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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비즈니스] 거리는 지금 인터넷 물결
[e비즈니스] 거리는 지금 인터넷 물결
  • 김상범
  • 승인 2000.10.18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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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인터넷단말기 도심곳곳 융단 폭격…제2의 PC방 신화를 꿈꾼다
회사원 김씨. 지방출장을 위해 터미널에 도착한 그는 갑자기 고객에게 중요한 전자우편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을 살피던 그는 터미널 한쪽 구석으로 달려가 PC앞에 섰다.
동전을 집어넣자 광고가 흐르던 PC 화면이 윈도우 화면으로 바뀐다.
김씨는 인터넷에 들어가 자신의 우편함에 있던 전자우편 하나를 고객에게 전달한다.
안심하고 돌아선 그는 이제 신문 가판대로 향한다.
가정주부 박씨. 마침 휴일이어서 파마를 할 생각으로 미용실을 찾았다.
먼저 온 손님들이 많아 한참 기다려야 한다.
그는 잽싸게 미용실 한쪽에 놓인 PC 앞에 앉는다.
100원짜리 동전을 하나 넣고 인터넷에 접속해 미용 사이트를 뒤진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차례가 되고 그는 조용히 거울 앞에 앉는다.
서울 하늘 아래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은행, 동사무소, 병원, 전철역, 터미널은 물론 미용실, 카페, 극장, 당구장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모일 만한 곳이면 어김없이 인터넷 접속을 위한 공중PC가 설치되고 있다.
공중전화를 걸 듯 동전이나 카드를 집어넣으면 제깍 인터넷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조만간 공중전화보다 공중PC를 찾는 게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제2의 인터넷 바람을 몰고오는 중 공중PC는 100원짜리 동전을 하나 넣으면 3분에서 5분 정도 작동하는 자판기식 PC다.
동전이 없으면 신용카드나 IC카드로 요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 주요 도시에 1천여대가 설치돼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 주요 설치 장소다.
그렇다고 공중PC의 확산이 자연스런 사용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이를 비즈니스 모델로 한 업체들이 등장한 것이 먼저다.
대표적인 업체가 팝컴네트와 조은넷이다.
팝컴네트 www.popcom.net는 공중인터넷PC ‘팝컴’을 들고 찾아왔다.
현재까지 동서울터미널, 군포시청, 롯데월드 등 공공지역을 중심으로 300여대를 설치했다.
팝컴네트는 특히 최근 군부대 화상면회소 설치 독점사업자로 선정돼 다음달부터 ‘팝컴’을 각급 부대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재 300여대가 시범적으로 설치되고 있다.
내년까지는 총 8천대로 늘어난다.
민수용(?)까지 합치면 내년 상반기까지 총 3만여대의 공중PC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조은넷 www.joun.net은 전국 터미널, 미용실, 커피숍 등에 모두 150대의 공중PC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예약 접수된 곳도 400여곳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달 한국통신과 초고속공중인터넷에 대한 공동마케팅 협정을 체결했고 쌍용, 컴팩컴퓨터와도 제휴를 맺었다.
쌍용과 함께 2003년까지 총 40만대의 공중PC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밖에 티니텔 www.tinitel.com 이 통합공중용컴퓨터 ‘티니텔’을 개발해 주요 관공서를 중심으로 세력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국내 인터넷 확산에 일등공신으로 꼽혀온 게 PC방이라면 이제는 공중PC가 그 뒤를 이을 것이라며 자신만만이다.
거리의 인터넷, 종류도 갖가지 거리로 나선 것은 공중PC만이 아니다.
공중전화기능과 인터넷 접속기능을 함께 갖춘 공중전화형 인터넷단말기도 시나브로 서비스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민텔 www.mintel.co.kr이 잠실 롯데월드 안에 공중전화형 인터넷단말기 ‘멀티폰 2000’ 11대를 설치해 시범운영하고 있다.
공중전화형 인터넷단말기 ‘웹텔’을 개발한 케이디넷 www.kdnetwork.co.kr은 지금까지 270여대를 서울 시내에 설치했다.
공중PC는 말 그대로 PC다.
실제 PC에 중앙 원격제어 시스템, 과금 솔루션을 장착한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다.
그러나 공중전화형 단말기는 인터넷의 경우 단말기 업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만을 이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 대신 공중전화 기능과 기타 부가기능을 두루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터치버튼형 정보자판기 형태의 인터넷단말기도 공중인터넷 시장에 발을 들여놓았다.
유가정보기술 www.yougar.co.kr이 공급하는 ‘인터넷 게이트’는 40여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제공한다.
터치버튼을 이용하는 간단한 형태인데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수도권 전철역사에 100여대가 설치돼 시범 운영중이다.
형태와 서비스 종류는 다르지만 거리에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이런 공중인터넷 단말기들은 10여개 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해 저변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장밋빛 미래, 그다지 멀지 않은 듯 공중 인터넷단말기가 PC방만큼이나 확산돼 새로운 인터넷 문화를 형성할 것인가는 아직 낙관하기 이르다.
여러가지 걸림돌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용을 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이것은 단말기 업체들에게는 수익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팝컴네트 최승혁 사장은 “현재 동서울터미널에 설치된 공중PC의 경우 월 30만원의 수익을 내고 있다”며 시장성을 낙관하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이 충분히 수요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처음에는 호기심에 동전을 집어넣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거리의 인터넷 사용인구가 확대될 것인가 하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더구나 PC방이 많이 확산돼 있는 상황이다.
업체들은 “잠깐 사용하는 데는 PC방보다 경제적”이라며 PC방과는 근본적으로 사용용도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공중 인터넷단말기가 많이 보급돼야 한다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공공기관은 물론 개인사업자들이 공중 인터넷단말기를 많이 사줘야 하는데 사정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서비스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인터넷 접속 PC를 설치하는 공공기관이 늘어나고 있고, 야후나 다음처럼 마케팅이나 회원확보를 위해 공공장소에 무료 PC방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는 닷컴기업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서도 업체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공중 인터넷단말기를 설치하면 고객은 서비스를, 기관이나 업체들은 사용료를 얻게 돼 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후관리나 업그레이드도 보장되는 이점이 있어 공중 인터넷단말기의 수요는 밝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후관리라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공공장소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하려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공중PC 업체들의 경우 원격제어 시스템을 이용해 PC관리를 자동화했다고 하지만 물리적인 훼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업체들은 “관리의 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라면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훼손율이 낮다”며 안심하는 분위기다.
조은넷 영업부 김장원씨는 “마우스나 키보드 같은 경우 비상대기 물품을 많이 준비했는데 실제 훼손되거나 도난당한 경우는 1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팝컴네트 최승혁 사장도 “공중 인터넷단말기 자체가 그러한 점을 감안해 디자인되기도 했지만 시민의식의 성숙도도 생각보다 높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체들의 전망은 낙관 쪽으로 기운다.
그러나 열쇠는 사용자가 쥐고 있다.
이들이 관심을 갖고 필요성을 인식하느냐는 공중 인터넷단말기가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나 기술적 완성도에 달려 있다.
인터넷 접속장치가 PC 외에 IMT-2000이나 PDA 같은 무선단말기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도 미래를 무조건 낙관할 수만은 없게 만든다.
이 때문에 공중 인터넷단말기도 설치된 장소와 목적에 따라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부가기능을 추가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은행의 경우 인터넷뱅킹 전용 서비스를,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의 경우 예매 기능을, 미용실의 경우 미용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모바일인터넷은 멀티미디어의 한계가 있는 만큼 공중 인터넷단말기와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차별화된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을 표시한다.
차별화된 기능으로 업그레이드해야 최근 여성포털 사이트 아이지아www.iZia.com를 운영하는 오픈아이는 대한미용사회중앙회와 함께 전국 미용실에 200만원 상당의 펜티엄급 PC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야후코리아도 이달 코엑스몰 버거킹 매장에 무료 PC방 1호점을 개설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거평프레야에 무료 PC방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다음이나 야후는 사용실적에 따라 지속적으로 무료 PC방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통신업체들도 회원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인터넷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공공기관들의 인터넷 사용공간 만들기도 확대되고 있다.
공중 인터넷단말기가 여기에 가세해 기세등등하다.
2000년 가을 인터넷 코리아의 물결은 도도하다.
인터넷 강국 코리아는 이제 인터넷 천국으로 업그레이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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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20-07-29 14:00:54
저 기사에 나온 회사들은 다 망했을지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