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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집없는 설움 내년에 또?
[초점] 집없는 설움 내년에 또?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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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물량 줄어들고 저금리 지속… 중소형 아파트 위주 전세대란 재연될 듯 올해는 무주택 서민들의 전세 구하기가 복권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려웠다.
전세를 구하러 수십 군데 부동산 중개업소를 돌아다녀도 '지금은 물량이 없으니 일단 대기자 명단에 올려놓겠다'는 말밖에 들을 수 없었다.
물건이 귀하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올해 전셋값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10월까지 18.11%나 올랐다.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18평 이하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매맷값을 넘어서는 일도 일어났다.
올해 전셋값이 이처럼 높이뛰기를 한 것은 IMF 경제위기 이후 주택공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해마다 새로운 주택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40만가구 정도의 주택이 공급돼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주택 건설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입주물량 기준으로 주택공급은 20만~30만가구에 지나지 않았다.
그 결과 주택공급 부족이 거듭돼 올해 전셋값 폭등과 매맷값 상승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올해 전세난을 가중시킨 범인은 전세의 월세 전환 추세였다.
사상 유례없는 저금리가 계속되면서 집주인들은 전세 계약보다는 월세를 선호했다.
전세금을 은행에 맡겼을 때는 금리가 5~6%에 불과하지만, 월세는 전세금의 12% 정도 되는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올해 체결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40~46%에 이르고 있다.
10월 아파트 전세 진정세는 잠시의 행복 멈출 줄 모르던 전세가 폭등은 추석 이후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과 9월 각각 2.5%와 2.3% 가까이 올랐던 값셋값 상승률은 10월 들어 평균 1% 이하로 떨어졌다.
가을 이사철이 지나면서 전세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택공급 부족 현상으로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예외적인 호황을 누리던 주택건설 경기가 미국 테러사태의 영향으로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서민들 입장에선 이러한 진정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봄 이사철이 시작되기 전까지 부동산 시세가 다시 한번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현재 전세가 상승이 주춤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잠시 비수기에 접어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내년 전세난이 올해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직도 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부족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난이 가장 심했던 서울시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2001년 5만5531가구에서 내년에는 4만1899가구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올해 소형평형 아파트 건설이 늘어나기는 했다.
하지만 아파트 건설기간이 2~3년 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값셋값 안정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재건축이라는 또다른 복병이 있다.
업계에선 5개 저밀도 지구 재건축을 중심으로 내년에도 재건축 물량이 7천가구에서 1만1천가구에 이를 것으로 분석한다.
전반적으로 전세물량이 압박을 받는다는 얘기다.
내년이 전세수요가 몰리는 짝수해라는 것도 부담이다.
1990년의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전세 유효기간이 2년으로 연장되면서 짝수년의 전세 수요가 홀수년보다 많았다.
업계에선 짝수해의 주거이동이 10~15% 정도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봄 이사철이 가을 이사철보다 주거이동 규모가 크기 때문에 내년 봄 ‘전세 대란설’이 더욱 부력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복병은 많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저금리 상태도 계속될 것이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추세가 더 강화된다는 얘기다.
부동산114의 김희선 이사는 '내년에는 월세 방식의 임대차 계약형태가 전체 계약의 50%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아파트 값셋값과 매맷값이 최소한 올해의 절반 정도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114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내년에도 수도권 지역의 값셋값은 10%, 매맷값은 5~6% 정도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형평형의 경우에는 실수요자와 투자수요가 결합되면서 올해만큼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도 내년에 값셋값이 12%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값셋값이 매맷값을 밀어올리면서 아파트 매맷값도 6% 정도 상승한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결국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는 2003년이나 돼서야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아파트 값셋값이 오른다고 해도 ‘대란’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LG경제연구소 김성식 연구원은 '값셋값이 어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만큼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손재영 교수도 내년 전세 수급이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부에서 꾸준히 임대 주택을 건설하고 있어 내년에는 주택공급에 숨통이 트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평형별로 주택수급의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90%가 넘지만 서울은 72%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중대형 아파트는 수요와 공급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지만 소형 평형 주택은 여전히 공급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올해 전세난이 서울과 수도권의 중소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어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의 값셋값 안정을 섣불리 낙관할 수 없는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정부가 올해 전세난을 겪으면서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다.
오는 2003년까지 국민임대주택 20만가구를 건설하고, 소형 주택 공급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98년 폐지했던 소형 평형 의무제를 부활시킨 것 따위가 그것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서민들의 주택구입을 지원하기 위해 25.7평 이하 신규 분양주택을 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사람에게 7천만원의 범위 안에서 주택구입 자금의 70%까지 융자해주고 있다.
전세난 탈출은 개인 몫으로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이 올해 전세난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내년 봄 이사철의 전세 수급 불균형을 막기에는 불충분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국민임대주택건설은 장기적으로 주택수급의 균형을 맞추어줄 수는 있지만 당장 급한 불을 끌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단기적인 대책으로 내세우는 주택구입자금과 전세금 지원 역시 한계가 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 자금 지원은 신규 분양주택에만 한정돼 있어 혜택의 범위가 좁다.
건설교통부에서도 내년 봄 이사철까지 전월세 가격이 불안해질 우려가 있음을 인정한다.
건설교통부 한만희 주택과장은 '전월세 자금 지원을 통해 서민들의 전월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 이외에 대안이 없다'고 말한다.
당장 내년 봄 이사철에 전세대란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얘기인 것이다.
전세난은 무주택 서민들이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몫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전세 대신 차라리 집을 사라

혹시 있을지도 모를 내년 전세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무주택 서민들이 적극적인 탈출구를 모색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에 따라 어감의 차이는 있지만 내년도에도 상당한 값셋값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참에 아파트를 구입하라고 권한다.
지금까지는 매맷값의 30%를 넘어서는 대출을 일으켜 내집 마련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게 통설이었다.
하지만 대출금리가 낮아져 공격적인 대출을 통해 둥지를 마련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고정 봉급자라면 많게는 집값의 50%까지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라'고 권한다.
어차피 값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거의 없어졌고, 월세를 낼 바엔 차라리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게 속편하기 때문이다.
내집 마련을 할 요량이라면 11월과 12월이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아파트 값셋값과 매맷값은 모두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 봄 이사철이 시작되는 1월말부터는 다시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릴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내집 마련의 꿈은 다시 멀어질 수 있다.
게다가 지루한 호가공방이 이루어지는 지금 시기에는 급매물이 나올 수도 있으므로 다리품을 팔면 월척을 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전세를 끼고 있는 물건을 샀다가 내년 3~4월에 입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아파트들이 장기 융자를 끼고 있고, 값셋값과 매맷값의 차이가 없어 적은 자금으로도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3~4월에 전세가 만기가 되는 물건을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내집 마련의 여력이 전혀 없어 전세를 유지해야 하는 경우에도 지금 움직이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아파트 상승은 서울 중심에서 외곽으로, 아파트에서 다세대·다가구로 전파된다.
따라서 비교적 가격대가 낮고 깨끗한 일산, 분당 등 수도권 외곽지역의 다세대·다가구로 지금 바로 치고들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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