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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국내대표 닷컴 '3인3색'
[비즈니스] 국내대표 닷컴 '3인3색'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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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XP 출시 앞두고 희비 갈려… 새롬·다음,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10월26일로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인 윈도우XP 출시를 앞두고 국내 닷컴 3인방 새롬기술 www.serome.co.kr, 다음커뮤니케이션 www.daum.net, 한글과컴퓨터 www.haansoft.com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윈도우XP의 출시를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반기는 곳은 새롬기술이다.
새롬기술은 지난 12일 윈도우XP에 새롬기술의 대표 서비스인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를 탑재했다는 발표를 한 이후 주가가 3일 연속 상한가로 치솟았다.
미국판 탑재만 결정됐을 뿐 국내판 탑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상한가 행진은 주춤했지만, 여전히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의 주가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새롬기술 ‘쾌거’의 전말은 조금 더 들여다볼 구석이 있다.
실제로 이번 계약의 주체는 새롬기술의 미국 자회사인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과 마이크로소프트다.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은 1999년 새롬기술이 47.4%의 지분을 출자해 세운 회사로, 모두 현지인을 채용했고 대표도 현지인인 브래드 갈링하우스다.
국내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미국에서 서비스하기 위해 만든 회사인 것이다.
따라서 유료 서비스를 해도 수익은 새롬기술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
여기에 윈도우XP에 다이얼패드만 독점적으로 탑재된 것이 아니다.
다이얼패드 외에도 델타스리, 넷투폰이 함께 탑재됐다.
이용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기 위한 마이크로소프트의 배려라는 것이다.
또 기본으로 탑재됐지만 유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라 미국 사용자들이 과연 얼마나 쓸지도 알 수 없다.
증시에서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 이번 계약체결이 당장 새롬기술의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판단, ‘단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새롬기술은 이번 계약체결에 크게 고무돼 있다.
이번 계약으로 새롬기술이 세계 최고의 음성데이터통합(VoIP) 회사임이 전세계에 증명됐고, 장기적으로는 수익모델 확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계약체결에는 현재 미국내 VoIP 서비스 사용자 집계에서 다이얼패드 서비스가 회원 수 1400만명으로 점유율 21%를 차지하며 1위를 지켰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또 이번 계약으로 윈도우XP뿐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MSN메신저에서도 별도의 다운로드없이 다이얼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윈도우XP 보급에만 목숨을 걸지 않아도 또다른 확대처가 생긴 것이다.
실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보너스까지 얻었다.
'지난 상반기 적자가 약 210억원 가량 됐는데 이 가운데 지분평가손실이 110억원 가량이었다.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 법인에서의 손실이라 미국에서 수익이 좋아지면 지분평가익으로 반영될 수 있다.
'새롬기술측은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는 주장이다.
한컴, 뚜렷한 대안없이 속앓이 이쯤 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히 국내판 윈도우XP에도 다이얼패드가 탑재될지 여부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본사에서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해당 지역의 서비스 상황을 고려해 지사가 서비스 업체를 자유롭게 선정하게끔 하고 있다”며 현재 국내 여러 업체와 교섭하고 있다고 밝힌다.
미국에서와 같이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여러 업체를 선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꼼꼼한 결정을 위해 26일까지 결정이 되지 않을 경우 인터넷 전화를 탑재하지 않은 상태에서 윈도우XP 출시를 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이다.
그러나 새롬기술은 일단 미국판에도 서비스가 탑재됐을 뿐더러 국내 서비스도 별로 뒤떨어질 게 없어 다른 업체보다는 느긋하게 결정을 기다릴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 있다.
다음, MSN메신저 탑재로 MS와 정면 승부 반면 또다른 닷컴 3인방인 다음은 윈도우XP 출시를 앞두고 마이크로소프트에 정면 승부를 걸었다.
다음은 지난 9월5일 윈도우XP와 관련해 마이크로소프트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신고했다.
10월4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윈도우XP 판매금지’를 청구하는 소장을 서울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모두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XP에 MSN메신저, 인터넷 전화, 디지털 사진 등 응용 소프트웨어를 끼워팔려 한다는 점에 대해서였다.
다음의 이번 신고와 소송은 미국에서 있었던 윈도우98의 익스플로러 끼워팔기 반독점법 위반 소송과 유사한 점이 많다.
지난 6월 미국 연방법원은 '운영체제 가격에 익스플로러 비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익스플로러가 무료라고 볼 수 없다”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독점적 지위 유지행위에 대해 위법판결을 내렸다.
윈도우98을 팔면서 익스플로러를 무료로 준 것이 아니라, 익스플로러의 가격까지 감안해 윈도우98의 가격을 결정한 것이라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억지로 익스플로러를 판 것과 같다는 판결이었다.
다음의 법무대리인 율촌법무법인도 이와 유사한 논지로 'MSN메신저 등 응용 소프트웨어의 비용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XP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별도의 상품을 끼워팔아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및 거래강제의 일종인 ‘끼워팔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의 이번 소송은 표면적으로는 윈도우XP에 기본 탑재된 MSN메신저가 국내 메신저 시장에 일으킬 변화를 막기 위해 취한 행동으로 보였다.
현재 국내 메신저 업체들은 각사의 사용자에 대해 MSN 250만명, 야후코리아 120만명, 다음메신저 80만명, 라이코스 버디버디 80만명, 드림위즈 지니 68만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상승세인 MSN메신저 이용자 수가 윈도우XP의 보급을 통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포털의 대표격인 다음이 총대를 멘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다음은 이보다도 좀더 먼 데까지 보고 있다.
'윈도우XP를 설치하기 위해선 인증과정에서 하나의 아이디를 받게 되는데, 이 아이디가 MSN메신저, MSN브라우저 등 모든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에 동시에 등록된다.
PC뿐 아니라 PDA 등 다른 기기와의 연결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것이 이 아이디다.
이 아이디를 통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을 연결하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전략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전략에 따라 운영체제의 독점력을 이용해 MSN브라우저로 이용자를 끌어들여 국내 포털 시장까지 석권하려 한다.
' MSN브라우저는 마이크로소프트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진 일종의 포털이자 브라우저다.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가 MSN브라우저를 통해 포털 시장까지 넘보려 한다고 이야기한다.
운영체제를 통해 탑재된 소프트웨어의 시장 우위는 물론 서비스의 우위까지 거머쥐려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XP를 설치할 때 인증과정에서 과도한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는 점 등을 들어 여론의 지지를 모으는 데 힘쓰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음이 불공정 거래의 예로 든 탑재 소프트웨어에 메신저뿐 아니라 인터넷 전화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새롬기술이 윈도우XP에 탑재되기를 희망하는 다이얼패드가 바로 인터넷 전화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는 얼마 전 서로 제휴를 맺기도 했다.
다음 사이트에서 인터넷 전화를 쓰려면 새롬기술의 스마츠콜로 연결되도록 서비스 제휴를 맺었던 것이다.
윈도우XP 출시를 앞두고 사이 좋았던 두 회사는 한 회사가 웃으면 나머지 한 회사는 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항하는 유일한 회사로 자리매김해온 한컴은 이번 윈도우XP 출시을 앞두고 별다른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
윈도우XP 출시로 워드프로세서 시장이 타격을 받을 일은 없다는 태도다.
윈도우XP 출시에 앞서 지난 8월 나온 오피스XP에 대해 한컴오피스Ⅴ를 동시에 선보여 경쟁을 붙이는 정도다.
한컴오피스Ⅴ는 오피스XP보다 기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오피스XP와 대부분 호환이 되고, 80만원 가량하는 오피스XP에 비해 가격이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소프트웨어 구입비용이 부담이 되는 소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점점 더 강력한 전략을 구사하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바라보는 한컴의 마음이 편안할 리 없다.
한컴은 늘 한글은 MS워드에 비해 기능이 뒤지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와의 호환성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를 해오곤 했다.
그런 한컴이 새로운 운영체제를 바라보는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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