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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싱텔, 호주를 삼키다
[호주] 싱텔, 호주를 삼키다
  • 권기정
  • 승인 2001.04.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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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투스 주식 52% 확보해 경영권 인수…아태지역 무선시장 제패 교두보 마련 지난 3월27일 <시드니모닝해럴드> <더오스트레일리언> <파이낸셜리뷰> 등 호주의 유력 일간지들은 일제히 ‘싱텔, 200억호주달러에 옵투스 인수’ 소식을 1면 머릿기사로 올렸다.
대부분 1면 머릿기사를 정치권 소식으로 할애하는 호주 신문들이 경제 소식을 올린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처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주인공 옵투스는 민간 통신회사로 텔스트라와 함께 호주 유무선통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통신업계의 강자이다.
싱텔은 싱가포르에서만 182만명의 유선전화 가입자와 150만명의 휴대전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한국통신’이다.
지금까지 옵투스의 주식 19.9%를 보유하고 있던 싱텔은 이번 대규모 인수를 위해 옵투스 주식 52%를 확보함으로써 경영권까지 인수했다.
싱텔은 이로써 총자산 550억달러 규모의 아태지역의 통신공룡으로 떠올랐다.
싱텔은 적법한 인수절차를 거쳐 오는 6월 완전히 옵투스를 점령하게 된다.
통합 회사의 주식은 호주와 싱가포르 주식시장에 공동으로 상장될 예정이다.
현재 싱텔 주식의 78%는 싱가포르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며, 이광요 전 싱가포르 수상의 아들인 이 시엔 양이 경영을 맞고 있다.
싱텔의 옵투스 인수는 여러모로 호주인들에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이번 거래는 지난 3월16일 호주 최대 제철회사인 BHP와 영국계 탄광회사인 빌리톤(Billiton)의 570억호주달러짜리 거래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다.
알짜기업을 팔아치웠다는 자괴감이 일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호주 언론들은 이번 옵투스 매각을 계기로 싱가포르 정부의 대외적, 특히 호주를 대상으로 한 경제 팽창을 우려하고 있다.
옵투스-싱텔이 호주에서 창출하는 이익이 결국 싱가포르 정부의 배를 불려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싱텔은 싱가포르 정부에 의해 통제되고 있으며 회사 수익의 60%가 싱가포르 GDP로 고스란히 들어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최근 호주의 항공, 무선통신, 부동산을 겨냥한 싱가포르 정부와 기업의 투자가 가속화하면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호주 2위의 항공사인 앤셋의 경우 싱가포르에어라인이 전체 주식의 25%를 보유하고 있는 에어뉴질랜드에 인수됐고, 시드니 국제공항은 싱가포르항공국에 넘어갔다.
싱가포르개발은행은 이미 시드니 소재 브로드웨이 쇼핑센터의 소유자이며, 최근엔 호주의 대표적 은행 가운데 하나인 웨스트팩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와 자본의 이런 공격적 ‘호주 사냥’이 호주 경제의 발전보다는 궁극적으론 싱가포르 경제의 팽창을 노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싱텔과 옵투스의 합병은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통신시장의 지역통합화를 부추기고, 아태지역에 통신거인이 출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싱텔이 거대한 중국 통신시장을 겨냥해 치밀한 포석을 깔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수개월간 아태지역 무선통신 시장 선점을 놓고 홍콩의 보다폰퍼시픽(Vodafone Pacific)과 경쟁을 벌여온 싱텔이 옵투스 인수를 계기로 유리한 고지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싱텔의 과감한 행마가 아태지역 각 나라의 선발 무선통신 업체들끼리 ‘전략적 짝짓기’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한다.
호주 최대의 통신기업인 텔스트라는 이미 지난해 홍콩텔레콤과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결국 아태지역 통신시장의 패권을 놓고 텔스트라와 보다폰퍼시픽, 그리고 싱텔이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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