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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탐방] 드림인테크
[벤처탐방] 드림인테크
  • 김상범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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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딛고 국내 최고의 e비즈니스 인프라 제공 야심...올 매출 50억 목표 중국 시장 공략 나서
회의실에선 심각한 토의가 벌어지고 있었고 사무실 중앙의 영업팀 직원들은 한결같이 전화기에 귀를 대고 있다.
무엇인가 열심히 설명을 해댄다.
그 옆 SI사업부에선 컴퓨터 한대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사람들이 컴퓨터 화면을 손짓해가며 핏대를 올리고 있다.
기술연구소 팻말이 붙어 있는 방에선 ‘타닥타닥’ 간간이 키보드 소리만이 들려온다.
의자에 기댄 채 잠들어 있는 피곤한 모습의 엔지니어도 눈에 띈다.
여기저기 기웃대는 외부인을 흘낏 쳐다보고 나서 금방 다시 자신들의 일에 빠져든다.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는 사람이 태반이다.
막바지 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테헤란밸리의 오후, 메시징솔루션업체 드림인테크의 사무실은 그렇게 부산했다.
출발과 함께 맞닥뜨린 IMF 한파 드림인테크의 문을 열고 좁은 입구를 지나 사무실 중앙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커다란 세계지도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위에 나란히 걸린 시계 세개. 서울, 북경, 뉴욕이란 검은 글씨가 선명하다.
이곳만 보면 여기가 무역회사인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지 헷갈린다.
입구에서 첫번째 방이 사장실이다.
방이라고 하지만 문은 없다.
다른 사업부들도 한방씩 차지하고 있지만 문이 없기는 다들 마찬가지다.
“지난 5월에 북경에 사무소를 설치했죠. 다음달이면 우리 직원들이 직접 나갈 겁니다.
무턱대고 덤벼들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진척되고 있습니다.
”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앉은 정경석 사장(27)은 중국 시장 얘기부터 꺼내들었다.
“조만간 3억원짜리 제품 계약을 맺을 겁니다.
” 누가 듣기라도 할 듯 조심스럽게 귀띔한다.
얼굴에 자랑스럽다는 듯 미소가 번진다.
그럴만도 하다.
지나온 얘기를 들어보니 말이다.
드림인테크의 시작은 3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97년 10월 경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반이었던 정 사장은 동료, 후배들 8명과 함께 회사를 창업했다.
경상남도 진주에서였다.
“의욕만큼은 하늘을 찔렀습니다.
선배들의 장가밑천까지 갈취(?)해 2천만원을 만들어 시작했죠.” 정 사장 스스로가 프로그램에 관한 한 자신이 넘쳤다.
그는 91년 이미 전국 대학생소프트웨어경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을 만큼 인정도 받았다.
한글과컴퓨터가 내놓은 ‘한글’이 우습게 보일 정도로 자부심이 있었다.
“군대에 가기 전 운영체제가 도스이던 시절에는 정말 프로그램에 관한 한 최고라고 자부하고 살았죠. 제대하고 보니까 세상이 바뀌었더라구요. 도스는 온데 간데 없고 온통 윈도우, 인터넷 세상이었어요. 아차 싶었는데 그때 자바를 만나게 됐지요. 다시 프로그램의 세계에 빠져들었습니다.
” 이렇게 회복한 자신감을 안고 창업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거창지역 창업지원센터를 구축한 것이 드림인테크의 첫 비즈니스였다.
좌절은 빨리 다가왔다.
창업 한달 만에 지금은 생각하기도 싫은 IMF를 만난 것이다.
하기로 했던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고 힘든 나날이 계속됐다.
사정이 나빠지면서 의기탱천했던 창업동료들도 하나둘씩 짐을 쌌다.
다른 직장으로 대학원으로 떠나는 동료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창업 1년이 지났을 때 남은 사람은 정 사장을 빼고 단 두명. 이들과 함께 진주를 떠나 대전으로 올라왔다.
‘사업은 망했다.
다시 시작하자.’ 제2의 창업이란 다짐속에 둥지을 튼 곳은 대전 배재대학교 창업지원센터. 입주금 300만원을 들고 이곳을 찾은 정 사장은 여기서 정말 힘겨운 일용직 노동자 같은 생활을 시작했다.
인터넷 시스템 구축해주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용역업무 따다가 해주고, 정부과제 조금씩 받으면서 버텨갔다.
진주 찍고 대전 돌아 서울 입성 힘든 생활이었지만 조금씩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일감이 늘었고 직원도 한두명씩 채워나갔다.
“용역일만 하니까 안되겠더라구요. 우리만의 제품이 있어야겠다 싶어 개발한 것이 ‘이지메일’(Easymail)이었습니다.
” 자바 기반의 인트라넷 솔루션인 ‘이지메일’은 이후 드림인테크의 주력상품인 ‘엔프라21’(nfra 21)의 모태가 된다.
“‘이지메일’을 처음으로 공급하던 날을 잊지 못합니다.
어찌할 바를 몰랐으니까요. 그날 다들 엄청 취했습니다.
” 5천만원이란 거금을 손에 들고 드림인테크는 중대한 결심을 한다.
바로 서울 입성. 언제고 가야 할 곳이었다.
99년 7월 12명의 직원을 이끌고 서울에 올라왔지만 역시 서울은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대전 창업지원센터에서야 컴퓨터도 주고, 사무실도 주고, 그래서 큰 돈 들이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지만 서울에서는 모든 게 돈이었다.
“처음 석달은 직원들 월급도 못줬습니다.
친한 선배들에게 200만원, 300만원씩 번갈아 돈을 꾸러다녔지요. 신용카드 현금 서비스는 늘 한도초과였고. 그래도 따라와준 직원들이 지금도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 지금은 그래도 돈 걱정은 없다.
고생하며 뛰어다닌 덕분에 제품공급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몇몇 업체에서 기술력을 보고 투자도 해줬다.
20억원 정도되니까 적은 돈도 아니다.
그리고 지금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꿈만 같은 일이다.
드림인테크가 주력하는 솔루션은 두가지다.
하나는 ‘엔프라 21’(nfra 21). 유무선 종합 메시징 솔루션으로 통합메시징서비스(UMS), 대용량 메일 시스템, 보안 시스템, 영상메일 시스템, 무선메시징 시스템 등을 통합한 제품이다.
현재 개인휴대단말기(PDA)나 휴대전화 기반의 무선 메시징 시스템을 한창 개발중인데, 모두 리눅스, 유닉스 기반 서버 솔루션이다.
이것들은 사실상 드림인테크의 얼굴같은 제품으로 현재까지 60여개 사이트에 제품이 공급돼 있다.
알짜리눅스 6.0 버전에 번들로 공급되고 있고 코스닥, MBC , 경기도 경찰청, 교육청, 서울 시청 등 주요 관공서 및 국공립대학과 연구소에서 사용중이다.
종합 메시징 솔루션과 함께 드림인테크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 디지털 콘텐츠 보안 솔루션 분야다.
아직은 활성화된 분야가 아니지만 중장기 주력제품으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세이퍼’(e-SAFER)로 이름붙인 이 제품은 디지털 콘텐츠 불법복제 방지 제품, 워터마킹 솔루션, 전자상거래를 위한 저작권 통합보호 솔루션을 통합한 제품군이다.
HTML, e북, 오디오, 비디오, 영화, MP3 등 디지털 콘텐츠의 유료화를 위한 기본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 분야는 내년 하반기나 돼야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겁니다.
그때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 정 사장은 그러면서도 올해 이 분야에서만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중국, 일본 시장에도 진출하겠다 드림인테크는 지난해 1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50억원. 이미 상반기에 매출목표를 절반 넘게 달성해 순조로운 상황이다.
“새롭게 응용소프트웨어임대사업(ASP)에도 진출할 겁니다.
이를 위해 주력 솔루션을 기반으로 다양한 ASP 모델을 개발중에 있습니다.
” 솔루션에 자신이 있는 만큼 ASP에도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드림인테크의 올해 최대 관심사는 역시 중국 시장 진출이다.
중국사무소에 상주 인력을 파견하는 것도 그래서 서두르고 있다.
올해 가능한 한 안착을 시키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 시장도 현지조사에 들어갔다.
“김 팀장님, 준비 잘되가나요.” 정 사장이 해외영업 팀장과 마주칠 때마다 건네는 인사다.
다음달이면 북경사무소로 장기 파견근무를 떠나야 하는 그에게 요즘 들어 남다른 기대가 느껴진다.
정경석 사장 프로필 1973년생 1998년 경상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졸업 1997년 10월 드림인테크 설립 1999년 9월 (주)드림인테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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