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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IMT-2000의 환상
[첨단기술주] IMT-2000의 환상
  • 신동녘( IT애널리스트)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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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위기에 몰린 한 중소기업 사장이 포장마차에 들러 괴로운 표정으로 소주를 마실 때 휴대전화가 울린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니 딸의 모습이 동영상으로 나온다.
“아빠! 나 오늘 100점 맞았다.
빨리 와!” 아빠는 껄껄껄 웃으며 그동안의 고민을 씻는다.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국내 어느 대기업 광고의 한장면이다.
사람들에게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저 정도 서비스가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신문을 보니 IMT-2000이 상용화될 경우 가장 쓰임새가 높은 분야 3가지를 선정해달라는 인터넷 설문조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화상전화(81.1%)와 동영상광고(40.1%)를 꼽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IMT-2000 서비스가 시작되면 광고에 나오는 것같은 고화질 화상전화가 가능할까?결론부터 말하면 동영상광고나 영화의 예고편 같은 수준은 몰라도 고화질 화상전화는 4세대 이동전화(4G)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IMT-2000의 데이터 전송속도는 이론적으로는 2Mbps이지만 실제로는 600kbps 정도에 그치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통화량 집중으로 인해 전송속도가 이보다 훨씬 더 떨어질 것이다.
우리는 여러가지 이유로 IMT-2000에 대해 다소 과장된 생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가 이뤄질 무선인터넷 역시 상당한 정도 과장을 안고 있다.
조만간 이뤄질 첨단기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여기에 과장이나 환상이 가미될 경우 주식시장에서는 곧 거품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것을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다.
IMT-2000 환상은 금물 무선인터넷은 이동통신을 통해 이뤄진다.
현재의 기술수준에서 무선인터넷을 제공하는 이동통신 가운데 가장 빠른 서비스는 3세대 기술인 IMT-2000이다.
물론 지금의 이동통신에서도 무선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단문전송서비스(SMS)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무선인터넷으로 보기는 어렵다.
무선인터넷이란 전세계에 산재된 다양한 정보와 접속할 수 있어야 하며, 인터넷이 접속된 유무선의 모든 장치와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2세대 이동통신에서는 이것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의 무선인터넷은 현재 이동통신업체가 준비중인 IS-95C나 2002년 서비스 예정인 IMT-2000에서나 가능하다.
2.5세대 기술인 IS-95C의 경우 이론적인 데이터 전송속도가 유선망의 ISDN 수준에 해당하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동영상 전송이 가능해진다.
3세대 기술인 IMT-2000의 전송속도는 이보다 훨씬 빨라 높은 수준의 동영상 전송도 가능하다.
그런데 IS-95C는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부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이 IMT-2000을 선점할 욕심으로 지난해에 서비스 제공을 선언했고, PCS 업체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오긴 했지만 IS-95C 서비스가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었지만 아직도 수도권의 망 구축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의 한국통신 그룹과 LG텔레콤도 서비스 시점이 불투명하다.
이들이 이처럼 투자에 소극적이거나 서비스 시점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IMT-2000의 서비스 시점 때문이다.
2.5세대의 특성상 곧 이어 3세대 서비스가 개시될 경우 IS-95C 서비스는 1.5세대의 시티폰이 걸어야 했던 운명을 걸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단말기 보조금이 폐지된 상황에서 현재 계획대로라면 불과 1년 남짓 사용하자고 이용자가 70만원대의 단말기를 구매할 리는 없다.
그러면 이동통신업체는 당연히 IS-95C 서비스 계획을 취소해야 하는데 이것도 그리 쉽지 않다.
최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IMT-2000 서비스 일정이 예정보다 상당히 지연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는 퀄컴 사장의 ‘IMT-2000 서비스 2년 연기 불가피론’을 보도하면서 IMT-2000 사업자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한 동영상 인터넷 기술의 발전속도를 과대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프랑스의 통신장비업체인 알카텔 역시 IMT-2000, 특히 비동기방식의 W-CDMA에 대해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미국의 나스닥 시장이 통신주를 중심으로 크게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IMT-2000 비동기식 사업자로 선정된 SK텔레콤과 한국통신도 IMT-2000의 사업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은 IS-95C 서비스를 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졌다.
이동통신과 무선인터넷 장비 및 콘텐츠 제공업체들도 덩달아 죽을 맛이다.
사람들은 흔히 무선인터넷의 성공사례로 일본의 i모드를 꼽는다.
NTT도코모는 i모드의 단문서비스, 만화캐릭터 전송, 웹서핑 등으로 현재 1700만명의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그리고 올 5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도쿄 지역을 중심으로 IMT-2000 서비스를 시작하고 i모드 가입자를 자연스럽게 IMT-2000 가입자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i모드에 익숙한 사람들이 기능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IMT-2000을 위해 비싼 단말기를 구입하면서 쉽게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i모드가 IMT-2000의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만일 우리가 IMT-2000이나 이를 통한 무선인터넷에 환상을 갖고 있다면 이는 ‘무선이 유선보다 우월하다’는 오해와 무선인터넷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최소한 유선인터넷 수준은 될 것이라는 착각에서 비롯한 것이다.
무선이 이용자들을 ‘선으로부터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유선보다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데이터나 음성을 전송하는 통신 고유의 기능에서는 유선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등하다.
이런 사정은 앞으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무선의 통신여건이 유선에 비해 척박하기 때문에 좀더 많은 사람들이 고심하다보니 유선보다 복잡한 기술과 장비가 개발되어 첨단인 것처럼 보일 뿐이다.
IMT-2000과 무선인터넷을 좀더 냉정한 눈으로 바라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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