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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IT 대기업 취업도 ‘꽁꽁’
[직업] IT 대기업 취업도 ‘꽁꽁’
  • 한정희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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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공채소식은 늘 대졸자들의 귀를 쫑긋하게 한다.
졸업예정자들은 이맘때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대기업의 채용정보를 수집하고 나름대로 대응전략을 세우기 바쁘다.
대기업들은 보통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다음해의 사업계획을 정하고 그에 따른 인력수급 계획을 세운다.
12월 중순이면 기업의 최종책임자가 결정을 내리고 1월이면 계획을 가시화하기 시작한다.
언론사들은 2월부터 연례행사처럼 대기업 공채규모를 보도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올해는 아직까지 감감무소식이다.
3월에 들어섰는데도 기업들이 좀처럼 채용계획에 대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취업문이 넓다는 IT 관련 대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직 사업방향조차 제대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기업도 상당수에 이른다.
졸업예정자들은 조급한 마음마저 든다.
무엇 때문에 늦어지는 것일까. 삼성SDS 인사담당자는 공채를 두번 정도 계획하고 있으나 실무쪽에서 계획한 것일 뿐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라며 말을 아낀다.
경제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아 대규모 공개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엘지EDS시스템 인사담당자도 “하반기에 500명 정도 공채할 계획이지만 상반기에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포스데이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운 것은 있지만 공식화하기는 부담스럽다”며 끝까지 구체적 수치는 감춘다.
이들 기업이 하나같이 공채계획 발표를 꺼리는 이유는 올해 경기전망이 좋지 않아 인력수급 문제를 결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경비절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경비절감은 인력감축과 바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공채계획을 발표했다가 이를 줄일 경우 지원자들로부터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온라인 구인구직사이트인 인쿠르트 홍보담당자 이민희씨는 “전문가들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상반기에는 20~30% 정도 채용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며 “지난해보다 공채발표가 늦어질 것같다”고 말한다.
대기업들은 공채 계획을 공식화하는 데에도 소극적일 뿐 아니라 공채 자체에 대해서도 소극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기업 채용형태가 대규모 공채에서 소수 수시채용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현상은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이 대규모 공채에서 소수 수시채용으로 돌아선 것은 필요로 하는 인력의 질이 많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관계자들은 현재 IT 인력시장에서는 신규인력보다 경력자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보통신쪽이 워낙 급변하는 분야라 가르치기보다는 완성된 사람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의 경력자 선호 경향이 점차 대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대기업들이 공채에 소극적인 또다른 이유는 수시채용 체제로 돌아서면서 항상 활용할 수 있는 인력풀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지원자의 서류는 대부분 온라인으로만 접수가 가능하고, 각각의 사이트에서는 수시로 지원자를 받고 있다.
삼성같은 경우는 아예 전 그룹사를 통일해서 지원서만 따로 접수하는 사이트를 운영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요즘 수시접수를 통해 들어온 지원자를 1~2달에 한번, 또는 2~3달에 한번씩 심사한다.
여기서 1차적으로 합격한 사람들을 추려두었다가 결원이 생기거나 필요한 인력수요가 발생하면 즉시 채용한다.
기업들이 상반기 공채에 머뭇거리는 이유도 대부분 이 인력풀을 활용해 수시로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엘지EDS시스템도 이 인력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올 2월부터 매달 15일까지는 원서를 받고 나머지 15일 동안은 서류전형을 통해 일차적으로 사람들을 선별해두는 것이다.
서류전형에 통과된 사람은 일단 1차합격 통보를 한다.
보통 합격한 후 2달 안에 최종합격 여부가 판가름난다.
따라서 EDS에 지원한 사람들의 경우 3달이 지나고도 연락이 없으면 자신의 원서가 파기됐다고 봐야 한다.
엘지EDS시스템 관계자는 이 인력풀을 상반기 인력채용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우회로로 돌아가는 방법도 대기업이 IT 인력과 관련해 경력자를 우선시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신입사원 공채를 가볍게 보는 것은 아니다.
이 분야의 역사가 짧고 시장이 무한히 커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전공자들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을 전망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취업을 위해선 먼저 기업들이 최근 신경쓰고 있는 수시채용을 잘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최근 떠오르고 있는 기술과 관련한 자격증을 확보하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IT 전문기업의 경우 정보처리기사 1급자격증은 기본이고, ERP 등 전산 관련 자격증, SAP나 오라클 관련 자격증 등 특정 분야의 구체적 기술을 갖고 있을 경우 많은 도움이 된다.
자바나 인터넷 웹 기반 프로그램을 다룰 줄 아는 사람들은 환영하는 곳이 많다.
수상 경력이나 특정 프로젝트 경험 등도 경쟁에 유리하다.
일정 수준의 토익점수를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한 관계자는 “토익자격증은 특별한 장기라기보다 범용성있는 잣대로 통용된다”고 말한다.
또다른 관계자는 “요즘엔 토익점수가 높아 보통 800점대 이상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한다.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인 영어실력은 취업으로 통하는 1차 관문인 것이다.
이런저런 조건을 따지면 따질수록 대기업 취업의 문은 더 좁아보인다.
그렇다고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약간 우회로로 돌아가는 방법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대기업에서 요구하는 인력은 신입사원보다 경력자들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실무역량과 기술을 익힌 다음 대기업을 두드리는 것이 오히려 실속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소수 수시채용이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겐 항상 길이 열려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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