 예고편을 본 뒤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한 시청자는 데이터 방송을 통해 영화 개봉 극장과 시간을 알아보고 티켓 예매까지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재미를 못 본 콘텐츠 제공업자(CP)에게 데이터 방송 사업 참여는 가뭄에 단비 같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TV를 이용한 이같은 형태의 데이터 서비스가 전혀 새로운 건 아니다.
이미 80년대부터 TV의 문자다중 방송이나 FM 다중방송, 캡션 방송 같은 초보적 수준의 데이터 방송이 존재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자의 실제 서비스 이용률은 극히 낮아 유명무실했다.
따라서 현 시점의 데이터 방송은 과거와 확실하게 다른 멀티미디어 서비스로 거듭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입자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KDB가 데이터 방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는 2002년 월드컵 시즌, 즉 5월부터다.
KDB 데이터사업팀 이진호 팀장은 '기존 방송 프로그램과 연동된 데이터 서비스에서는 해당 프로그램 촬영지를 소개하는 등 가입자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데이터 방송에 관한 대체적 계획을 밝혔다.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 가이드를 자유롭게 볼 수 있는 EPG(Electronic Program Guide), 영화 한편당 일정액을 지불하고 보는 PPV(Pay Per View) 서비스도 KDB가 데이터 방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비스다.
인터넷은 반드시 PC를 실행해야 사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지만 위성방송은 TV라는, 접근이 용이한 매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KDB도 일반인이 TV라는 매체를 통해 일상 생활에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데이터 방송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진호 팀장은 '데이터 방송의 성공적인 운용을 위해 기존의 PP(프로그램 공급업체)와 CP(콘텐츠 공급업체)가 방송매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7~8월에 상당수 인터넷 벤처기업이나 홈쇼핑, 공중파 방송 사업자들이 데이터 방송 서비스 참여를 위한 사업제안서를 낸 바 있다.
데이터 방송 참여를 신청한 각 CP들은 각자의 특성에 따라 손익 계산이 분주하다.
인터넷 뉴스사이트 이데일리 www.edaily.co.kr 원연 경영지원팀장은 '데이터 방송 사업자로 선정되면 위성을 통해 텍스트 위주의 경제 전문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할 것'이라고 사업 방향을 설명한다.
이데일리는 자사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나 무선인터넷 같은 각종 제휴사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위성방송 콘텐츠 사업자로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원 팀장은 '신생 인터넷 미디어로서 이데일리는 위성방송 참여를 통해 토털 미디어로 자리잡을 포부를 갖고 있다'고 위성방송 참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증권정보를 제공해오던 인포뱅크는 위성방송에서 드라마가 방송될 때 주인공이 입고 있는 옷을 시청자가 구입할 수 있는 T-커머스(Commerce)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포뱅크에서 데이터 방송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김가성씨는 '위성방송 시청자가 제품 구매의사 결정을 내리는 순간부터 인포뱅크 역할이 시작된다.
데이터 방송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면 괜찮은 수익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위성방송 출범에 거는 기대를 비쳤다.
양방향 TV 솔루션 개발업체인 젠터닷컴 www.gentor.com도 시청자가 디지털 위성방송을 효과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EPG 서비스 사업제안서를 제출해놓은 상태다.
젠터닷컴 송영우 기획이사는 'KDB가 제공하는 수천개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각 장르별로 매일 업데이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데이터 방송 마스터플랜을 밝혔다.
각 CP들의 데이터 방송 참여를 위한 발걸음은 이처럼 분주하지만 데이터 방송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데이터 방송의 시장성에 의문을 던지는 이들이 꽤 있다.
케이블TV 웨더뉴스채널 www.weather.co.kr 이승석 편성제작본부장은 KDB가 현 상태로 CP와 수익배분 구조를 그대로 고수한다면 데이터 방송의 장래를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본부장은 '독립형 데이터 방송 서비스를 위해서는 1년에 최소 10억원의 제작비가 든다.
KDB 보조가 없이는 데이터 방송 사업자의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서비스 진행에서 예상되는 어려움을 지적했다.
웨더뉴스채널쪽은 케이블 방송으로 내보내는 날씨 정보를 데이터 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새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제작비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한다.
이 본부장은 'KDB에서 일정한 정도로 방송 송출료를 지원해주거나 본 채널 사업자가 주사업자가 되고 데이터 방송 사업자가 부가 사업자로 역할을 나누면서 콘텐츠 수익을 일정하게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데이터방송 도입 ‘가뭄에 단비’ 데이터 방송을 원활하게 운영할 수 있는 관련 인프라 구축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젠터닷컴 송영우 이사는 '데이터ㅠ 방송 규격에 따라 CP 사업자가 실제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도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KDB에서 CP 업체에게 콘텐츠 제작, 관리를 위한 일정한 가이드 라인을 정해줘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인포뱅크 김기성씨도 '단순한 VOD 서비스와 달리 T-커머스는 완벽한 인터랙티브 서비스로 셋톱박스에 설치되는 백 채널이 완비돼야 한다'고 T-커머스 인프라 구축을 촉구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위성방송은 국내 문화산업의 발전과 전파 주권의 신장을 위해 존재가치를 크게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출범 이후 4~5년 동안은 위성방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방송계의 한 전문가는 '케이블TV에서 이미 쓴맛을 본 콘텐츠 사업자들이 위성방송 참여에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한다.
안정적인 가입자 층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KDB나 본 채널 사업자가 CP들과 수신료를 나누고 광고 시장의 협소함을 해소하는 등 유망한 CP를 위성방송 사업에 끌어들일 적절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도연 박사는 '위성방송 가입자들이 어떤 방식과 내용의 콘텐츠를 원할 것인지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KDB가 인내심을 갖고 시장을 관찰하고 제휴사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궁극적으로는 기존의 케이블TV나 인터넷과 차별화하면서 위성방송이라는 매체 특성을 살린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 핵심에 ‘데이터 방송’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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