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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베이] 네티즌과 모티즌 '내 품안에'
[서베이] 네티즌과 모티즌 '내 품안에'
  • 김윤지 기자
  • 승인 2001.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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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선 통합포털 앞세워 인터넷사업 팔 걷어… SK텔레콤 ‘네이트’ 이어 한통 가세

e비즈니스의 거품이 사그라든 지금, 대기업의 인터넷 사업 진출은 소란을 떨만한 ‘새로운’ 소식이 아니다.
그간 많은 대기업들이 인터넷에 뛰어들었다.
그들 가운데는 인터넷 사업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곳도 있고, 사업에서 다시 철수한 곳도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제 대기업들은 어떤 사업에서든 인터넷을 중시하지만, 그들이 어떤 인터넷 사업을 새로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새삼스레 주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유무선 통합포털’이라는 개념을 내세워 새 브랜드 ‘네이트’를 띄우며 인터넷 본격 진출을 선언하자 많은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
'SK텔레콤이 무선뿐 아니라 유선까지 독식하려는 걸까?', '대기업이 뒤늦게 이제 무슨 포털 사업을?'

SK그룹은 OK캐쉬백을 통해 이미 ‘통합’의 매력을 충분히 맛본 바 있다.
그런 SK의 주력기업인 SK텔레콤이 인터넷 통합 서비스를 펼치겠다고 나섰으니,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실제로 ‘네이트’ 뒤에는 기존 사업모델을 뛰어넘는 SK텔레콤의 야심찬 전략이 숨겨져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e비즈니스의 성과와 한계를 반성하면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SK텔레콤의 PC통신 서비스인 넷츠고, SK(주)의 OK캐쉬백닷컴 등이 모두 수익은 고사하고 손실만 키워가고 있었다.
넷츠고의 경우 더이상 PC통신 기반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업모델의 한계론이 제기됐고, OK캐쉬백닷컴은 통합마일리지 서비스인 OK캐쉬백을 뒷받침하는 것만으로 자리매김을 했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역량이 모이지 못한 채 각개약진하던 그룹 내 인터넷 사이트들을 하나로 통합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결론이 뒤따랐다.


그렇다면 각 사이트들은 어떤 형태로 모아야 하고,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내도록 해야 할까? SK텔레콤은 우선 ‘기기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서비스를 자유롭게 제공받을 수 있게 한다’는 기본방향을 정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 전략과 유사한 비전이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현방법이었다.


'유선으로는 PC, TV, 홈어플라이언스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이 있을 수 있고, 무선으로는 휴대전화, PDA, VMT(Vehicle Mounted Terminal:차량장착 단말기)를 생각할 수 있다.
이 6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을 해보니, 우리는 휴대전화 기반에는 강점이 있지만 PC 기반은 미약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유무선 연계가 인터넷 발전의 중심이 될 것이고, 그중에서도 기본은 역시 PC라고 판단했다.
이 부문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현재 가지고 있는 무선에서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 SK텔레콤 무선인터넷전략본부장 유현오 상무는 PC 기반의 포털사업을 고민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PC는 물론 PDA 등서 ‘두루두루’
SK텔레콤의 이런 판단은 한편으론 매우 자연스럽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획기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재 무선인터넷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이유는 유선인터넷에 익숙해 있는 네티즌들의 인터넷 이용습관에 있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따라서 무선 서비스는 유선인터넷에서 주로 쓰는 서비스들을 이동중에도 잠깐씩 쓰게 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발전시켜야지, 독자적인 무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SK텔레콤이 유선으로 진출하는 것은 필연적인 선택이다.
지금 무선인터넷은 많은 유선 이용자들을 무선으로 끌고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 라이코스 한문건 모바일팀장의 말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을 내린 게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SK텔레콤은 이제까지 강력한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망사업에 중심을 두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인터넷’ 자체에 사업의 초점을 두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그것도 큰 성공의 경험도 없고, 아직까지는 수익모델도 불완전한 유선인터넷을 성장의 기본으로 삼았다는 것은 얼핏 도박으로까지 여겨진다.
'이제까지 이동전화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느라고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는 망도 안정화에 들어갔고, 가입자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다.
그 다음의 성장 엔진이 무엇이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그것은 인터넷이고, 현재 인터넷의 중심은 유선이다.
' 앞으로 고객들은 이동전화로 더 많은 정보를 얻기를 원할 것이며, 이런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고 유현오 상무는 설명했다.


SK텔레콤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존 사이트들을 하나로 모아 새로운 브랜드 ‘네이트’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과연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사이트가 꼭 필요했는지, 그리고 그것을 SK텔레콤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했다.
'결국 유선 포털까지 SK텔레콤이 직접 하겠다는 것인데, 포털 운영이 그렇게 만만한 사업이 아니다.
기존 포털들이 충성도 높은 회원 확보를 위해 겪어온 수많은 시행착오를 SK텔레콤이 과연 단번에 뛰어넘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는 이제까지의 예를 보더라도 유선포털은 대기업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다음 등 기존 포털과 한판경쟁
SK텔레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처음에는 다음, 라이코스 등 기존의 유력 포털들과 다각적인 제휴를 추진했다.
하지만 서로 조건을 맞출 수 없어 계약을 성사시킬 수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기존 그룹내 사이트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 포털들과의 공조가 쉽지 않았다.
유선 분야의 넷츠고, 오케이캐쉬백닷컴, 무선분야의 ‘011 엔탑(nTOP)’, ‘017 아이터치’ 등 어차피 운영되던 사이트들의 흩어진 역량을 결집한다는 의미에서 새 브랜드로 새 사이트를 직접 만드는 쪽으로 전환했다.


네이트는 현재 세가지 축으로 진행된다.
유무선 통합포털의 중심이 되는 유선포털 ‘네이트닷컴’ www.nate.com, 그리고 PDA용으로 최적화된 ‘PDA포털’, 이동하는 차량에서 이용할 수 있는 ‘네이트 드라이브’가 그것이다.


네이트닷컴은 ‘유무선 연동’ 기능에 가장 충실한 포털사이트로 발전돼야 한다는 게 SK텔레콤의 방침이다.
각종 무선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응용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가장 풍부하게 보유함으로써, 무선 서비스 이용의 거점이 되는 사이트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무선기기는 이용자들이 각자 사용하기에 알맞도록 ‘개인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작업도 네이트닷컴에서 손쉽게 할 수 있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PDA 포털은 PDA에서 정보를 이용하기에 최적화된 상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포털이다.
기존 포털들이 제공하던 싱크 서비스 외에 무선인터넷으로 그때그때 정보를 PDA로 보내주기도 한다.
네이트 드라이브는 실시간으로 교통정보와 함께 길 안내를 해주는 서비스다.
SK텔레콤 VMT사업팀 김영기 팀장은 '기존의 텔레매틱스는 지도 그대로 길안내를 해주는 정도였지만, 네이트 드라이브를 이용하면 센터와 직접 연결돼 실시간으로 교통정보와 함께 길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SK(주)가 제공하는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휴대전화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이전 텔레매틱스와 큰 차이라는 설명이다.


네이트닷컴은 이밖에도 웹TV, 웹패드 등 각종 기기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들을 덧붙여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포털을 중심으로 무선망, 서버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기에 각족 기기가 접속할 수 있는 변환기술까지 갖춘 거대 플랫폼 회사로 나아간다.
여기에서 기술적 핵심은 시스템 인프라와 각종 기기변환 기술이다.
이것을 한꺼번에 보유하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
' 조용보 전략사업개발팀장의 설명이다.
기존 포털은 콘텐츠 구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기술적인 면에서 약점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SK텔레콤이 ‘네이트’를 발표하자, KTF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다.
KTF 역시 한국통신 전체 속에서 비슷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미르, 바이엔조이, 메가패스 몰 등 한국통신의 일반인 대상 사이트들은 모두 하이텔로 이관됐다.
'유무선 포털인 가칭 ‘에어패스’ 사이트를 새로 만들어 내년 2월 중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하이텔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
네이트와 같이 하나로 합쳐질지, 기능적으로만 통합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한국통신 마케팅본부 유무선통합서비스팀 도영석 부장은 유무선 통합사업이 꽤 진척된 상태라고 이야기한다.
SK텔레콤과 차이가 있다면 주체가 모기업인 한국통신이라는 점과, 이 때문에 고민거리가 더 많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통신이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무선랜 서비스 ‘네스팟’, KTF가 내년에 선보일 ‘CDMA2000 1x EV-DO 서비스’, KT아이컴이 준비하고 있는 IMT-2000 등 계열사들의 각종 무선망들을 두루 활용하고 보완관계를 형성하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SK텔레콤과 한국통신 모두 가야 할 길을 가는 것으로 보인다.
유선과 떼어놓은 무선인터넷을 생각할 수 없다면, 유선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SK텔레콤의 과감한 발걸음은 선두사업자답다.
그러나 과연 통신사업자가 직접 유선 포털에까지 뛰어든 것이 잘한 선택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유선인터넷이 그만큼 중요하다면 새로 출범시킨 사이트를 기존의 포털들만큼, 또는 그 이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과연 통신사업자들이 쟁쟁한 유선 포털들과의 경쟁에서 그런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장에서는 긍정론과 부정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인터뷰|유현오/SK텔레콤 무선인터넷전략본부장

'포털,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



-기존 포털들이 많은 수고를 거쳐 이제 겨우 유선인터넷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정도다.
뒤늦게 그들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포털 사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는 벤처형 사업이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성공을 거두었는가 생각해보면 성공이었다고만 이야기할 수 없다.
인터넷은 아직도 비즈니스 모색 단계이고, 모델도 검증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료 기반의 틈새시장에선 부분적인 성공이 있었지만, 앞으로 글로벌한 자본력과 마케팅 능력을 가진 업체들이 뛰어들면 게임이 달라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전략, AOL의 AOL 애니웨어 전략 등도 모두 웹 서비스와 포털, 차별화된 플랫폼을 통해 유무선 통합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우리는 무선에서 쌓은 강점을 기반으로 유선인터넷과 연계를 통해 이런 글로벌한 업체들과 경쟁해 나갈 것이다.
SK텔레콤의 체질 자체를 인터넷을 잘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이번 진출을 성공시키기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인터넷은 기술개발이나 비즈니스 모델 개발, 콘텐츠 구성 등 사람에 의존하는 비율이 매우 큰 사업이다.
따라서 우수한 사람들을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중요하다.
사이트 통합을 하면서 우수한 인력들을 네이트닷컴으로 집결시킬 것이다.
그리고 좀더 큰 게임을 준비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SK그룹에서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했다.
OK캐쉬백 등 온·오프, 유·무선이 연계되는 새로운 환경도 구성했다.
기존 포털들과 폭넓은 제휴와 인력 유치 등을 위해 네이트닷컴이라는 별도 법인을 만들어 유선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도록 했다.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SK텔레콤이 전담하면서, 유무선 연계 서비스를 공동으로 수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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