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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바람 앞의 진로 살려낸 ‘참이슬’
[비즈니스] 바람 앞의 진로 살려낸 ‘참이슬’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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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년만에 점유율 53%로 껑충… 진로, 화의절차 2~3년 앞당길 듯 1997년 1월 재계 14위 한보그룹의 도산을 시작으로 대기업의 연쇄부도 사태가 벌어졌다.
동남아에서도 통화위기가 시작됐다는 보도가 날아들었다.
국내 금융기관들의 해외차입 길은 꽁꽁 얼어붙었다.
외환보유고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국가부도 위기설이 공공연히 시장에 나돌았다.
이 해 4월에 삼미그룹이 부도를 냈고, 5월 대농과 한신공영에 이어 7월에는 기아사태가 터졌다.
쌍방울과 해태가 화의를 신청했고, 12월에는 고려증권과 한라그룹이 주저앉았다.
진로도 이런 태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98년 3월 채권단에 낸 화의신청이 가까스로 받아들여졌을 때 진로는 살은 다 빠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상태로 변했다.
16개에 달하던 자회사들 가운데 단 두개만 남았다.
소주회사인 진로와 전선 제조업체인 진로산업뿐, 그밖에 진로에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70여년에 이르는 진로의 역사가 마무리되려는 듯했다.
그러던 진로가 ‘참眞이슬露(참이슬)’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재기의 용틀임을 하고 있다.
98년 10월에 출시된 참이슬은 3년 만에 판매실적이 26억병을 돌파했다.
소주병을 연결하면 지구 둘레를 13번이나 돌리고도 남는다.
시장점유율도 창사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전국 소주시장 중 점유율이 99년에 38%에서 올해 9월에는 53%까지 뛰어올랐다.
해외시장에서도 진로소주의 선전이 두드러진다.
68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진로는 지금 전세계 50여개 국가에 소주를 수출하고 있다.
수출액은 98무역연도(98년 7월부터 99년 6월까지)에 국내 주류업계 최초로 5천만달러 수출 기록을 달성했고, 올해는 8천만달러, 내년에는 1억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주 판매가 이처럼 호조를 보임에 따라 그동안 부실했던 회사 경영상태도 많이 나아졌다.
99년에는 총매출액 7800억원에 10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고, 지난해엔 매출이 전년 대비 6% 증가한 8300억원, 순이익은 871억원을 기록했다.
화의기업의 실적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견실한 성적표를 거머쥔 셈이다.
주류업계의 특성상 진로의 경영정상화가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주류에는 주세라는 세금이 항상 따라다닌다.
소주 자체의 부가가치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매출이 큰 폭으로 늘지 않으면 큰 이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매출액이 급격히 증가했던 99년에도 총매출액 7830억원에서 주세를 제외한 순매출은 5130억원 정도였다.
진로의 홍보팀장 전영태 차장은 '판매량이 급격히 늘지 않으면 주류업계는 세금을 거두는 또다른 징수기관에 불과해 이익을 남기기가 힘들다는 게 정설'이라는 어려움을 털어놨다.
게다가 국내 알코올 소비량의 총량은 그리 크게 늘지 않는 형편이었다.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다, 소비층을 늘려보려고 학생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해준 효자상품이 바로 참이슬이다.
참이슬은 전국 시장점유율 53%, 수도권 시장점유율 90%에 이르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진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현재 진로가 판매하고 있는 주류는 참이슬 말고도 기존의 진로소주와 전통약주인 ‘천국’ 등이 있다.
하지만 참이슬 단일상품이 진로 전체 판매량의 99%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독보적이다.
국내 최초로 대나무숯 여과공법을 도입한 참이슬은 ‘25도 소주’가 주종을 이루던 소주시장에 23도 소주를 내놓은 점 등이 애주가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됐다.
참이슬 하나가 벼랑에 몰렸던 진로를 다시 일으켜세웠다는 이야기다.
일본·중국 등 해외시장 공략 박차 현재 채무에 대해 5년 거치 5년 분할상환 조건을 적용받아 화의절차를 밟고 있는 진로는 2007년으로 예정된 화의기업 졸업을 2~3년 앞당겨 이룬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국내와 해외 시장의 지속적인 판매량 증대에 힘입어 경영상태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고, 유무형 자산 매각도 늦추지 않고 있다.
진로 기획조정실 김영진 상무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터널 끝이 지금은 연필심만하게 보이는 상황'이라며 '하루빨리 화의를 종결하고 경영정상화를 이루어낼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진로는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시장 공략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다.
어떻게든 수입되는 주류의 양을 줄이려는 각국의 견제로 술을 가지고 해외 시장 문을 열어나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진로는 이런 어려움에도 진로소주의 이미지를 일본 시장에 심는 데 성공해 일본 시장에서 98년 희석식 소주업체 중 단일 브랜드로 1위에 올랐고 99년, 2000년에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이런 성공에 힘입어 진로는 만리장성도 넘을 태세다.
진로는 지난해 12월 베이징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명주 진로’라는 신제품을 내놓은 뒤 중국에 그동안 5만3천상자의 소주를 수출했고, 올해는 10만4천상자, 내년에는 31만상자(360만달러)를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2003년까지는 중국에서만 수출 1천만달러를 달성해 이 나라를 세계 제2의 거점 시장으로 삼는 데 회사의 사운을 걸고 있다.
소주는 세계에서 가장 순수한 술이라고 진로쪽은 설명한다.
향기와 맛을 중시하는 고급 위스키나 꼬냑 등은 원료가 가진 성질을 살리기 위해 여러가지 불순물을 걸러내지 않는다.
소주는 불순물이 가장 적은 술이므로 쉽게 취하게 한다.
주정의 알코올 순도가 99.9%나 되는 순수알코올 소주로 진로가 재기에 성공해 화의기업이라는 주홍글씨 문신을 지우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인터뷰| 김영진/ 진로 기획조정실 상무
'제2의 도약 위해 뛰겠다'

-진로의 화의절차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2003년까지는 이자만 부담하면 되고 2007년까지 원금과 이자를 균등분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영상태가 호전돼 예정보다 2~3년 빨리 화의상태를 벗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장진호 회장은 언제 복귀할 예정인지? =현재 경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고 자산매각, 외자유치 등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복귀 여부도 모르는데 언제 복귀할지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잘 모르겠다.
-현재 소주 사업 말고 다른 사업의 구상은 어떤가? =화의가 종료될 때까지 채권단의 동의 없이는 다른 일을 할 수 없다.
채권단의 협약으로 화의가 종료되고 나서야 다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루빨리 경영이 정상화돼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진로가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국내 위스키 시장 대부분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양주부문 70%를 ‘밸런타인’ 위스키로 유명한 영국 얼라이드 도맥사가 소유하고, 진로는 30%의 지분을 가진 ‘진로밸런타인’을 중심으로 합작형태로 진행된다.
이번 위스키부문의 양도로 재무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부채비율을 낮추고 효율적인 경영을 해나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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