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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디지털TV 지금 사면 후회할 껄
[비즈니스] 디지털TV 지금 사면 후회할 껄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1.1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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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콘텐츠 확보돼야 본격 성장… 2~3년 뒤에나 가격 절반으로 내릴 듯 지난 10월26일 SBS가 디지털 본방송을 시작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방송 시대가 개막됐다.
SBS에 이어 KBS가 11월5일, MBC도 12월2일 디지털 본방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아직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주당 10시간밖에 시청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는 2005년까지 전국에 지상파 디지털방송을 전송할 계획이며 전송시간도 디지털TV 보급률과 방송사의 준비상황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정부에서는 위성 디지털방송은 SDTV(표준화질), 지상파 디지털방송은 HDTV(고화질)로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HDTV 방송은 기존 아날로그 방식보다 5배의 고선명 화질과 CD 수준의 음향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디지털 전송방식을 이용하면 양방향 데이터방송도 가능해진다.
방송사에서 양방향 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하면 현재 PC를 통해 즐기는 정보검색, 전자상거래, 전자우편 등을 TV를 통해서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TV가 PC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에게도 정보화 흐름에 동참할 기회를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뀌었을 때보다 디지털방송이 더 큰 TV 시장을 만들 것이라고 보고, 초기 시장선점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 삼성, 대우 등 가전사들은 전국 백화점을 순회하며 로드쇼를 벌일 예정이며, 방송사와 공동으로 디지털방송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한 공동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가전업계에서 출시하는 디지털TV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제공되는 화질에 따라 고화질(HD)과 표준화질(SD) 디지털TV로 나뉜다.
SD급으로는 HDTV 화질을 구현할 수 없다.
또 셋톱박스(STB) 내장 여부에 따라 일체형과 분리형으로 나뉜다.
분리형의 경우 100만원대의 셋톱박스를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디지털TV 가격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디스플레이다.
디스플레이는 브라운관, 프로젝션, PDP, LCD 네가지가 있는데, 현재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브라운관TV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브라운관TV도 일체형 HD급 32인치 기종이 300만원대다.
주로 40인치 이상 대화면 디지털TV를 만드는 데 쓰이는 프로젝션, PDP 제품의 경우 1천만원을 호가한다.
소비자가 선뜻 구매하기에는 부담되는 가격이다.
지상파 디지털방송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소비자들은 현재 고민에 빠져 있다.
소비자들은 본방송이 시작된 만큼 이왕이면 디지털TV를 사야겠다는 욕구도 생기지만 최고 1600만원, 싼 제품이 300만원에 이르는 비싼 가격에 부담을 느낀다.
‘주당 10시간짜리 방송을 보기 위해 값비싼 디지털TV를 사야 할 것인가?’, ‘앞으로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 사면 손해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정부 발표를 보면 2010년까지 디지털TV 보급률이 95%에 이르면 아날로그 방송은 중단하고 HDTV 방송만 전송한다.
하지만 디지털TV의 높은 가격과 부실한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는 디지털방송의 미래를 정부 기대처럼 마냥 장밋빛으로 볼 수 없게 만든다.
이미 디지털방송을 시작한 미국과 일본에서도 디지털TV 보급이 주춤하면서 방송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고가의 디지털TV 구매를 꺼리고 있고, 방송사업자들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디지털 콘텐츠를 공급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센터 김성환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디지털TV 보급이 더디게 진행되는 요인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부족과 디지털TV 가격을 꼽는다.
'국내 HDTV 방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TV 가격이 일정한 수준으로 내려야 하고 방송사업자들이 시청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 가전업계, 발빠른 움직임 그렇다면 디지털TV의 가격은 언제 얼마나 떨어질 것인가. 삼성, LG, 대우 등 디지털TV 생산업체에서는 2년 안에 디지털TV 가격이 획기적으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삼성전자에서 1998년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대화면 디지털TV ‘파브’의 경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급격한 가격하락은 없었으며, 사양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대우전자 디지털 마케팅팀장인 이동성 부장은 '디지털TV가 비싼 이유는 아날로그 TV와는 디스플레이 장치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300만원대 32인치 HD급 브라운관을 제작하는 데 원가만 70만원 이상 들고, 1천만원을 호가하는 PDP, LCD의 경우도 디스플레이가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부장은 또 '시중에 60만~70만원대 제품도 있는데 이는 아날로그TV에 셋톱박스를 꽂을 수 있는 단자가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제품으로는 HDTV 방송을 수신해도 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며 오히려 저가 디지털TV 제품은 한번 의심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디지털TV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해야만 가격이 상당폭 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디지털TV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디지털방송이 시작되었지만 디지털방송 송출 지역과 방송시간이 제한적이고 방송사에서 제공하는 디지털 콘텐츠도 미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가전업계에서는 '디지털TV 보급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방송사에서 얼마나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라며 콘텐츠쪽으로 화살을 돌린다.
지상파 방송 사업자들은 정부가 정한 일정에 따라 HDTV 본방송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HDTV 프로그램을 제작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KBS 기술기획부 이상유 차장은 '본방송을 시작해도 HDTV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데 많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MBC쪽도 '현재는 정부에서 정한 주당 10시간 의무편성 비율을 채우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경험부족은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극복할 수 있는 문제이다.
디지털방송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방송사들을 가장 압박하는 부분은 HDTV 방송에 필요한 설비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KBS는 제작시설과 송신시설을 도입하는 데 2010년까지 1조355억원을 투자할 계획이고, MBC도 6237억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설비투자 비용뿐만 아니라 HD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도 방송사에는 부담이다.
HDTV 프로그램 제작에는 기존 아날로그TV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보다 50~100% 가량의 비용이 더 든다.
MBC 기술기획부 성보영 차장은 방송사가 아날로그 방송과 HDTV 방송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의 부담을 진다고 호소한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서는 카메라, 편집기, 중계차, 송출기 등 모든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방송사가 다른 투자는 모두 중단하고 HDTV 방송에 필요한 투자에만 집중한다고 해도 재원이 부족한 상태다.
'이런 사정을 들어 방송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강력하게 HDTV 방송을 추진한 만큼 적극적으로 방송사에 재정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가전사들의 디지털TV 판매실적이 HDTV 활성화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본다.
디지털TV를 보유한 시청자들이 50% 이상이 된다면 빚을 내서라도 HDTV 프로그램을 제작하겠지만, 현재는 디지털TV 보유자가 몇만명에 불과한 상태에서 광고수입이 없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TV 보급에 영향을 미칠 또다른 변수인 양방향 테이터 방송의 경우 아직 기술규격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양방향 데이터 방송도 2002년 월드컵 이전에 실시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당분간은 전자상거래나 전자우편 서비스 등은 생각하기 힘들고 방송편성 정보와 녹화코드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KBS 이상유 차장은 '양방향 데이터방송을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다'며 'HDTV 프로그램제작과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양방향 데이터 방송에까지 신경쓰기는 힘들다'고 말한다.
MBC 성보영 차장은 '양방향 데이터 통신은 2003년이면 틀이 갖추어지고 2005년이면 본격적으로 실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방송사, 설비투자 재원 마련에 어려움 방송사 관계자들은 앞으로 2~3년 뒤가 되어야 본격적으로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가전업계에서도 그때가 돼서야 디지털TV 시장이 폭발적 성장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야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
산업연구센터 김성환 연구원은 아직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고가의 디지털TV를 구입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디지털TV 가격 하락여부는 원가의 약 70~80%를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가격 하락여부에 달려 있다.
현재 디스플레이 제조기업들의 양산계획을 고려할 때 원가는 2003~2004년을 고비로 상당폭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가격수준이 절반 정도 하락할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방송사의 디지털 콘텐츠 공급과 디지털TV 가격 전망을 고려할 때 당장 고가의 디지털TV를 구입하는 것보다 2~3년 기다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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