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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 이젠 카드도 움직이는 거야
[서베이] 이젠 카드도 움직이는 거야
  • 이희욱 기자
  • 승인 2001.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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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KTF 금융사와 2인3각 제휴, 통합카드 선봬… 신용카드 시장 지각변동 예고

지갑 속에 줄줄이 꽂혀 있는 신용카드, 전자화폐, 교통카드와 각종 멤버십 카드가 단 하나의 카드로 통합·대체된다면? 더 나아가 각 카드를 사용할 때 받게 되는 혜택까지 통합카드만으로 고스란히 다 제공받을 수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각각의 카드를 발급한 업체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각 업체가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게 가능한 일일까? 그런데 불가능해 보이던 통합카드가 현실이 됐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과 KTF가 카드 통합의 선봉에 서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지난 8월말 국내 1위의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삼성·LG·외환카드와 하나·한미은행 등 국내 5개 금융사, 그리고 전자화폐 업체인 비자캐시와 손잡고 신용카드와 전자화폐 겸용 멤버십 카드를 발급하겠다고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9월말 ‘모네타 카드’란 이름의 통합 멤버십 카드를 선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KTF 역시 국민·BC·삼성카드와 신한은행 및 전자화폐업체인 몬덱스코리아와 제휴해 통신제휴 카드를 발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9월24일 1차로 국민카드를 통해 ‘KTF 멤버십 국민카드’를 시장에 내놨다.
SK텔레콤의 모네타와 같은 기능을 하는 카드다.


국내 굴지의 두 이동통신업체가 신용카드를 발급한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흥미있는 뉴스거리임에는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신용카드 사업에 군침을 흘리며 진출설이 끊임없이 나돌던 SK가 주력 기업인 SK텔레콤을 통해 사실상 신용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두 이동통신업체가 신용카드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신용카드 업무를 두 이동통신업체가 직접 수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카드사들이 기업들과 제휴해 발행하는 다양한 제휴카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거대한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이동통신업체의 막강한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전국에 퍼져 있는 탄탄한 유통망을 감안할 때, 두 이동통신업체가 적어도 신용카드 시장 판도 변화의 중요한 칼자루를 쥐게 된 것만은 부인하기 힘들다.


두 업체의 통신제휴 카드가 지닌 자랑거리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신용카드나 제휴카드에서 볼 수 없었던 막강한 기능을 제공한다는 데 있다.
모네타 카드는 SK텔레콤이 확보하고 있는 1400만명의 휴대전화 가입자와 OK캐쉬백에 가입한 1150만명의 회원을 든든한 ‘예비군’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들 회원들에게 제공하던 OK캐쉬백 포인트와 멤버십 카드 서비스에 더해 신용카드 후불결제 기능과 버스나 지하철, 택시에서 이용할 수 있는 후불제 교통카드 기능을 한꺼번에 제공한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차세대 온라인 결제수단의 핵심으로 떠오른 전자화폐 기능이 ‘별미’로 사용자의 입맛을 돋워준다.
쓸데없이 두툼하기만 한 지갑 두께를 줄일 수 있고, 카드 한장이 3~4종 이상의 카드 구실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후불제 교통카드 기능은 제휴사와 교통카드 시스템 업체간의 협약이 미뤄지고 있는 까닭에, 카드 서비스 업체에서 본격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지는 11월쯤 추가될 것으로 알려졌다.


KTF 멤버십 카드도 형태상으로는 모네타 카드와 다를 바 없다.
KTF 회원들에게 제공하던 멤버십 서비스와 국민카드의 신용카드 및 교통카드 기능이 함께 제공되며, 전자화폐 기능을 포함한 두개의 IC칩이 내장돼 있는 것도 동일하다.
제휴 카드 서비스 업체의 부가 서비스 내용에 따라 이용 고객이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도 마찬가지다.


물론 차이점도 있다.
SK텔레콤쪽은 'KTF에 비해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다'는 것을, KTF쪽은 '실제 요금감면 혜택으로 직접 이어진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모네타 카드는 고객이 카드를 이용해 결제를 할 경우 카드 사용액의 0.6%가 모네타 포인트로 적립되며 이에 더해 OK캐쉬백 포인트가 0.2~0.3% 추가로 적립된다.
또 OK캐쉬백 가맹점에서 카드를 사용하면 2~3%의 추가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비해 KTF의 제휴카드는 카드 사용에 따른 포인트 적립 비율이 0.2% 정도로 모네타 카드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자사의 통신요금 결제나 제휴 업체 이용 실적에 따라 최고 2천원까지 통신요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들 통신제휴 카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더욱 강력한 기능의 만능 결제 시스템으로 변신할 것으로 보인다.
두 업체가 이구동성으로 또다른 진화의 청사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모네타 카드 출시를 발표하면서 '올해 하반기에는 모네타 카드를 꽂아 결제할 수 있는 슬롯형 휴대전화를 출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접촉식·비접촉식 IC칩이 통합된 다기능 칩을 휴대전화에 내장해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KTF 또한 내년 1분기 중에 통합형 IC칩이 내장된 휴대전화를 출시하겠다고 비슷한 시기에 발표했다.
이들의 계획이 예정대로 실현된다면 내년 상반기에는 여러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서로 다른 신용카드를 휴대전화만으로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만능결제’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카드 한장에 3~4종 기능 담아
이들 이동통신업체가 출시한 교통제휴 카드를 두고 두 카드 사이의 사소한 차이를 논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두 회사의 통신제휴 카드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이유는 카드 업체와 대형 통신업체의 ‘윈윈 전략’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SK텔레콤과 KTF 모두 1천만명을 넘나드는 기존 회원들을 점진적으로 통신제휴 카드 회원으로 돌림으로써, 어느 정도 한계에 다다른 이동통신 가입자 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존 회원들의 이탈을 막는 ‘록 인’(Lock In)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 M-커머스사업부 관계자는 '이번 제휴카드 사업으로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며 '장기적으로 무선 전자상거래 사업의 활성화가 목적이다'고 말한다.
KTF쪽 역시 '실제 수익은 카드 업체로 돌아간다.
우리에게 발생하는 일부 수익은 로열티 서비스 제공으로 환원되므로,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수익은 거의 없다'며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자사의 강점인 무선통신을 이용한 전자상거래를 미래의 ‘황금알’로 내다보고 있다.
SK텔레콤쪽은 '기존 멤버십 서비스에 비해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데다 새로운 성격의 카드를 고객에게 인식시키는 데 드는 마케팅 비용을 고려하면 금전적으로는 손해'라고 말하면서도 '가맹점에 시스템이 구축되고 IC칩 리더기가 보급되면 모바일 결제 빈도는 증가할 것이다.
지속적인 거래를 유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시장이 활성화화하면 수익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면에서의 투자’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얼마 전 출범한 자사의 유무선 포털사이트 ‘네이트’를 연동시켜 지금까지 제공하던 다양한 마일리지 서비스를 점차 통합시키고 이를 모네타 카드에 연결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KTF 또한 M-커머스사업부가 주축이 돼 이번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이들은 '신용카드 서비스 업체와의 제휴는 고객 서비스 확대에 있다'고 말하며 '통신 요금 감면과 통합 로열티 서비스 제공을 통해 대부분의 수익을 고객에게 환원할 것'이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무선인터넷 시장이 예상보다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 개척의 돌파구로 ‘M-커머스’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KTF 관계자는 '기존의 매직엔 서비스 확대, ‘휴대전화의 PC화’를 겨냥한 멀티팩 서비스와 함께 M-커머스 사업을 내년 3대 주력사업으로 삼고 있다'며 '이번 통신 제휴카드 서비스도 이런 사업방향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SK텔레콤과 KTF가 내놓은 통신제휴 카드는 이전까지의 신용카드에 비해 한단계 진화한 ‘하이브리드 카드’다.
접촉식·비접촉식 IC칩이 추가돼, 본격적인 M-커머스 시대를 준비하는 카드로 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단계인 현재로선 기존의 제휴카드 형태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두 업체 또한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유통이나 금융, 증권, 정유와 항공 등 다양한 업체와 제휴를 확대해 내년 상반기에는 더욱 강력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KTF M-커머스팀 김명선 차장은 '아직까지는 초기 서비스 단계라 단순한 제휴카드 형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유통, 금융, 정유, 항공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제휴를 확대하고자 계속 접촉중에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지금보다 강력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통신제휴 카드 서비스에 실린 무게를 설명했다.


SK텔레콤쪽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모네타 카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일반인들이 카드 형태의 결제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당장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제 하에 '고객 편의를 위해 카드 형태의 결제수단을 선택하긴 했지만, 앞으로는 휴대전화 속에 집어넣은 IC칩으로 모든 정보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고 카드 형태의 결제수단이 사라질 것을 조심스레 전망했다.



핸드폰 만능결제 시대 오나
앞으로 두 업체의 통신제휴 카드가 얼마나 보급될지, 또한 사업을 전개하는 데 어떤 걸림돌에 부닥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두 회사를 합쳐 2300만명에 이르는 휴대전화 가입자 수와 1700만명에 달하는 멤버십 카드 가입자 수를 고려하면, 최소한 제휴카드 회원 확보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제휴 카드 서비스 업체와의 이익배분 문제나 시스템 보급에서의 비용부담 문제, 일시적인 추가비용 부담에 따른 카드 서비스 업체의 제몫 챙기기 노력 등이 걸림돌로 지적되긴 하지만, 이 또한 원론적인 예측에 불과하다.


양사의 사업담당 진행자들은 '우선은 일반인에게 신개념의 카드를 홍보하고 인식을 확대시키는 게 급선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추가된 IC칩을 인식할 수 있는 리더기 보급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고 있다.
KTF쪽은 '이달말까지 KTF 가맹점에 리더기 보급을 완료할 것이며, 내년 하반기까지는 전국적으로 보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SK텔레콤은 'IC칩 인식이 가능한 장비를 한꺼번에 설치하기에는 시간적·비용적 부담이 크다.
장비 제공업체에서 자금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2년 후를 내다보고 점진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는 생각이다.


불황기에도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며 박터지는 경쟁을 계속하던 카드 업체들이 이동통신업체의 새로운 사업모델에 한뜻으로 모여든 것은 SK텔레콤과 KTF의 브랜드 가치가 지닌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이들이 입을 모아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외치는 것을 액면 그대로 믿지는 않더라도 사용자나 이동통신업체, 카드 서비스 업체 모두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통신제휴 카드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음은 틀림없어 보인다.





LG텔레콤 '우리도 끼워줘'



SK텔레콤과 KTF가 통신제휴 카드 사업에 뛰어듬에 따라 자연스레 LG텔레콤쪽으로 시선이 모아진다.
SK나 KTF와는 달리, LG는 카드와 통신업체를 모두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어 외형상으로는 통신제휴 카드 사업에 진출하기 유리한 내부 인프라를 지니고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과 KTF가 한발 앞서 통신제휴 카드 시장 개척에 나서고 LG카드가 SK텔레콤의 제휴사로 발표되면서, 홀로 남은 LG텔레콤의 대응에 시선이 주목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텔레콤은 'SK텔레콤과 KTF와 같은 방식의 통신제휴 카드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LG텔레콤은 LG카드를 비롯해 5~6개 시중은행 및 카드 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위한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상진행 경과에 따라 변동 가능성은 있지만 빠르면 올해말, 늦으면 내년 상반기쯤이면 제휴카드를 선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4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정유와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LG로선 이래저래 통신제휴 카드를 통해 기존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 틀림없다.
결국 3개 이동통신 업체는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사업 모델을 내세워 경쟁을 벌이게 됐다.
한발 늦게 뛰어든 LG텔레콤이 두 선발 업체와 어떻게 차별화된 전략과 서비스를 보여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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