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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산업에서 배운다
1. 영화산업에서 배운다
  • 한정희 기자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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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파생산업을 잡아라 최근 온라인 게임이 대작 경쟁의 양상으로 발전하고 각 게임의 완성도가 높아지면서 게임은 물론 게임과 연관된 파생상품의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게임 제작은 하나의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긴 제작기간과 탄탄한 시나리오가 뒷받침되어야 이런 작업이 가능하고, 정교한 3D 그래픽에 음악도 게임 이미지를 잘 표현해야 한다.
최근 게임 음악의 선전이 두드러진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게임 개발업체 아라마루에서 만든 성장형 로봇전략 게임인 ‘노바1492’는 머그 게임과 전략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온라인 게임으로, 특히 배경음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영화 <친구>와 <와이키키브라더스>의 음악을 담당했던 최만식씨가 음악을 맡았고, 그동안 천편일률적이었던 게임 음악 대신 팝과 클래식, 테크노와 랩까지 다양한 장르를 도입했다.
최만식씨는 전에도 온라인 게임 음악에 관여한 적이 있다.
온라인 게임인 ‘레이싱’의 음악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게임을 매우 좋아하며, 스타크래프트에는 ‘고수’ 수준이다.
아라마루 강석한 사장은 '이번 음반에서 랩을 처음 시도했다'며 '뮤직비디오도 기획하고 있고, 게임에 대한 반응이 좋으면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로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 개발업체인 지스텍에서 선보이는 온라인 게임 ‘아일랜드’도 게임 타이틀곡을 국내 톱가수 윤도현씨가 부르기로 했다.
대학가요제 출신의 이원석씨도 함께 삽입곡을 부른다.
12월에 오픈테스트에 맞춰 음반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스텍 관계자는 '당장 수익성을 기대하는 사업보다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서의 가능성과 경험을 쌓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판타그램에서 개발한 ‘킹덤언더파이어’의 경우는 음반 제작회사인 락산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히든’이라는 언더그라운드 그룹의 노래를 실었다.
10대 후반과 20대를 겨냥해 하드코어 음악의 분위를 한껏 냈다.
히든은 게임 음악을 첫앨범으로 데뷰한 최초의 그룹이 된 셈이다.
대중가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우리 음악도 소재가 되고 있다.
최근 로커스홀딩스에 합병된 게임 개발업체 손노리가 지난 9월 출시한 온라인 게임 ‘화이트 데이’는 심상치 않은 배경음악 덕분에 게임의 완결성이 한층 높아졌다.
이 게임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일종의 호러 서바이벌 게임인데, 여기엔 가야금 연주의 대가인 황병기씨의 가야금 연주 중 <미궁>이란 곡을 재편집해 배경음악으로 실었다.
금속성 느낌의 불안정한 가야금 음정으로 게임의 괴기스런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인디록 밴드인 레이니선의 <팔로비나>라는 곡도 삽입해 ‘귀곡메탈’의 장르를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파생상품들이 가장 발달하고 있는 곳은 단연 일본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게임 음악에 관심을 기울여왔고, 그만큼 게임과 관련한 음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많다.
게임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나 게임 내 삽입곡 등이 앨범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흔한 일이고, 음반 매장에는 전문 코너까지 마련돼 있다.
일본의 대표적 게임 ‘파이널판타지’는 이런 파생상품들이 성공한 대표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아직도 게임 음악에 매료되어 게임을 찾는 경우가 많을 정도라고 한다.
게임 원작의 분위기와 잘 맞는 파이널판타지의 타이틀곡 <아이즈 온 미(Eyes on me)>는 당시 이 곡을 불렀던 무명의 가수를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다.
최근 파이널판타지는 1억4천여만달러를 들여 3D 애니메이션으로 이것을 제작해 호평을 받기도 했고, 사이버 배우까지 탄생시켰다.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미국의 PC게임 ‘디아블로2’의 경우도 주제곡인 <시즈>에 90여명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실릴 정도로 게임 음악에 공을 들여 만든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 게임 음악은 독자적인 시장을 갖기엔 아직 역부족인 상태다.
음반을 기획한 게임 업체들도 시장을 노리기보다 게임을 홍보하기 위한 마케팅 차원에서 기획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놓는다.
하지만 업체들은 그래픽 못지않게 게임 음악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게임 마니아들의 게임 수준은 계속 업그레이드되기 때문이다.
게임 산업 마케팅 능력 개발해야 게임의 대표적인 파생상품으로 캐릭터 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캐릭터 시장이 게임 음반 시장보다는 훨씬 더 활발하다.
사실 세계적 캐릭터인 포켓몬스터도 실은 닌텐도 휴대용 게임기에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의 포켓몬스터는 게임 캐릭터보다는 그 자체로 오프라인의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게임 관련 캐릭터 상품은 게임과 관련한 파생상품으로 가장 흔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상품 아이템이 너무 한정돼 있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캐릭터 전문업체인 에이치를 통해 캐릭터 사업을 하고 있는 엔씨소프트 김주영 홍보팀장은 '지금의 캐릭터 상품 수준은 물건에 로고 등을 넣는 기념품 수준에 불과하다'며 '아직 게임 캐릭터 산업 자체가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캐릭터가 열풍을 일으키지 못하는 것은 캐릭터화 되었을 때 느낌이 게임을 할 때의 느낌보다 못하다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원래의 콘텐츠와 비슷한 느낌이 나도록 하되 다양한 상품기획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게임 개발업체 아라마루의 성장형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노바1492’는 게임 자체의 캐릭터를 조립형으로 구성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몸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립식 로봇을 좋아하는 10대를 겨냥했다.
따라서 캐릭터도 조립식으로 만들어 오프라인과 공동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강 사장은 '롯데리아 등과 제휴해 조립식 노바1492 캐릭터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이 경우는 유통라인과 타깃을 분명히 한 마케팅 사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캐릭터 사업의 문제는 기획만의 문제는 아니다.
캐릭터 사업의 유통구조가 제대로 형성돼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리니지의 캐릭터 상품은 리니지가맹점인 PC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PC방이 전문 유통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
한시적인 프로모션의 경우 공동 마케팅을 할 수는 있지만, 일시적인 것에 머물기 쉽다.
이미 유통업을 겸하고 있는 판타그램의 김문범 대리는 '캐릭터 상품이든 음반이든 게임과 관련한 모든 상품들을 판매하는 일종의 게임숍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판타그램은 리니지의 캐릭터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에이치사와 접촉중이다.
이런 게임숍을 유통사에서 맡아서 하게 될 경우, 게임과 관련된 부가사업들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밖에도 온라인 게임이 주요한 안내서이자 전략 전술에 대한 소개와 비법을 담은 게임 공략집도 하나의 부가적인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주영 팀장은 '공략집이 큰 매출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마니아층들의 수요가 꾸준히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파생상품들이 하나의 독립적인 영역을 가지면서 시장을 형성해 나가기엔 아직은 역부족이다.
먼저 온라인 게임 자체가 사람들에게 인지되면서 선호도가 꾸준히 올라가고 대중적 인기를 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라마루 강한석 사장은 현재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를 마케팅 역량의 부재에서 찾는다.
그는 현재 게임 업체들의 마케팅 방법은 너무나 천편일률적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이 뜬다고 해서 캐릭터 사업을 하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란 생각은 잘못이다.
오프라인 마케팅 방법처럼 분명한 타깃과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라면 게임 산업의 전반적인 부흥은 게임의 온라인적 성격과 파생산업의 오프라인적 질서를 어떻게 총체화해 결합시킬 것인가에 달려 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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