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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박수진 / 비디오 저널리스트
[나는프로] 박수진 / 비디오 저널리스트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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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mm로 무장한 저널리스트 얼마 전 다리 공사를 지휘하던 헬기 한대가 급격히 중심을 잃고 추락하는 사건이 일어나 우리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현장을 보여준 화면은 ‘ENG 카메라’라 불리는 방송용 카메라로 찍은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6mm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번 화제가 됐다.
미국 테러사태를 포함해서 최근 TV 뉴스 시간에 기동성과 현장성이라는 강점을 내세운 6mm 카메라의 눈부신 활약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박수진(34)씨는 6mm 카메라를 메고 방방곡곡 누비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른바 비디오 저널리스트다.
비디오 저널리스트는 아이템 선정에서 촬영, 편집, 내레이션, 자막, 음악에 이르기까지 방송으로 내보낼 때 필요한 모든 작업을 혼자서 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노래 부르는 ‘원맨 밴드’이자 ‘1인 방송국’인 셈이다.
영상이 주는 감동에 매력 느껴 박수진씨가 VJ가 된 계기는 ‘영상이 주는 감동’에서 비롯됐다.
그는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했다 해서 대학시절부터 VJ 활동을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6mm소형 카메라의 조작법도 몰랐다'며 쑥스런 웃음을 짓는다.
1980년대의 ‘고뇌하는 학번’이었던 탓에 그는 세상을 올곧게,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6mm 카메라를 접하게 됐고, 렌즈를 통해 본 세상이 그가 책에서 읽거나 남에게 들어서 알게 된 것보다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 10초의 영상이 주는 감동이 책 10권에서 얻은 지식보다 더 생생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소형 카메라를 구입해 조작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사건의 현장에 몸소 뛰어들었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서서히 ‘VJ’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현재 박수진씨는 ‘허브넷’이라는 프로덕션 소속이다.
선배 VJ들 중에는 프로덕션과 인연을 맺지 않은 ‘독립군’들도 더러 있지만 '아직 배울 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박씨는 비교적 안정적인 일거리가 있고 도움을 줄 동료도 있는 프로덕션에 몸담는 쪽을 선택했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한국방송공사의 'VJ특공대'나 MBC의 '생방송 오늘' 등이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박씨와 같은 VJ들이 각각의 코너를 맡아 촬영하고 편집한 것들을 모아 방송한다.
박수진씨의 경우 소속 프로덕션이 있기 때문에 촬영과 편집은 혼자 해내지만 기획단계에서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
최초 기획회의에서 아이템이 선정되면 아이템을 붙들고 프로덕션의 작가와 전문자료조사 요원들이 방송에 소개할 자료를 이잡듯 샅샅이 뒤져낸다.
취재할 대상과 장소가 선정되면 소형 카메라를 메고 발로 뛰어야 한다.
보통 12~13분짜리 방송을 내보내기 위해 40분짜리 비디오테이프가 20여개나 필요하다.
800분짜리 필름을 12~13분짜리 방송물로 다듬는 편집과정은 대단히 고통스런 작업이다.
그러기에 VJ들에겐 편집능력이 필수요소다.
자신이 전달할 메시지를 압축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줄 수 없다면 카메라에 잡힌 장면들은 의미없는 동영상에 지나지 않게 된다.
박수진씨는 '편집에 필요한 편집언어를 모르고 무작정 카메라에 장면만을 담는다면, 자신이 느낀 감동과 자신이 옳다고 믿는 현장의 진실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수진씨는 'VJ는 세상을 보는 또다른 눈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무심코 그냥 지나치는 사실도 호기심을 가지고 뜯어볼 수 있어야 한단다.
실제로 그가 아이템을 주로 발굴하는 곳은 사람들이 그냥 넘기기 쉬운 지방일간지의 조그마한 단신들이다.
‘그곳에 무엇이 있을까’, ‘어떤 사실들이 그냥 스쳐지나갈까’를 고민하며 카메라를 메고 달려가면 소위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VJ가 세상을 보는 눈을 놀이공원에 놀러간 사람에 빗대 설명한다.
'놀이공원에 그냥 놀러가서 하루를 재미있게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놀이공원 곳곳에서 수백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찬찬히 뜯어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겪는 남다른 체험들 생생한 사건의 현장 촬영에 임하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도 많게 마련이다.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보도하기 위해 119구조대를 촬영해야겠다고 결심하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가 1시간이나 갇힌 적이 있다.
결국 119구조대의 도움을 받아 구출된 박씨는 자신이 구조되는 과정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았다.
의도하지 않았던 생생한 장면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당시 촬영했던 119구조대 대원들은 얼마 전 있었던 은평구 화재현장에서 순직하고 말았다.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경륜장 취재에서 카메라가 돌아가자마자 쏟아지는 욕설과 고성, 폭력에 견딜 수 없었던 일도 있었고, 잠입 취재했던 호스트바에서 카메라를 빼앗겼던 씁쓸한 기억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박씨는 좋은 VJ가 되려면 그런 현장에서도 카메라를 결코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우리 사회의 고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보다 소외되고 소박하며 가난한 이웃들이 카메라를 더 좋아한다'고 말한다.
VJ들의 수입은 천차만별이다.
A급으로 불리는 VJ들의 수입은 상당한 편이라고 한다.
그들이 만든 프로그램이 자주 방송되기 때문에 비교적 제작비도 넉넉하고, 최근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외부 강의와 교육비를 합산하면 큰 돈을 벌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한다.
하지만 보통의 VJ들은 환경이 열악한 편이다.
아마추어 VJ들이 프로가 되는 과정은 배우는 과정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수입 자체도 기대하기 힘들고, 심지어 자기 돈을 써가며 일해야 하는 경우도 있단다.
아직 우리 사회에 VJ라는 직업이 일반화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처우문제가 크게 논의되고 있는 형편이 아니라는 점도 VJ들이 겪는 어려움이다.
박수진씨는 세상과 좀더 정면으로 부딪혀 그 결과를 시청자들에게 알릴 시간을 자주 갖고 싶다.
노사분규의 현장이라든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진실의 감동을 전하고 싶은 것이 그의 꿈이다.
'이제 저에겐 제가 본 사실을 전달할 매체가 생겼습니다.
단 한사람이 보더라도 제가 알고 있고 제 느낌 그대로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박수진씨는 6mm 렌즈가 보여줄 수 있는 사실과 현장의 감동이 왜곡없이 전달되기만을 바란다는 말로 끝맺음을 대신했다.

비디오 저널리스트가 되는 길

최근 비디오 저널리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곳이 점점 늘고 있다.
학과가 개설된 곳도 있다고 하니, 알아보면 참고가 될 듯하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전문학원을 찾는 것이다.
MBC아카데미와 서강아카데미가 비디오 저널리스트를 양성하는 곳으로 가장 유명하다.
그러나 학원에서 배운 이론만으로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바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현장체험을 통해 경험을 쌓아야 비로소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
그리 널리 알려진 방법은 아니지만 선후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직접 VJ프로덕션에 들어가 활동할 수도 있다.
요즈음은 비디오를 다루는 방법 등에 대해서는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으로도 배울 수 있다.
다음이나 프리챌 같은 사이트의 인터넷 6mm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해 서로 찍은 영상물을 돌려보기도 하고 더 수준 높은 편집기술 등을 교류하기도 한다.
기술은 쉽게 습득할 수 있으나,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를 것인가와, 그렇게 얻은 눈으로 어떤 영상을 찍어 효과적으로 편집하느냐가 쉽지 않으면서도 흥미로울 뿐 아니라 중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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