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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컴사망진단서] 5.시장과 고객의 욕구 분석 부재
[닷컴사망진단서] 5.시장과 고객의 욕구 분석 부재
  • 고신영(인터넷컨설팅그룹)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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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영전략의 출발점 '시장조사'...주변환경과 고객취향을 제대로 읽어야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영학자인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Harvard Business School)의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는 그의 저서 <경쟁전략>(Competitive Strategy)에서 “전략의 수립은 그 기업의 주변환경과 연관시키는 데 본질적인 의미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른바 70, 80년대 ‘경쟁전략’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마이클 포터 교수의 이 말은 기업의 향방을 결정짓는 경영전략을 수립에서 주변환경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표>
기획연재 순서
1. 프롤로그
2. 비효율적이 마케팅
3. 시장에 편승해 자주 변하는 경영전략
4. 뚜렷하지 못한 수익모델과 매출 부진
5. 시장과 고객의 욕구 분석 부재
6. 진입장벽이 될 수 없는 기술 사용
7. 고객불만 해소에 대한 노력 부재
‘뉴코크’와 ‘비디오비전’이 실패한 까닭 일반적으로 경영전략의 수립과 실천은 시장조사→전략계획→전략수행→피드백의 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 단계인 ‘시장조사’는 마이클 포터 교수가 언급한 ‘주변환경과의 연관’과 일맥상통한다.
모든 경영전략의 본질적인 출발점은 결국 ‘주변환경을 이해하는 작업’인 시장조사에 있다고할 수 있다.
주변환경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향방이 결정된다.
하지만 국내 오프라인 대기업들을 보면 새로운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장조사를 사전에 꼼꼼하게 수행하는 경우가 그다지 많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많은 기업들이 거시적인 환경에 대한 간단한 분석과, 전략을 수립하는 사람의 개인적인 ‘감’(感)에 의존해 시장환경을 분석하는 것이 보통이다.
조직이 크고, 어느 정도 자금에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도 이런 실정인데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자금에 여유가 없는 닷컴기업들은 오죽할까. 지금부터 약 10년 전 가전 3사들이 서로 앞다퉈 내놓았던 ‘비디오비전’(비디오와 텔레비전을 통합한 제품)은 잘못된 시장분석이 빚어낸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비디오비전은 처음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제품의 참신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높은 시장점유율이 예견됐던 ‘히트예감 상품’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과시욕이 큰 한국인들의 정서에 비디오와 텔레비전을 하나로 묶은 비디오비전은 잘 맞지 않았다.
게다가 제품이 복잡해 고장이 잦은데다 수리도 쉽지 않아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썩 괜찮은 제품이 아니었다.
결국 비디오비전은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빠르게 멀어져 갔고, 매장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품으로 전락했다.
중국에 대형 냉장고를 수출하려다 낭패를 본 LG와 대우 역시 시장조사를 소홀히 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중국 중산층들은 대형 냉장고를 구매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닌데도 이들의 생활수준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것이다.
제대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아 곤욕을 치른 사례는 비단 국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나 브랜드 자산가치 1위로 꼽히는 마케팅의 귀재 코카콜라도 잘못된 시장조사로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지난 100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이어온 코카콜라는 펩시콜라가 시장을 잠식해들어오자 85년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제품으로 기존 코카콜라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이른바 ‘뉴 코크’(New Coke)라고 명명된 이 콜라는 모든 고객선호도 조사에서 기존 코카콜라보다 그리고 경쟁자인 펩시콜라보다도 맛이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코카콜라 경영진은 기존 콜라 생산을 모두 중단하고 미국 전역에 뉴 코크를 선보였다.
초기에 그런대로 괜찮은 반응을 보이던 뉴 코크는 곧 매출액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고객들의 불매운동까지 벌어졌다.
결국 코카콜라는 3개월 뒤 기존 코카콜라를 ‘코크 클래식’(Coke Classic)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출시하는 망신(?)을 당해야 했다.
맛이 더 우수하다고 판명됐던 뉴 코크가 고객들의 외면을 받았던 것은 왜일까. 고객들에게 코카콜라는 단순히 ‘맛있는 음료’가 아닌 ‘하나의 생활, 추억 그리고 미국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고객들의 이런 깊은 심리를 꼼꼼하게 읽어내지 못했던 것이고 결국 2년이라는 시간과 400만달러라는 거액을 날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인터넷 사이트도 ‘제품’이다 시장분석을 잘못해 시장에서 외면당한 국내외 오프라인 기업들의 사례는 닷컴기업들에게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닷컴기업들도 결국 ‘인터넷 사이트’라는 제품을 ‘인터넷’이란 시장에 출시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시장분석으로 실패한 닷컴기업들의 사례를 찾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로 1년 남짓한 생을 살다 간 미국의 푸푸닷컴 www.foofoo.com을 들 수 있다.
푸푸닷컴의 비즈니스 모델은 한마디로 ‘상류층들을 위한 콘텐츠 제공 및 커뮤니티 형성’이었다.
푸푸닷컴은 고급 콘텐츠를 상거래에 융화시키겠다는 수익모델을 내걸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고객들은 그들이 의도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고객들은 콘텐츠와 커뮤니티 기능은 적극 활용하면서도 거기에 융화돼 있는 쇼핑몰은 외면했다.
결국 푸푸닷컴은 1년 동안 무려 3번이나 사이트 개편을 시도했지만 누적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1일 문을 닫고 말았다.
만약 푸푸닷컴이 사이트 오픈 이전에 철저하게 고객취향을 분석했다면 이처럼 비참한 운명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푸푸닷컴의 단명은 사업 기획단계에서 고객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임을 시사해준다.
푸푸닷컴이 고객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낭패를 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면, 오픈마켓 www.openmarket.com은 시장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위험에 빠졌던 경우라 할 수 있다.
지난 94년 문을 연 오픈마켓은 이른바 ‘몰 인 몰’(Mall in Mall)이라 불리는 온라인 쇼핑몰을 선보이며 등장했다.
즉, 자신은 게이트웨이 역할만 하는 쇼핑몰 프론트가 되고 실제 상거래는 입주한 각 업체들에 의해 이뤄지는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넷스케이프 2.0’ 버전이 사용되던 인터넷 초창기 시절, 그런 비즈니스 모델을 그려냈다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볼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작한 오픈마켓이었지만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인터넷 상거래시장이 예상했던대로 큰 폭으로 성장하지 않았고 당시 기술수준이 오프라인 상거래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온라인으로 끌어올 수 있을 만큼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상거래는 고객들에게 오히려 불편만 가중시키는 형편이었다.
위기에 처한 오픈마켓은 자신의 사업모델을 크게 변화시켰다.
바로 쇼핑몰 운영업체가 아닌 ‘쇼핑몰 솔루션 제공업체’로 탈바꿈한 것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쇼핑몰에 관한 한 업계 최고의 기술을 쌓은데다 당시 인터넷 쇼핑몰 시장이 붐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오픈마켓의 변신은 적절한 것이었다.
오픈마켓은 현재 세계 30개국에서 83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솔루션 업체로 성장했다.
시장상황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해 곤경에 빠졌다가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업방향을 설정해 성공한 셈이다.
사용자의 인터넷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3차원 신기술을 적용한 부닷컴 www.boo.com이나 수익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경쟁이 치열한 온라인 애완동물 시장에 진출한 펫스토어닷컴 www.petstore.com 등도 고객에 대한 이해부족과 잘못된 시장분석으로 패망한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제대로 된 시장분석을 위한 몇 가지 원칙 그렇다면 제대로 된 시장분석을 위해 닷컴기업들은 특히 어떤 점들을 유념해야 할까? 닷컴기업들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시장분석의 원칙들을 몇가지 살펴보자. 우선 시장분석을 행할 때는 ‘거시적 시각’과 ‘미시적 시각’을 조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원칙은 한쪽 시각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가 낭패를 본 기업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의 아메리카온라인(AOL)을 지향하다 결국 몰락에 이른 ‘중국국정망’의 경우, 인터넷 사용자가 1천만명이 넘어서는 등 중국 인터넷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콘텐츠 유료화를 실시했다.
그러나 중국 인터넷 사용자는 돈을 내면서까지 인터넷을 이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이 때문에 수익모델 확보에 실패한 중국국정망은 결국 문을 닫고야 말았다.
거시적 환경만 이해하고 미시적 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비해 오픈마켓은 비즈니스 모델의 사업성에 대한 미시적 환경은 이해했지만 인터넷 상거래 시장 전반을 둘러싼 거시적 환경을 잘못 짚음으로써 처음에 애를 먹었다.
시장분석에서 거시적, 미시적 시각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두번째, 고객의 욕구를 파악하는 시장분석을 할 때는 자칫 고객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미용제품 판매 사이트인 리플렉트닷컴 www.Reflect.com은 초기에 소비자의 기호를 완벽하게 파악하겠다는 욕심으로 신규 방문자에게 23페이지에 달하는 질문을 던졌다.
고객의 편의는 간과한 채 확실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가 너무 강했던 이 사이트는 덕분(?)에 초기에 어렵게 찾아온 손님들을 상당수 돌려보내야 했다.
이처럼 고객이 불편을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정보 요구는 곤란하다.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고객들로부터 흡수하고 이를 통해 중요한 의미를 찾아내는 지혜가 닷컴기업들에게는 필요하다.
세번째, 시장분석 자체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과 고객 분석에서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다.
수집한 데이터를 심도있게 분석해 의미를 찾아내는 작업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전문적인 일이다.
페덱스(Fedex)의 성공으로 위축되어 가던 UPS(United Parcel Service)가 ‘친근한 우체부 전략’이라는 새로운 무기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은 전문기관의 심도있는 시장분석 결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최근 닥스클럽 www.daksclub.co.kr 등 일부 닷컴기업들이 사이트 오픈 혹은 전면 개편에 앞서 전문기관에 시장조사나 고객분석을 의뢰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는데, 앞으로 이런 흐름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분석은 “쭈욱” 계속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분석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오픈마켓의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꾸준한 시장분석을 통해 자신의 위치와 새로운 기회를 파악하고, 이를 비즈니스 모델에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골드뱅크, 인츠 등 초기에 성공한 국내의 여러 인터넷기업들이 끝까지 업계 수위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 역시 따지고 보면, 이들이 ‘꾸준하게 시장분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주목해야 할 것이다.
많은 닷컴기업들이 시장 및 고객에 대한 분석작업을 여전히 ‘돈만 드는 일’ 또는 ‘하면 좋지만, 안 해도 큰 상관은 없는 일’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 지는 인터넷 시장에서 이제 제대로 된 시장분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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