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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이랜드 신화의 비결 '지식경영'
[비즈니스] 이랜드 신화의 비결 '지식경영'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1.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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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도입한 BSC·KMS 정착… 불황 속에도 8천억 매출 ‘기염’ 남들은 눈물을 머금고 매출 목표를 낮추고 있는데, 벌써 올해 목표를 다 이루고 미소짓는 기업이 있다.
이랜드 그룹이다.
8개 법인 31개 브랜드로 구성된 이랜드 그룹은 10월말이면 매출 8천억원, 순이익 600억원이라는 올해 목표를 채우게 된다.
올해 순이익 목표는 오히려 7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상반기 경영실적 결산만 봐도 지난해보다 부쩍 성장했음이 드러난다.
반기 매출액은 3703억원으로 15%, 반기 순이익은 448억원으로 65%가 늘어났다.
여기서 눈에 도드라지는 부분이 있다.
매출 증가율보다 순이익 증가율이 4배 이상으로 높다는 점이다.
이랜드시스템스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이랜드 장광규 상무는 '경영시스템이 매출 중심에서 이익 중심으로 바뀐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철저한 브랜드 관리와 이익 중심 경영도 한몫 이랜드는 IMF 구제금융기에 적자 위기에 부딪히면서 써헌트, 제롤라모, 코코리타 따위 적자 브랜드를 정리하고 이익률 높은 수익성 브랜드를 강화했다.
단지 이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여기에는 철저한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혁신적 경영시스템 도입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이랜드 그룹은 이랜드, 언더우드, 로엠 같은 효자 브랜드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푸마, 티니위니 등 새로운 브랜드를 계속 만들어냈다.
브랜드 이미지는 아주 철저하게 관리했다.
일반 대중들 중에서 로이드, 피자몰, 피자리그, 리미드, 2001아울렛이 이랜드 소유 브랜드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심지어 새로운 브랜드 몇개는 이랜드가 만들었다는 사실조차 아예 알려지지 않았다.
기자는 애초 신세대 의류시장에서 세련된 디자인으로 선풍을 일으킨 한 초저가 브랜드를 이랜드의 성공사례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취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랜드 홍보팀은 오히려 그것을 기사화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랜드 브랜드임이 보도되면 그동안 쌓아놓은 브랜드 이미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렇게 철저한 브랜드 마케팅이 그 자체로 이랜드의 성공비결이었던 것이다.
1999년부터 꾸준히 도입한 정보시스템, 경영시스템도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계열사들 가운데 상반기 이익률 증가가 가장 높았던 2001아울렛은 ERP(기업자원관리) 시스템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랜드 문기환 상무는 '지난해 11월 ERP를 도입해 입출고를 관리한 결과 매장 효율성이 좋아져 이익도 늘어났다'고 자랑한다.
직원 1인당 부가가치는 11배 이상 높아졌다.
98년 90만원 수준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 1천만원 이상으로 신장했다.
99년 이래 적용해온 BSC(Balanced Score card),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 등 지식경영 시스템이 제 역할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장 상무는 '지식경영 시스템의 가장 큰 공헌은 회사의 목표를 개개인에 연결시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한다.
지식경영 시스템을 도입하자 가치사슬의 흐름이 바로 드러났다.
그 결과 직원들은 그때그때 적절하게 목표를 조절할 수 있게 됐다.
매장들은 제품이 나오는 즉시 반응을 점검해 가격과 생산량을 적당히 조정하고 재고를 없애 매장 순이익을 높일 수 있었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이 만든 디자인이 얼마나 팔려나가는지 바로 확인해 다음 디자인에 참고할 수 있었다.
매장별, 개인별 실적은 더욱 투명하게 드러났다.
실적이 잘 보이니 인센티브도 모든 직원들이 공감할 수 있게 부여했다.
지난해 언더우드 디자이너 구정연 주임은 성과상여금으로 급여의 800%를 받았다.
그가 속한 언더우드 사업부가 BSC 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언더우드 사업부는 사업이익에서 목표의 204%를, 매장평균 기여이익에서 목표의 661%를 달성했다.
성과가 눈에 보이자 직원들은 어떻게 실적을 높일 수 있을까에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이때부터 KMS가 빛을 뿜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KMS 사이트에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답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직원들은 자신의 노하우와 지식은 다른 직원한테 전수해주고, 모르는 것은 배웠다.
어떤 의류 브랜드 직원은 전국 매장을 가장 빠르게 순회하는 법을 이 사이트에 올렸다.
2001아울렛의 한 직원은 수박 진열을 멋지게 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올렸다.
사내강의는 활발하게 진행됐다.
KMS 사이트에는 지금도 하루에 대여섯건씩 새로운 강의 개설 공지가 뜨고 있다.
이렇게 배우고(Learn), 사용하고(Use), 가르치고(Teach), 점검하는(Inspect) 활동은 이랜드가 개발한 LUTI 지수로 직원들 PC에 나타난다.
이 지수는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이랜드의 성공 스토리는 마치 한사람의 암 투병기같이 들린다.
암에 걸린 사람은 종양 조직을 일찌감치 떼어내고 생활습관을 바꿔야 건강해진다.
이랜드도 부실한 조직을 조기에 제거하고 직원들의 업무습관을 바꿔 이익률을 높였다.
불황의 겨울이 깊어지고 있는 지금, 섭생이 좋지 않은 기업이라면 이랜드의 건강유지법을 벤치마킹해볼 만하지 않을까.
인터뷰 | 장광규/ 이랜드시스템스 대표
'개인의 성과 변화 직접 느끼게 해'

이랜드 지식경영을 총지휘해온 장광규(44·CKO) 이랜드시스템스 대표는 연세대 기계공학과, 카이스트 석사를 거친 후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10년간 근무한 연구원 출신이다.
그런 그가 지금은 지식경영 교육과정에 단골로 불려다니는 지식전문가가 되었다.
경영전문가도 아닌 그가 지식경영 성공사례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비결은 들어봤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대해 저항이 컸을 텐데. 자기 업무만으로도 바쁜 사람들한테 새로운 시스템을 사용하라고 하면 당연히 저항이 생긴다.
이런 저항을 생기면 이것을 극복해내느라 피곤해진다.
가장 좋은 건 저항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어떻게 저항이 없을 수 있나? 우리는 일단 시스템부터 깔았다.
PC화면에 ‘KMS’(Knowledge Management System)라는 항목이 나타나니까 직원들이 이게 뭐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뒤 공개강좌를 하면서 KMS가 유용한 시스템임을 알렸다.
BSC(Balanced Score card)를 먼저 도입한 것도 도움이 됐다.
BSC를 통해 개인의 성과 변화를 지켜보면서 직원들은 개인의 학습, 성장이 회사 성과를 얼마나 높이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KMS를 더 쉽게 받아들인 것 같다.
이랜드 조직문화 자체가 새로운 시도나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수용하는 분위기이다.
그 덕분이기도 하다.
@한동안 노사갈등이 심각했는데. 개인적으로 이랜드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들은 노동운동 차원에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랜드는 커뮤니케이션의 벽이 낮다.
서로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는 분위기다.
이런 문화는 변화의 비용을 낮춰준다.
직원들이 변화를 싫어하면 그 저항을 극복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따라서 조직문화는 곧 경제적 가치와 연결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조직문화가 좋은 편이다.
@BSC와 KMS 결과는 어떻게 활용하는가. 실적 위주의 평가는 흔히 조직원들의 거부감을 일으킨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선 실적이 좋은 직원들을 찾아내 그가 다른 회사로 스카우트되지 않도록 적당한 연봉과 대우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디자이너들만 BSC 결과를 인센티브로 연결했다.
디자이너들은 실적이 곧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실적을 연봉으로 연결시키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관리직처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회사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직능은 BSC를 인사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것을 정하는 기준은 두가지다.
성과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하고, 개인한테 성과의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전문가나 리더한테만 가능한 일이다.
@경영을 전공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노하우를 익혔는가? 책을 많이 읽고 여러 교육기관의 지식경영 교육과정에도 많이 참가했다.
특히 피터 드러커가 쓴 책은 거의 다 읽었다.
그의 책에서 지식경영의 본질적인 부분을 익히는 데에 많이 도움받았다.
G. 하멜의 <코아컴피던스 경영혁명>, 칼 에릭 스베이비의 <지식자산의 측정과 관리>도 유용한 책이다.
기업을 배경으로 한 책은 아니지만 경영 노하우면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책이 있다.
고든 R. 설리번과 마이클 V. 하퍼가 쓴 <장군의 경영학>이다.
이 책은 베트남전에서 패한 뒤 와해 직전에 놓인 미국 육군을 어떻게 정비했는가, 그 과정을 보여준다.
생산성을 높이는 전략에 대한 논문들은 매킨지컨설팅 웹사이트 www.mckinsey.com에서 구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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