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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양지사 ,25년 다이어리 외길 ‘조명’
[비즈니스] 양지사 ,25년 다이어리 외길 ‘조명’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1.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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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다이어리 외길 ‘조명’ 2년 연속 1000만달러 수출 달성… 국내시장 석권 이어 수출에 매진 이름없는 작은 제조업체가 세간의 화제가 될 땐 일반적으로 몇가지 공식이 있다.
독특한 아이디어로 ‘튀는’ 제품을 선보이거나 시대를 앞선 신기술을 개발했을 때, 일찍부터 첨단 산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결실을 맺었을 때, 그리고 단순하면서도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으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을 때 등이다.
한편으로 오랜 세월 한가지 제품만을 고집스레 생산하는 뚝심으로 꾸준히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있다.
국내 제조업의 발원지인 구로공단 3번지에 자리잡은 양지사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수첩과 다이어리 전문 제조업체인 양지사는 요즘 각광받고 있는 정보기술이나 생명공학을 다루는 첨단기술 업체도 아니고, 그렇다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벤처기업도 아니다.
오히려 양지사의 주요 생산품인 수첩과 다이어리는 이미 국제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평가받는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다.
하지만 25년간 ‘다이어리 외길’을 고집해온 양지사는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해외 시장을 두드려 수출실적을 두배 이상 늘렸다.
게다가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1천만달러 수출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양지사의 올해 매출액은 309억원이다.
해외 및 국내 주문제작과 국내 시판영업을 통해 꾸준히 수익을 올린 결과다.
국내 다이어리 업체는 작은 인쇄소를 포함해 1천여곳이 넘지만, 자체 브랜드를 걸고 영업을 할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양지사가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다.
작은 인쇄소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일일이 통계로 잡기는 어렵지만, 국내 다이어리 시장의 50~6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양지사는 분석하고 있다.
국내 수첩·다이어리 시장은 하반기에 수요가 집중되는 ‘한철 장사’가 특징이다.
양지사도 국내 매출액의 80%가 하반기에 몰려 있다.
양지사 해외사업부 조성현 상무는 하반기에 수요가 집중되는 시장구조는 기업의 다이어리 제작문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업체에서 다이어리를 제작해 배포하는 것은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화입니다.
미국과 유럽 사람들은 대부분 다이어리를 사서 씁니다.
'실제로 외국 다이어리 업체들은 차기년도 제품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고르게 생산하지만, 우리나라 업체은 9월과 10월에 주문이 집중된다고 한다.
자연히 상반기에는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러한 생산 불균형에 대한 해결책으로 양지사가 선택한 것은 수출이다.
설립 초기부터 수출 판로를 개척하는 데 열을 올린 양지사는 설립 2년째인 1978년 호주 수출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일본으로 연속해서 수출길을 개척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 티파니, 토마스넬슨, 아메리칸익스프레스를 비롯해 유럽 지역의 렛스, 베르텔스만 등이 양지사의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다.
지금은 전세계 40여개국에서 양지사 다이어리를 만날 수 있다.
조성현 상무는 '선진국 유명기업에 납품을 해왔기 때문에 제품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며 '수출은 국내 다이어리 시장을 석권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김용세 사장은 양지사 최고 장점으로 ‘신용’을 꼽는다.
'우리가 상대하는 해외 거래처는 100곳이 넘습니다.
하지만 20년이 넘게 수출을 하면서 한번도 납기일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신용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에 양지사와 한번 거래를 맺은 고객들은 좀처럼 거래를 끊지 않는다.
수출을 시작할 무렵인 설립 초기에 거래를 맺었던 7개 기업과는 아직도 거래를 유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공격적 경영으로 IMF 위기 돌파 많은 기업들이 쓰려져간 IMF 시기에 양지사는 오히려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었다.
97년 780만달러였던 수출이 2년 뒤인 99년에는 1120만달러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전체 매출액도 186억원에서 3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IMF 사태 직후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내수시장에서도 대기업 납품에 의존하던 몇몇 동종 업체가 도산했지만, 양지사는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주문제작 사업과 자사 브랜드 시판사업에서 1300여곳의 거래처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지사는 오히려 IMF 와중에서도 브랜드 관리에 더 많은 투자를 했다.
주문제작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브랜드의 신상품을 꾸준히 개발해 시판영업 매출을 늘려나갔던 작전이 들어맞았던 것이다.
김용세 사장은 '당시 양지사가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세워 신상품을 출시하고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해나간 것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실제 양지사는 최근 3년 동안 시판영업 매출액을 해마다 30% 이상씩 늘려왔다.
하지만 요즘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값싼 제품이 무더기로 들어오면서 양지사도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과 동남아시아 제품들은 값이 싼 대신 품질 면에서 뒤처졌다.
하지만 최근 양지사 제품에 비해 30% 정도 값이 싸면서도 품질은 비슷한 중국 제품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가격경쟁력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양지사는 요즘 경공업 제품으로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절실히 경험하고 있다.
조상현 상무는 '3년 전부터는 중국과의 가격경쟁 때문에 겨우 일반관리비 정도의 가격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수출에서는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거래선을 유지하고 상반기에 공장을 돌리기 위해서는 수출을 포기할 수 없는 형편이죠.' 중국 제품과의 경쟁이 부담스러운 것은 중국의 제조원가가 양지사 제품보다 50% 이상 낮기 때문이다.
인건비가 싼 것은 물론이고, 용지 원료인 펄프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현실에 비해 자체 생산이 가능한 중국이 제조원가가 싼 것은 당연하다.
김용세 사장은 최소한 용지값만은 경쟁국과 똑같은 수준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다.
'국제 펄프 시세가 몇년 전만 해도 톤당 1천달러에 육박했는데 지금은 300달러 정도입니다.
하지만 국내 제지회사에서 공급하는 용지값은 떨어지지 않고 있어요.'김용세 사장은 원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해외 용지 공급처를 물색할 계획이다.
자사 브랜드 수출로 중국산 물리친다 고심 끝에 양지사는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가 요소를 처음부터 재구성했다.
습관적으로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리고 해마다 자동화설비 도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인건비가 우리나라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가격 부문에서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김용세 사장은 양지사가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가격 부문 경쟁에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고 믿는다.
'납기 신용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제품 디자인 향상과 견고한 공정을 통해 제품 품질을 한단계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 현재 양지사 수출물량의 97%는 주문자상표 부착생산(OEM) 방식이다.
조성현 상무는 양지사가 세계적인 다이어리 생산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수출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고백한다.
'중국의 값싼 상품이 많은데 해외 바이어들에게 우리 상표로 공급하겠다고 말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겠습니까? 결국 독자적으로 해외 유통망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죠.' 하지만 장기적인 수익창출 창구를 마련하고 회사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사 브랜드를 단 제품을 수출하는 걸 포기할 수 없다는 게 양지사 입장이다.
김용세 사장은 '국내에서는 우리 브랜드 수첩, 다이어리 시장의 70~80%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입지를 굳혔다'며 '수출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뿌리내리는 것이 궁극적으로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한다.
김 사장의 목표는 양지사를 수첩과 다이어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제조업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정직한 산업”이라며 노력의 대가는 반드시 달콤한 열매가 되어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김 사장은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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