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에서 충성도 쌓아야 무선서 유리… 기존 포털, '노하우 앞선다'당당 SK텔레콤이 네이트닷컴을 통해 유선인터넷으로 본격 진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테헤란밸리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경기악화의 영향으로 어려운 사업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인터넷 포털 업체들에게 이 소식이 반가울 리 없다.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SK텔레콤이 자신들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포털들도 그동안 무선으로의 진출을 끊임없이 타진해왔기에 어느 지점에선가 기필코 만날 수밖에 없었다.
SK텔레콤의 등장에 이들이 크게 긴장할 것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은 분명치 않다.
막상 ‘네이트’가 모습을 드러내자 기존 포털 업체들이 '예의주시하겠지만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다'라는 평을 내놓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김자영 무선팀장은 '하고자 하는 전략이 아직은 사이트 안에 다 들어가지 않은 것 같다.
새로운 무선 플랫폼 서비스가 조금 보강돼 있지만 유선 포털로서의 성격은 좀더 두고봐야 알 것 같다'고 말한다.
라이코스 한문건 모바일팀장도 '네이트가 아직까지는 기존 포털을 견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며, 우리가 위협받는다기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나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고 싶다 '고 말한다.
포털, 무선 활성화 시기 저울질 기존 포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터넷 사용습관에 비춰 유선인터넷에서 쌓인 노하우가 무선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고 입을 모은다.
유선인터넷이 사용자들의 편의성도 높고, 이용자들의 경험도 많이 쌓여 있으며, 기본적으로 포털에 대한 충성도가 놓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선에서 출발해 유선으로 확장을 하든, 유선에서 출발해 무선으로 확장을 하든 결국 만나는 지점은 같겠지만, 강점 분야는 서로 다르다.
이용자들이 어떤 것을 더 선호하게 될지는 아직 판가름나지 않았다.
그러나 유선에서의 강점을 기반으로 무선으로 이용자들을 끌고가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인터페이스 등 무선인터넷 사용환경이 갈수록 유선과 비슷한 형태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 이런 생각을 뒷받침한다.
'다음 김자영 팀장은 따라서 현재 유선 포털 업체들에게는 자신들이 강점을 갖고 있는 유선인터넷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무선 환경에서도 쉽게 쓰도록 만드느냐가 첫번째 과제라고 이야기한다.
SK텔레콤도 이런 점들을 고려해 처음에는 기존 포털들과 제휴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다음에게는 이번에 합쳐진 사이트들 가운데 하나를 제시하며, 다음이 이 사이트를 이용해 유무선포털을 만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고 알려져 있다.
라이코스를 아예 인수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그러나 M&A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업계 분위기 때문에 이런 시도들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포털 업체들이 경영권을 포기하려고 하지 않아 이야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 포털들로서는 유선인터넷에 대한 노하우도 많고 회원도 많아 아직은 유리한 상태이며, 따라서 특별한 시너지가 보장되지 않는 한 무작정 대기업의 우산 속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자세다.
기존 포털들이 이런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은 대기업이라고 꼭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는 점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진출해서 성공한 포털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여기에 네이트의 경우는 여러 사이트들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라서 조직적 정비를 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평이다.
무선에 대한 기술과 인프라는 갖추고 있지만, 사이트들을 합치면서 생기는 구멍을 메워줄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서는 기존 포털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런 이유로 유선인터넷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포털들은 현재 당당하게 통신사업자들을 대하고 있다.
PDA, 유선 기반 서비스 구현 쉬워 오히려 기존 포털 업체들은 유무선 통합 포털에서 무선 포털 기능이 꼭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무선 서비스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포털이라는 것은 사용자의 모든 문제를 풀어주는 관문이다.
그런데 과연 이용자들이 무선 단말기 안에서 그런 문제를 풀고자 할까? 현재 PDA에서 기존 포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이용비중을 살펴보면 대부분 각 유선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두가지 서비스가 60~80% 정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검색은 유선에서는 어필하지만 무선에서는 사용도가 높지 않은 서비스다.
'프리챌 신재명 무선서비스팀장은 무선은 유선의 보조수단이며, 무선에 어울리는 서비스는 따로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 한두가지 서비스를 개인 중심으로 쓰기 쉽게 만들어주는 것이 무선 포털을 잘 꾸미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유무선 연계가 쉽도록 많은 서비스를 구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무선에서만 꼭 쓸 법한 유선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가려내는 게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탓인지 무선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기존 포털 업체들의 무선 서비스 진출은 그다지 활발하지 않다.
현재 많은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PDA다.
유선 기반 서비스를 휴대전화보다 훨씬 잘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 KTF 모두 PDA 포털을 내놓으면서 공격적인 모습을 취한다.
그러나 기존 포털 가운데 PDA 포털을 제공하고 있는 곳은 다음과 라이코스 정도다.
다른 포털들도 PDA에 콘텐츠를 서비스하고는 있지만 포털 형태는 아니다.
프리챌도 내년 하반기에나 PDA 포털을 선보일 계획이다.
'PDA나 차량장착 단말기 등 무선 단말기들의 시장 활성화 시기를 가늠하면서 판단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은 장기적인 시장 전망만 보고 무작정 투자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4월에 PDA 포털을 시작하면서 하반기면 PDA 활성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시장 활성화 시기가 상당히 지연되고 있다.
'다음 김자영 팀장은 전략적으로 단말기의 수준을 보면서 서비스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수익성을 외면할 수 없는 포털 업체들의 고민이 드러난다.
기술적인 장벽이 없는 것도 아니다.
PDA든 휴대전화 플랫폼이든 업계 표준기술이 없다는 점이 발걸음을 주춤거리게 한다.
20여가지 PDA 기종에 대한 서비스 지원은 현재 모든 서비스 업체들의 숙제다.
이런 면에서 인력과 자원이 풍부해 기기별 변환기술에 자신감이 있고, 망에 대한 독점적 기술을 가지고 있는 SK텔레콤과 같은 통신사업자는 부담스러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
물론 포털들은 기술적 한계를 서비스와 콘텐츠로 넘어설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에게 반가운 것은 휴대전화 기능이 부착된 PDA가 나오면서 차세대 무선인터넷을 끌고갈 분야로 PDA에 대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50만원대의 PDA에 휴대전화 기능을 부착하는 데 30만원 가량이 든다는 것은 여전히 한계로 작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이용자 층이 크게 확대될 것이란 예상이다.
서구에서는 PDA가 주소록이나 일정관리 수단으로 자리를 잡은 데 비해,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주로 무선인터넷을 쓰는 수단으로 PDA 보급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하튼 기존 포털들은 언제든 무선 서비스로 진출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무선인터넷 망 개방과 같은 문제가 풀리면 포털들의 무선 진출은 훨씬 가속화할 것이란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단 SK텔레콤이 네이트닷컴과 같은 유선 포털을 만든 목적 가운데 하나가 앞으로 망 개방이 될 경우에 대비한 사전포석이라는 점은 기존 유선 포털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기존 포털들이 무선으로 마구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쓸 만한 유선 포털을 하나 만들어두어야 할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들린다.
그렇다면 SK텔레콤과 기존 포털들의 본격적인 승부처는 유선인터넷이라는 게 좀더 명확해진다.
유선의 충성도를 무선으로 끌고가야 한다면, 유선에서 충성도를 쌓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