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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엄미령 /브랜드 매니저
[나는프로] 엄미령 /브랜드 매니저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1.10.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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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브랜드 꿈꾸는 여전사 강한 브랜드는 영향력만큼이나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다.
최근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브랜드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브랜드 평가에 따르면 코카콜라 브랜드의 가치는 689억달러(약 9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브랜드 가치가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불황기에도 브랜드 힘이 강한 기업은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브랜드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브랜드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브랜드 관리는 흔히 로고나 심볼을 광고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 그것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작업이다.
브랜드 관리를 담당하는 브랜드 매니저는 시장에서 자사 브랜드가 어떻게 전달되고 있는지 관리하며, 동시에 광고와 프로모션을 담당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철저한 시장조사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작업의 결과가 마케팅과 생산에 반영되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라이코스 브랜드 마케팅팀 엄미령 차장은 '자사의 브랜드를 경쟁사와 차별화시키고 고객에게 유일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브랜드 매니저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코카콜라 브랜드 가치 90조 엄미령 차장은 광고대행사 AE(광고기획 담당자), 광고주, 광고 기획, 광고 제작 등 광고계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았고 지금은 라이코스 브랜드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다.
엄 차장은 라이코스의 브랜드를 1년 안에 아시아퍼시픽에서 1등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다.
'야후닷컴, 이베이 브랜드는 해당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부러워요. 1등이 되면 무슨 짓을 해도 통하죠. 가령 코카콜라의 경우 어떤 광고를 내도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든요.' 엄미령 차장은 광고, 프로모션, 이벤트, 조사 등 브랜드 효과를 높이는 모든 활동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다.
라이코스가 온라인 업체인만큼 온라인 프로모션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설날, 추석, 발렌타인데이 등 1년 내내 이벤트를 만들어내는데, 어느 시점에서나 항상 10개 정도의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한다.
온라인 외에도 영화, TV, 인쇄매체 등 오프라인 미디어들도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등장하는 라이코스 e메일 역시 그가 기획한 PPL 광고다.
영화 흥행이 이어지면서 ‘영화 속의 메일’을 찾는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에 나중에는 영화용으로 특수 제작된 플래시 화면을 메일 서버에 붙였다고 한다.
그리고 최근 가수 김진표가 출연하는 TV 광고도 그의 작품이다.
엄 차장은 '이번 TV 광고에서 내세운 광고 브랜드 이미지는 ‘엔터테이닝 라이프 스타일’인데 그런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한다.
요즈음 인터넷 업계의 불황이 지속되면서 엄미령 차장은 브랜드 마케팅을 어떻게 하면 수익과 연결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가장 많이 한다.
강력한 브랜드가 돈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는 불황이 오면 기업은 광고비를 가장 먼저 줄인다.
특히 지금처럼 닷컴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버리고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취할 때는 더욱 긴축경영에 들어간다.
엄 차장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브랜드 매니저가 무조건 광고비를 줄이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말한다.
'브랜드 마케팅은 CEO(최고경영자)가 기업 전체의 경영전략 차원에서 조율해야 합니다.
브랜드 매니저는 세일즈에 미치는 영향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한달에 한번씩 1년 예산을 조정할 정도로 치밀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 엄미령 차장은 대학 시절 심리학과에서 산업심리, 조직심리 등을 공부하면서 광고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 유학 때도 광고 관련 공부를 계속했고 한국에 돌아와서 오리콤에 입사했다.
처음 오리콤에 입사해서는 하도 복사를 많이 해서 손에 습진이 걸리기도 했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4년 동안 열심히 광고 일을 배워서 유한킴벌리, 오비라거 등의 광고를 기획하게 되었다.
특히 유한 킴벌리 ‘크리넥스’ 광고에서는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으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소비자가 뽑은 광고상 등 10개가 넘는 광고상을 받았다.
엄미령 차장은 가장 힘들었던 기억으로 오비라거 광고를 떠올린다.
당시 엄미령 차장이 오비 광고 40년 사상 최초의 AE였던 만큼 광고주는 여자가 술 광고를 한다는 데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광고 회의를 할 때도 부하 남자직원이 들어와야 말을 걸고 엄 차장에게는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고 한다.
엄 차장은 묘안을 생각해냈다.
함께 일을 하고 있던 4명의 동료들에게 광고주로부터 연락이 오면 하나같이 '그건 엄미령씨가 아는데요'라고 이야기하게 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겨우 광고주와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여자가 술 광고를 할 수 있겠나’라는 생각을 없애느라 앉은자리에서 맥주 5000cc를 비우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게 광고를 성사시켜서인지 엄 차장은 '맥주집에서 경쟁사 맥주를 먹는 사람을 보면 부아가 치밀었다'고 회고한다.
엄 차장은 95년 채널아이(LG인터넷)에서 광고주로 일하며 온라인 업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당시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는 못했지만, PC통신 마니아들이 인터넷으로 옮겨가는 시점이었다.
엄 차장은 인터넷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PC통신과는 다른 무엇가를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만약 천리안이 유지태가 등장하는 ‘진짜 인터넷 천리안’ 광고를 당시에 했더라면 지금쯤 인터넷 업계 1위가 되어 있을 거예요.' 엄미령 차장은 당시 고민들이 지금 라이코스에서 일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다양한 작업을 효율적으로 인터넷 서비스는 보이지 않는 상품이다.
보이지 않는 상품의 브랜드를 알리는 작업이 쉽지는 않다.
엄 차장은 온라인 마케팅에는 오프라인과는 다른 법칙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오프라인에서는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한 평가를 한 뒤 구매를 하는 반면, 온라인에서는 구매시점부터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는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붙잡아놓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의 이벤트는 적어도 3만명은 참여해야 성공적이었다고 평가를 받으며, 경품도 아파트, 자동차 등 규모가 크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상품이 적어도 클릭 수가 많고 반응도 빠르다.
그만큼 온라인 마케팅은 반응이 즉각적이며 이벤트 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 꾸준하게 이벤트를 만들고 사용자들과 접촉해야 한다.
이처럼 온라인 브랜드 마케팅은 한꺼번에 많은 일을 진행하기 때문에 온라인 브랜드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많은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브랜드 관리에서는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엄청난 숫자의 브랜드가 소비자 인지를 얻기 위해서 경쟁하는 상황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비자는 많은 것을 기억하려 하지 않거든요. 우리 기업들이 조급증으로 인해 얼마나 자주 브랜드를 바꾸려 하는지, 한국 시장에서는 제대로 된 브랜드가 하나도 없는 실정입니다.
일관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3년 이상 길게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

브랜드 매니저가 되는 길

브랜드 매니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마케팅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수적이다.
마케팅 리서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등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브랜드 매니지먼트 전문가들은 대학에서 광고 관련 과목을 이수한 것 가지고는 당장 브랜드 매니저가 되기에는 무리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은 개념을 잡고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유용한 정도이다.
오히려 광고대행사나 홍보대행사에서 광고, 프로모션, 홍보 등의 업무를 두루 섭렵하는 것이 브랜드 매니저가 되기에 이점이 많다.
그리고 경영학, 심리학, 사회학,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면 브랜드 매니저가 되는 데 도움이 된다.
브랜드 매니저는 시장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며, 시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제품에 대한 전략 수립을 위해서는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여러 프로젝트를 통합해서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창조적인 사고력을 갖추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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