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포커스] 법정에 선 개인정보 유실
[포커스] 법정에 선 개인정보 유실
  • 한정희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과 네티즌의 양보없는 공방전…개인정보보호의 법적장치 관건
국내 최대의 커뮤니티 포털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법정에 서야 할 처지가 됐다.
지난 5월11일 다음의 메일서버 교체작업 중 일어난 사고로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날려버린 3000여명의 피해자 가운데 두명이 지난 8일 다음을 상대로 각각 1000만원씩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몇차례 있었던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개인정보 유실문제에 대해 ‘따끔한 맛을 보여주자’는 네티즌의 결단과, 인터넷 서비스업체의 대표격인 다음의 자존심이 맞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음의 관리소홀”, “시스템 오작동일 뿐” 고소인 윤웅기씨와 백현주씨는 “다음 쪽의 관리소홀로 귀중한 정보를 잃어버리게 됐다”며 “그런데도 다음 쪽은 사과메시지만 개인적으로 보냈을뿐 공식적인 사과도, 사후에 성실하게 책임지려는 자세도 없었다”며 고소이유를 밝혔다.
백현주씨는 “지난 15일 한메일에 들어갔더니 메일박스가 완전히 비워진 상태에서 ‘메일 장애에 대해 사과드립니다’라는 메일 한통만 달랑 남아 있었다”며 “다음 쪽은 5일이 지나서야 ‘최선을 다해서 복구를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왔고, 이후 6월1일이 돼서야 ‘시스템 오작동으로 인한 디스크 장애’라는 최종진단과 함께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다음 쪽은 공식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다만 “사고가 서비스 교체 도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구입한 장비의 문제로 인해 생긴 것이기 때문에 관리자 과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윤웅기씨는 “서버를 신규로 구입해 자료를 옮기는 경우 서비스업체도 주의를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버교체 사실을 미리 이용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점, 메일서비스를 백업해두지 않고 방만하게 운영해온 점, 다른 서비스업체와 같이 평소 중요한 메일을 이용자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해두라고 고지하지 않은 점, 만일의 위험에 대비해 넷시큐리티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점, 서버에 장애가 생겼음에도 이 사실을 즉시 공표하지 않아 회원들에게 자구책의 기회마저도 주지 않은 점” 등을 다음의 과실로 조목조목 꼽았다.
개인정보보호의 법적 기준 마련하자 다음은 약관에 “Daum은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함에 있어 Daum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약관은 5월3일 개정된 것이다.
이번에 소송을 제기한 두사람은 98년에 다음의 회원이 됐다.
이 때문에 당시 약관이 일방적으로 이용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담고 있다면 약관법에 의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다음의 메일서비스는 무료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유료서비스냐 무료서비스냐 하는 것이 법률적 해석에 큰 차이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서비스에 관한 계약관계는 그와 상관없이 쌍방간에 맺은 권리와 의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소송을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법적으로 명확한 기준을 만들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정보보호 문제는 일반적인 법 적용을 하면 거의 대부분이 위법일 만큼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다.
이는 달리보면 법적인 잣대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유권해석의 소지가 많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고소인인 윤웅기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아람법무법인의 김형준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기본취지는 개인정보 보호문제에 대해 법률적으로 명확한 선을 긋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웅기씨는 “사실 승소가 목적이 아니다.
그동안 다음의 서비스에 불만이 많았지만, 처음 둥지를 튼 게 아까워 참고 지냈다.
이제 절이 싫다고 중이 떠나선 안 된다.
중이 절을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존 서비스업체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예방책을 강화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1차 재판은 9월1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