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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토토 복권, 그게 뭐야?
3. 토토 복권, 그게 뭐야?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1.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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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 회사 TV 광고 참 좋더라. 그런데 타이거풀스가 뭐하는 회사냐?' 타이거풀스 김종문 전무는 요즘 이런 엉뚱한 질문을 받고 난처할 때가 많다.
가뜩이나 영업도 잘 안 돼 속상한 판에 말이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으면서 광고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스포츠 토토가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광고를 볼 때마다 김 전무는 울화통이 터진다.
'이 아이들의 소중한 꿈을 타이거풀스가 키워드립니다.
'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광고이긴 하지만, 타이거풀스가 팔고 있는 스포츠 토토에 대한 설명은 한마디도 없다.
이렇게 애매모호한 광고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건 스포츠 토토 사업이 사행산업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건전한 스포츠 문화 정착과 국민 여가 선용,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라는 장엄한 구호를 내걸고 지난 9월 첫선을 보인 스포츠 토토의 판매실적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지금까지 다섯차례 발매됐는데, 그때마다 겨우 1억원 조금 넘게 팔렸을 뿐이다.
일찌감치 지난 3월부터 사업을 시작한 일본이 회마다 평균 22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과 비교하면 참담하기 그지없다.
김 전무와 타이거풀스 사람들은 스포츠 토토가 팔리지 않는 것은 TV광고를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만 해도 정부가 나서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너무한 것 아닙니까. 스포츠 토토가 잘 팔리면 축구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월드컵 재원도 마련할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 스포츠 토토는 14개 축구경기의 결과를 승, 패, 무승부로 나누어 맞추는 게임이다.
내용은 대충 경마나 경륜하고 비슷하지만, 타이거풀스는 사행의 냄새를 지우려고 애를 쓴다.
스포츠 토토를 맞출 확률은 경마나 경륜보다 훨씬 낮다.
14개 경기를 모두 맞출 수학적인 확률은 3의 14승, 즉 478만2969분의 1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학적인 확률일 뿐이고 경기 결과를 예측할 능력이 어느 정도 있다면 당첨 확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스포츠 토토가 지지부진 팔리지 않는 건 광고를 못하는 것 말고 다른 이유도 있다.
축구팀이 10개 밖에 안 돼 14개에 미달되기 때문에 타이거풀스는 고육지책으로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누는 방법을 썼다.
승패도 맞추기 힘든데 전반전과 후반전을 모두 맞춰야 한다는 건 참 피곤한 일이다.
이 때문에 어려워서 못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포츠 토토가 팔리지 않으면 월드컵 경기장 건설에 들어간 엄청난 재원을 마련하는 일도 차질을 빚게 된다.
스포츠 토토의 판매금액은 50%만 당첨자에게 돌아간다.
나머지 50% 가운데 25%는 타이거풀스가 갖고 25%는 체육진흥관리공단이 갖는다.
한때 한국능률협회는 스포츠 토토 사업의 매출액을 2천억~4천억원으로 추정했다.
한술 더떠 타이거풀스는 6천억원에서 1조원은 될 거라고 큰소리를 치곤 했다.
스포츠 토토의 사업주체인 체육진흥관리공단은 스포츠 토토의 판매금액 가운데 상당부분을 월드컵 경기장 건설비용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다.
지금처럼 판매가 지지부진하면 이런 계획은 크게 틀어질 수밖에 없다.
타이거풀스는 D-200 행사를 계기로 월드컵 분위기가 살아나면 스포츠 토토의 판매도 조금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얼마 전부터 발매하기 시작한 ‘토토 스페셜’도 기대를 모은다.
전주에서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 한국과 세네갈 경기를 대상으로 처음 발매된 토토 스페셜은 경기 결과를 1점부터 5점까지 전반전과 후반전 점수를 알아맞추는 게임이다.
12월부터는 아예 인터넷과 휴대전화로도 스포츠 토토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직 법적인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타이거풀스는 사태의 심각성에 미루어 별 무리없이 허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월드컵은 코앞에 다가왔는데 좀처럼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수천억원을 쏟아부으며 스포츠 토토 사업을 준비해왔던 타이거풀스는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당혹해하고 있다.
기대가 컸던만큼 당혹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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