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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장기증권저축 들까, 말까
[재테크] 장기증권저축 들까, 말까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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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액공제 혜택 매력적… 주식편입비중·매매 횟수 제한으로 주가하락시 손실 부담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장기증권저축’이 10월22일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비과세펀드, 비과세고수익펀드, 근로자주식저축, 비과세고수익고위험펀드 등 엇비슷해 보이는 ‘증시부양 상품’을 잇따라 내놓아 식상한 감도 없지 않다.
모든 상품에는 ‘당근’과 ‘채찍’이 있는 법이다.
장기증권저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근이 좋은 사람은 한번 깨물어봐도 괜찮고, 채찍이 두려운 사람은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당근과 채찍을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장기증권저축은 말 그대로 증권에 ‘장기투자’를 하도록 하는 상품이다.
최소한 1년 이상 주식에 투자해야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근로자주식저축과 비교하면 장기증권저축의 성격을 좀더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근로자주식저축은 말 그대로 근로소득자만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증권저축은 자영업자도 가입이 가능하다.
모든 국민이 대상인 것이다.
물론 전업주부 등은 소득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세액공제를 받을 수는 없다.
주민세와 이자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혜택만 볼 수 있다.
가입대상·가입한도액 확대 근로자주식저축에 비해 가입 한도액도 늘었다.
근로자주식저축은 가입한도액이 3천만원인 데 비해 장기증권저축은 5천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가입기간은 근로자주식저축이 올 연말까지이고, 신상품은 내년 3월말까지이다.
투자금액을 추가로 납입하는 것은 금지돼 있고, 가입시 한꺼번에 납입해야 한다.
저축기간은 근로자주식저축이 1~3년인 반면, 장기증권저축은 2년이 원칙이다.
장기증권저축은 1년이 지나면 중도해지가 가능하며 세금 혜택도 그대로 받을 수 있어 저축기간을 사실상 1년으로 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장기증권저축이 근로자주식저축보다 더 커보이는 ‘당근’은 세액공제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입 첫해는 세액공제액이 똑같다.
두 상품 모두 저축금액의 5.5%(주민세 포함)를 공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2년차에 들어가면 장기증권저축의 세액공제비율은 7.7%에 이른다.
애초 상품목적대로 장기투자자에게 좀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다.
사실 요즘 같은 5% 안팎의 초저금리 시대에 이 정도의 세제혜택은 놓칠 수가 없다.
예컨대 5천만원을 투자해 2년 동안 주식을 보유한다고 해보자. 2년 뒤 주가가 현상태로 유지되기만 해도 세액공제로 평균 6.6%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
2년 뒤 주가가 10% 오른다고 하면 평가이익 500만원에 세액공제액 660만원을 합쳐 1160만원이 남는다.
주식이 10% 떨어져도 최소한 원금 손해는 보지 않는다.
주식에서 500만원의 손해를 보지만 세액공제가 66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증권저축엔 이런 당근만 있는 게 아니다.
근로자주식저축은 주식편입 비율을 30% 이상만 맞추면 됐지만, 새 상품은 직접투자와 간접투자 모두 의무 주식편입비중이 70% 이상이 돼야 한다.
게다가 근로자주식저축은 보유주식의 매매 횟수에 제한이 없지만 장기증권저축은 회전율을 400%로 제한하고 있다.
단순화시켜서 얘기하면 1년에 4번 이상 매매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조건을 어기면 당연히 세금혜택을 받을 수 없다.
두 족쇄가 결코 만만한 것은 아니다.
우선 주식편입 비중을 70% 이상 보유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70% 이상이라면 거의 모든 금액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게다가 매매를 4번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원금손실이 뻔히 보일 정도로 주가가 떨어지거나, 아니면 세액공제보다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도 회전율 제한에 묶여 멍하니 쳐다보고만 있을 수 있다.
이처럼 당근과 채찍이 ‘교묘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이 상품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도 크게 엇갈린다.
재테크 전문사이트인 이모든닷컴 emoden.com 서비스개발팀 강영민 팀장은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은 상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강 팀장은 증시가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란 점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예컨대 미국의 대 테러 전쟁의 확산 여부,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여부 등이 변수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1년 뒤엔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있다.
월드컵 특수, 대통령 선거 등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변수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신호가 확실할 때 상황을 봐서 주식투자를 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벌써부터 모험을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간부도 장기증권저축이 그리 매력적인 상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근로소득자들은 연말까지 근로자주식저축에 가입할 수 있다.
이런 더 나은 대안이 있는 상태에서 장기증권저축에 미련을 둘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팀장은 직접투자는 권하고 싶지 않지만 간접투자상품은 권유할 만하다고 말한다.
장기증권저축의 핵심적인 메리트는 높은 세액공제에 있다.
따라서 세액공제만 따먹는 작전을 펼치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작전을 펼치는 이른바 ‘완전헤지형’ 간접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완전헤지형 상품들은 투신권 펀드매니저들이 현물 주식을 산 뒤 똑같은 가격에 선물 만기일에 맞춰 되팔아버리기 때문에 수익은 제로상태가 된다.
하지만 세액공제만 따져도 현재 정기예금금리인 5%(세전)를 넘어서기 때문에 남는 장사가 된다.
완전헤지형 간접투자상품도 나와 완전헤지형 상품들은 주식편입비율 7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채권에 투자한다.
때문에 실제 수익률은 세액공제률보다 적게는 0.5%, 높게는 2% 정도 더 수익률을 얹어주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증권사를 통해 파는 이런 완전헤지형 투신권 상품에는 인덱스형이라고 표시돼 있다.
부분적으로 헤지를 하는 상품에는 ‘인덱스플러스형’이라고 표시돼 있다.
따라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인덱스형 상품을, 좀더 공격적인 간접투자를 원한다면 인덱스플러형 간접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이 완전헤지형 상품을 팔고 있다.
물론 적극적으로 상품을 권유하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직접투자도 할 만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비관적으로 잡아도 내년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주식은 선행적으로 움직이므로 장기주식저축에 들 수 있는 좋은 시점입니다.
” 그는 올해 안으로 장기증권저축에 가입한 뒤 내년 1분기 정도에 종목을 잡고 매수에 들어가면 된다고 조언한다.
최악의 경우에 주가가 떨어지거나, 반대로 주가가 직상승을 해도 대책이 있다고 그는 말한다.
주식편입 비율 70%나, 매매회전율 400% 규정을 어기고 바로 매매를 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때는 세액공제 혜택을 포기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지금 장기증권저축에 들면 일종의 ‘꽃놀이패’가 되는 셈이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결론은 비슷하다.
자신의 투자성향이나 여윳돈의 성격에 따라 달리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예컨대 안정형 투자를 원한다면 장기증권저축에 아예 눈을 돌리지 말거나 완전헤지형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이에 비해 고수익, 고위험이라는 공격적 투자를 좋아한다면 직접상품를 가입해보는 것도 괜찮다.
판단은 투자자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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