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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매출 소폭 증가, 이익 대폭 감소
[머니] 매출 소폭 증가, 이익 대폭 감소
  • 이정환
  • 승인 2001.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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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기술주 220개 1분기 실적 분석... 신경제쪽 가까울수록 부채비율 적어
뚜껑을 열어본 1분기 실적은 참담하기 짝이 없었다.
곳곳에서 성장성이 크게 꺾이는 조짐이 엿보인다.
거래소와 코스닥에 올라 있는 12월 결산법인 1056개 기업들이 1분기 성적표를 발표했던 지난 5월16일, <닷21>은 첨단기술주 220개 기업을 따로 뽑아 1분기 실적을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첨단기술주들의 업종별 움직임을 따라잡는 데 무게를 뒀다.
거래소와 코스닥을 모두 망라해 첨단기술주를 골라내고 업종에 따라 매출액과 이익증감률을 살폈다.


분석 결과 이들은 올해 1분기에 29조3948억원어치를 팔아 1230억원을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매출액은 4.7%가량 늘어났지만 순이익은 35.4% 가량 크게 줄어들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 또한 지난해 8.4%에서 올해는 5.2%로 줄어들었다.
220개 기업 가운데 75개 기업의 순이익이 줄어들었고 51개 기업은 새로 적자로 돌아섰다.
26개 기업은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선 기업은 9개에 지나지 않았다.
43%에 이르는 96개 기업의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

반도체 수익성 둔화 뚜렷 무엇보다도 먼저 반도체 쪽 수익성 악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혼자서 전체 매출액의 3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순이익이 지난해 1조5957억원에서 1조2436억원으로 3천억원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꿋꿋하게 버텨내고 있다는 삼성전자가 이 정도니 다른 반도체 업체들은 말할 것도 없다.
하이닉스반도체(옛 현대전자)는 매출액이 지난해 2조2065억원에서 1조7631억원으로 4천억원 이상 줄어들었고 분기 손실도 489억원에서 5389억원으로 10배 이상 불어났다.
아남반도체는 매출액이 80% 가까이 줄어들어 적자로 돌아섰고 아큐텍반도체나 에쓰에쓰아이(옛 씨티아이반도체)도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심텍이나 나리지온도 순이익이 각각 82.2%와 65.4%씩 줄어들었다.
반도체 업종은 매출액이 1.2% 늘어났고 순이익은 62.9%나 줄어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반도체장비 업체들도 죽을 쒔다.
반도체업체들이 원가절감 차원에서 잇따라 설비투자를 축소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래산업은 매출액이 306억원에서 173억원으로 43.5%가량 줄어들어 14억원의 적자를 냈다.
동양반도체장비와 아펙스, 유일반도체는 적자도 돌아섰다.
삼성테크윈이나 유니슨산업도 80% 이상 순이익이 줄어들었다.
그나마 흑자를 낸 주성엔지니어링이나 동진세미켐이나 삼우이엔씨, 원익 등도 순이익 증가율이 2% 안쪽에 머물렀다.
반도체장비 업종은 매출액이 13.7% 늘어났고 순이익은 30.5% 줄어들었다.
흔히 반도체장비쪽 경기가 반도체 경기에 뒤따라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쪽 시장은 2분기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통신 서비스·장비, 희비 엇갈려 통신 업종은 희비가 엇갈렸다.
통신서비스 업종이 본격적으로 수익을 내는 단계로 접어든 반면 통신장비 업종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신서비스 업종은 순이익이 조금 늘어났지만 통신장비 업종은 순이익이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
통신서비스 업종에서는 다시 무선통신과 유선통신의 희비가 엇갈렸다.
무선통신이 지난해 3020억원의 적자를 딛고 올해는 4458억원의 흑자를 기록한 반면 유선통신은 순이익이 33.8%가량 줄어들었다.
매출액 증가율은 유선통신이 조금 앞섰지만 정작 알짜배기 수익은 무선통신에서 챙겼다.
무선통신과 유선통신의 자리바꿈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무선통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말기 보조금 폐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엄청난 설비투자의 무게에서 벗어나 조금씩 이익을 찾아가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통프리텔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한통프리텔은 지난해 56억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10배 가까이 늘어난 589억원을 벌어들였다.
SK텔레콤도 만만치 않다.
SK텔레콤도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3997억원을 벌어들였다.
유선통신은 올해도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은 매출이 늘어나는 만큼 손해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사업구조를 끌어오고 있다.
하나로통신은 매출이 4배 가까이 늘었지만 오히려 적자 규모가 커졌고 데이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흑자를 맞춰왔으나 올해는 적자로 돌아섰다.
꾸준히 매출 증가를 이어오고 있는 통신공룡 한국통신도 순이익이 15.6%가량 줄어들었다.
그래도 통신서비스 업종은 사정이 낫다.
통신장비 업종은 45개 기업 가운데 25개 기업이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스탠더드텔레콤과 와이드텔레콤, 와이티씨텔레콤, 텔슨전자, 텔슨정보통신 등 단말기 업체들이 모조리 죽을 쒔다.
세원텔레콤 정도가 겨우 현상유지를 했을 뿐이다.
네트워크장비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기륭전자, 아이앤티텔레콤, 이스텔시스템즈(옛 성미전자), 오피콤, 웰링크 등이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은데다 설비투자가 급격히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에 주력해왔던 휴맥스나 팬택 등이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
네트워크장비 업체들은 지난해에 견줘 순이익이 95.8%가량 줄어들었다.
전자상거래 흑자전환 신바람 인터넷 업종에서는 인터넷서비스 업체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6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가까스로 2700만원의 흑자를 맞추는 데 그쳤다.
그래도 다음은 5억9천만원의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는 데서 위안을 찾을 법하다.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즈나 새롬기술, 한통하이텔 등은 모두 큰 폭의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인터넷서비스 업체들 적자는 지난해보다 150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음의 매출액이 두배 가까이 늘었을 뿐 나머지 업체들은 모두 매출액까지 크게 줄어들었다.
위기감이 무르익는 가운데 전자상거래 업체들만 신바람이 났다.
전자상거래 업체들 1분기 매출액은 160% 가까이 늘어났다.
순이익도 지난해 76억원에서 올해는 10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인터파크가 매출액만 크게 늘었을 뿐 여전히 적자를 못 벗어난 반면 가로수닷컴과 CJ39쇼핑, LG홈쇼핑 등은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그 가운데 한솔CSN과 씨앤텔만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었다.
한솔CSN이 그나마 매출액이 늘었다면 씨앤텔은 매출액까지 크게 줄었다.
업종대표주를 중심으로 새롭게 시장 질서가 짜여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불법복제 단속의 흐름을 타고 한참 들썩였지만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큰 재미를 못 봤다.
한글과컴퓨터 정도가 그나마 돋보였다.
한글과컴퓨터는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두배와 7배 가까이 늘어났다.
불법복제와 큰 관계가 없는 로커스나 인디시스템, 비트컴퓨터, 다우데이터시스템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소프트웨어 업종은 매출액이 8.2%가량 늘어났으나 순이익은 10.9%가량 줄어들었다.
PC·전자·방송, 실적 부진 경기위축을 반영하듯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들 실적도 형편없었다.
삼보컴퓨터가 매출액과 순이익이 각각 38.2%와 87.0%가량 줄어들었다.
대우통신과 현대멀티캡도 매출액이 각각 60.8%와 60.3% 줄어들었다.
대우통신은 적자를 이어갔고 현대멀티캡은 새로 적자로 돌아섰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32.7%를 차지하는 전자부품 업종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액은 8.3% 늘었지만 순이익은 47.0%나 줄어들었다.
전선 제조업체들 실적이 그나마 나아졌고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업체들은 매출액이 조금 줄었지만 순이익은 늘어났다.
반대로 기타부품 업체들은 매출액은 늘었으나 순이익이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콘덴서 제조업체들 실적이 유난히 좋지 않았다.
방송과 오락 업종도 실적이 부진했다.
방송 업종은 매출액과 순이익이 모두 줄었고 오락 업종은 매출이 조금 늘었지만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부채비율은 신경제쪽에 가까울수록 낮고 구경제쪽에 가까울수록 높았다.
인터넷이나 소프트웨어, 반도체 업종의 부채비율은 모두 50% 안쪽인 반면 부품 소재 업종은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다.
평균 부채비율은 118.2%였다.
거래소의 평균 부채비율 174.9%보다는 높고 366.9%보다는 낮았다.
크게 보면 이들 첨단기술주들 실적은 경기 변화에 거래소보다는 훨씬 민감하게, 코스닥보다는 조금 둔감하게 움직였다.
거래소보다 매출액 증가율이 높은 만큼 순이익 감소율도 높았고 코스닥 전체보다는 매출액 증가율이나 순이익 감소율이 낮았다.
경기침체는 실적으로 나타났다.
큰 움직임은 설비투자가 줄어들면서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 인프라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서비스 관련 업체들 수익성이 그나마 나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첨단기술주 열풍이 어느 정도 가라앉으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자금이 넘쳐나는 금융장세도 아니고 실적이 좋은 종목이 마구 치고올라가는 실적장세도 아니다.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섣불리 따라들어가기도 위험하고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교보증권 임노중 책임연구원은 차별화된 실적장세라고 이름짓는다.
임 연구원은 “재무구조가 우수하고 안정적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나 탄탄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 구조조정이나 업계의 재편으로 수혜를 볼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것”을 충고했다.
성장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종목에 선별적으로 접근하라는 이야기다.
꼼꼼히 실적을 뜯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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