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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신흥시장 금융위기 또 오나
[머니] 신흥시장 금융위기 또 오나
  • 홍승민(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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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터키 경제불안 조짐…전문가들 “직접적 영향 없을 것” 전망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일본 경제는 딱할 정도로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두 나라의 행색이 자꾸만 초라해져 간다.
이런 와중에 인도네시아와 터키 등 이른바 신흥시장에서는 금융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경기침체의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처지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들이다.


인도네시아 통계국은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보다 5.2% 상승해 전분기의 5.1%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이는 애초 전문가들의 전망치 4.4%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0년 경제성장률은 4.8%를 기록했다.
역시 애초 전망치인 4.6%를 상회한 것이다.
무엇보다 견실한 소비지출이 이같은 성장세를 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이런 희망 섞인 성과와는 달리 전문가들은 올해 인도네시아의 경제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둔화에다 국제유가 하락, 와히드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 불안으로 소비 및 투자신뢰도가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태국 리라화 가치 폭락 현재 인도네시아 경제는 지난 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의 급격한 경기침체 여파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다.
98년 인도네시아 경제는 무려 13%의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위기국 가운데 가장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려면 제반 정치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것을 전제하더라도 2003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루피아화 가치에 단적으로 나타나 있다.
달러화 대비 루피아화 가치는 종족분쟁에 따른 정치적 불안정이 확산되면서 폭락해 지난 2월26일 최근 2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루피아화 가치의 급락은 칼리만탄 종족분쟁으로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데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집행 연기, 민간기업의 대외채무 상환도래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시스템과 정치의 불안정성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인도네시아는 심각한 경제 붕괴의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경고도 루피아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하면서 루피아화 신규 매입을 꺼리고 있다.
터키는 인도네시아와 함께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또하나의 국가로 꼽힌다.
터키 위기론이 촉발된 직접적 계기는 지난 2월19일 오전 국가안보회의에서 터져나왔다.
이 자리에서 아흐메트 세제르 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이 미흡하다며 뷜렌트 에체비트 총리를 비난했고, 이에 격분한 에체비트 총리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면서 각료들도 총리의 뒤를 따라나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했다.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이자 대통령과 총리쪽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기에 바빴다.
에체비트 총리 내각은 “국가기관의 기능을 감시하는 헌법상의 의무를 진 대통령이 이같은 중대한 문제를 야기한 데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하기를 기대한다”고 대통령의 공식사죄를 요구했다.
반면 세제르 대통령쪽은 에체비트 총리의 개혁의지가 약화됐다고 공격했다.
이날 이후 터키 금융시장은 참담한 지경에 빠졌다.
리라화는 2월22일 이후 달러화 대비 36%나 폭락했으며, 콜 금리는 2월21일 40%에서 무려 6200%까지 급등했다.
터키 정부는 결국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인도네시아와 터키의 금융위기는 공통적으로 정치적 불안정을 깔고 있다.
터키의 금융위기는 이미 2년째 지속되고 있는 문제인데, 여기에 이번처럼 대통령과 총리의 이견으로 정치적 불안정까지 가세해 언제든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인도네시아의 정국불안도 그 기간과 심도 면에서 터키에 버금간다.
특히 미국 부시 행정부가 이전의 클린턴 행정부와는 달리 제 3국의 금융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구제금융에 반대한다는 방침을 천명하고 있어, 양국의 금융위기는 조기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 통화 별다른 타격받지 않을 듯 터키의 경우 한국과는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터키 주식시장이 15%나 폭락한 2월21일 러시아 증시가 10%나 급락하고, 유럽 증시도 큰폭의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터키 위기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발전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유럽 금융기관들의 위축은 국제유동성 부족을 야기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러시아나 타이와 같은 과거 신흥시장 금융위기와는 다소 차별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아시아 주요 국가의 증시는 터키 금융위기 발발 이후에도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진원지인 태국 증시는 정부의 법인세 감축 및 펀드 조성 계획에 힘입어 무려 5% 상승했다.
아시아 통화 역시 터키와 인도네시아의 금융불안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통화 대부분이 변동환율제를 도입한데다 이 지역 대다수 국가의 경상수지가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신흥시장 투자자들은 지난 위기의 경험으로부터 상당한 교훈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가령 러시아 위기 당시 상당수 헤지펀드는 위기의 최초 조짐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자금을 차입해 투자포지션을 확대했다.
이는 결국 위기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불씨를 제공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번 터키의 경우 지난해 11월 최초 위기 조짐이 제기될 당시부터 투자포지션이 점진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의 터키에 대한 대출 비중도 이전 위기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터키에 대한 외국인 채권단의 대출은 439억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 위기가 한창일 당시 해외 채권단의 러시아에 대한 대출 규모는 759억달러에 이르렀다.
미국 경제에 끼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듯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일부 분석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미국 은행권의 터키에 대한 대출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라며 “이번에는 지난 97년 태국 바트화 평가절하 때와 같이 세계 금융권이 동반위기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키의 위기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미국 경제를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모건스탠리증권은 지난 97~98년의 신흥시장 위기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경기호황에 힘입어 진정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세계 경제의 원동력이 되어온 미국 경제가 탈선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현재 신흥시장 위기가 미국 경기 침체로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더욱이 상당수 개도국은(특히 아시아 지역) 위기 이후 구조개혁에 실패하고 있다.
자발적 개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대규모 수출에 의지하는 쉬운 길을 택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비교적 미미한 신흥시장 위기가 크게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는 것이 모건스탠리의 지적이다.
세계 경제가 4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인지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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