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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창고] 렉서스와 올리브나무(토머스 L. 프리드먼)
[지식창고] 렉서스와 올리브나무(토머스 L. 프리드먼)
  • 이용만(한성대학교)
  • 승인 2000.10.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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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물결 제대로 보자
지난 9월19일 미국 상원은 중국에 ‘항구적인’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83대 15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PNTR 법안은 중국에 항구적으로 최혜국(MFN) 지위를 주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원한다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반대로 지연돼 오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은 이 법안 통과로 확실해졌다.


한편 지난해 12월 세계무역기구 각료회담이 열린 미국 시애틀에서는 자유무역주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장개방을 반대하는 노조와 환경보호를 외치는 환경보호주의자,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좌파운동가 등이 연대한 대규모 실력행사에 놀란 세계무역기구는 각료회담을 서둘러 끝내야만 했다.
최근엔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가 열리는 체코 프라하에서 국제통화기금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세계화에 대한 반대의 물결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은 정실 자본주의가 위기를 불러왔다고 판단했다.
국제통화기금 프로그램에 따라 세계적 기준으로 떠오른 ‘카우보이식 자본주의’(미국식 자본주의)로 개혁을 추진하는 게 위기의 해법이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반대’라는 기치를 들고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세계화는 덫인가, 기회인가’라는 부제가 없었다면 서정적인 수필 정도로 생각될 <렉서스와 올리브나무>(토머스 L. 프리드먼 지음, 창해 펴냄)는 바로 이 두가지 상반된 흐름, 즉 세계화와 여기에 대립하는 반(反) 세계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세계적 명차인 ‘렉서스’는 세계화를 의미하며 ‘올리브나무’는 세계화에 맞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성향을 대표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지은이 프리드먼은 92년 66명의 근로자와 310개의 로봇이 매일 300대의 렉서스를 생산하는 도요타공장에 들렀다.
공장을 방문하고 도쿄로 돌아오는 신칸센 열차 안에서 그는 일본 초밥으로 저녁을 해결하면서 <헤럴드트리뷴>을 읽었다.
그런데 그날치 신문에는 아랍과 이스라엘 사이에 감정이 격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한쪽에서는 최신 기술로 세계적인 제품인 렉서스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서는 올리브나무를 놓고 서로 제 것이라고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프리드먼이 이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세계화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거대한 흐름으로, 냉전체제를 대체하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이 거대한 흐름을 거역하거나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되고 결국에는 올리브나무조차 잃게 된다.
물론 세계화에는 무시못할 부작용이 있다.
세계화는 너무나 불공평하며 비인간적이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올리브나무의 중요성도 커진다.
따라서 올리브나무와의 조화와 균형을 통해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화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 세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 눈으로 보면 신자유주의자의 속보이는 주장쯤으로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프리드먼이 “세계화를 이보다 더 훌륭하게 설명해준 사람은 없었다”(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치밀한 논리구조와 시공간을 뛰어넘는 풍부한 사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는 것은 단순히 세계화의 부작용을 은폐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프리드먼은 인간의 두가지 욕구인 물질적 욕구와 귀속 욕구란 측면에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모두 필요함을 논증한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배제하면 두가지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세계화가 거역할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라는 점을 지은이는 기술, 금융, 정보라는 세가지 민주화에서 찾고 있다.
이들 덕분에 세계는 장벽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것이 곧 세계화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세계화를 거역한다는 것은 독자적인 장벽을 쌓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벽을 쌓는 것이 어려울 뿐 아니라 장벽을 쌓는다 하더라도 이는 곧 도태를 의미한다.
따라서 세계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되 올리브나무도 성장시켜야 된다는 것이 지은이의 논지이다.
지은이는 자신의 이런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세계 각국을 종횡무진하면서 흥미로운 일화들을 보여준다.
태국의 금융 중심가에서 한국, 일본, 중국, 홍콩, 그리고 베트남의 한촌에 이르기까지 아랍의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 모로코, 시리아, 이집트에 이르기까지 멕시코의 외환위기 현장에서 브라질의 열대우림 파괴현장과 쿠바의 시장개방 현장에 이르기까지 기자로서 그가 가본 모든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화 현상과 올리브나무에 대한 욕구를 적절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마 경제학자가 세계화를 설명했더라면 독자들은 머리가 무척 아팠을 것이다.
저널리스트가 세계화를 설명했더라면 독자들은 도대체 이 사람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하며 깊이에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이처럼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이토록 높은 지성까지 겸비한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라고 평한 것은 단순히 제 식구 봐주기만은 아니다.
p26 제1차 세계화 및 글로벌 금융자본주의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 그리고 대공황 등을 거치며 무산되고 말았다.
그 뒤로 냉전체제가 1989년까지 지속되다가 드디어 또 다른 시스템으로 교체되었다.
나는 이를 ‘세계화 제2라운드’로 부르고자 한다.
p138 정보의 민주화 덕분에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 점점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는 아무리 고립된 나라의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종류의 더 높고 더 두터운 장벽을 고안해낸 순간, 바로 새로운 기술이 이것을 즉각 낮춰놓을 것이다.
p256 기술, 금융, 정보의 민주화는 오늘날 세계화 체제의 열쇠가 되는 요소들을 모두 배태시켰다.
이들 민주화는 모든 장벽을 붕괴시키고 네트워크를 만들어냄으로써 오늘날 우리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거대 개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를 제외한 모든 낡은 이데올로기를 다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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