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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EMS '음매, 기살어!'
[비즈니스] EMS '음매, 기살어!'
  • 김호준 기자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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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국제특송업체들 제치고 업계 2위로… 서비스 질 높여 1위 DHL 바짝 추격 우정사업본부는 전국의 우체국 업무를 총괄하는 정부조직이다.
그리고 EMS(Express Mail Service)는 우정사업본부 국제우편과에서 담당하는 국제특급우편이다.
이 EMS가 국내 시장에서 다국적 국제특송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에서는 통상 다국적기업이 국가기관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상식을 뒤엎는 현상이다.
EMS는 최근 몇년간 고속성장을 거듭하며 시장 1위 업체인 DHL코리아를 바짝 뒤쫓고 있다.
이런 약진에 힘입어 우정사업본부는 2004년까지 EMS를 국내 시장점유율 1위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EMS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년 동안 연평균 36%의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매출은 같은 기간 286억원에서 715억원으로 2.5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국제특송시장이 해마다 10% 정도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EMS는 DHL, UPS, TNT, 페덱스코리아 등 세계적인 국제특송업체들보다 세배가 넘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국제특송 시장이 위축된 올해에도 EMS의 성장세는 멈출 줄 모른다.
1월부터 9월까지 매출이 61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4% 증가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올해 매출액이 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초에 세운 목표치 822억원을 9% 정도 초과하는 수치이다.
우정사업본부 국제우편과 변근섭 과장은 '최근 3년간 급성장하면서 페덱스코리아, TNT, UPS 등은 멀찌감치 따돌렸다.
이제 목표는 2004년까지 시장 1위 업체인 DHL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가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EMS의 시장점유율은 22.1%로, 34%로 추정되는 DHL과는 아직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규모가 해마다 11.6%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EMS는 앞으로 해마다 20%대 고속 성장을 이루어 2004년에는 매출액 1520억원, 시장점유율 32.1%로 국제특송업계 선두가 될 것입니다.
' 변 과장의 설명에 자신감이 넘친다.
EMS가 고속 성장을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IMF 사태 이후다.
97년 1%에 머물렀던 매출 성장률이 98년에는 45.6%로 뛰어올랐다.
국제우편과 변근섭 과장은 이에 대해 '당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기업들이 민간 업체에 비해 요금이 저렴한 EMS 서비스를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라며 EMS가 급성장한 원동력을 가격경쟁력에서 찾았다.
EMS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네트워크 덕분이다.
현재 세계 143개국 우정청으로 구성된 EMS조합이 운영되고 있고, 조합국의 우정청 사이에는 쌍무협정이 체결되어 상대국에서 도착하는 발송물을 원가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수취인에게 배달해주고 있다.
EMS는 143개국 우체국 망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세계에 자사 유통망을 설치해야 하는 다국적기업에 비해 월등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실제 EMS의 공식적인 운송료는 DHL 등 다국적 운송회사의 3분의 1 수준이다.
우정사업본부는 국제특송업체에서 고객별로 적용하는 다양한 할인율을 감안해도 실질운임이 평균 30% 이상 싸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EMS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서비스의 질적 개선 문제다.
EMS 서비스는 질적인 면에서 다국적기업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국적기업들도 할인율을 높이고 있어 EMS의 가격경쟁력을 위협하고 있다.
'국제특송 서비스의 질은 서비스 지역, 배송시간, 그리고 발송물 행방조회 능력으로 결정됩니다.
EMS의 서비스 수준은 다국적 운송회사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죠. 현재는 저렴한 가격이 유일한 경쟁력입니다.
' 우정사업본부 변근섭 과장도 EMS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한다.
EMS 최대 강점은 가격경쟁력 그런데 EMS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는 만만치가 않다.
우선 EMS는 서비스 지역이 한정돼 있다.
다국적 운송업체는 200개국 이상 지역으로 운송이 가능한 반면 EMS은 쌍무협정이 체결된 143개국에만 가능하다.
배송시간도 경쟁업체에 비해 느리다.
다국적 운송회사는 이틀이면 대부분의 서비스 지역에 운송이 가능하지만, EMS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만 2일 이내 서비스가 가능하다.
미국, 유럽 지역에서는 도착지에 따라 4일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은 운송물의 행방을 조회해주는 서비스이다.
다국적 운송회사는 자사의 첨단장비와 잘 짜여진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세계 어느 곳에서든 운송물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EMS는 이런 조회 서비스가 47개국에서만 가능하다.
그마나 상대국의 전산 시스템에 따라 수준 차이가 크다.
우정사업본부도 이용 고객이 늘면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전산시스템을 강화하고, 운송물 방문접수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우정사업본부만의 노력으로는 EMS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EMS는 상대국 우정청과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국의 운송 서비스 수준에 따라 서비스 질이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가령 EMS 운송물량의 53%를 차지하는 일본에서는 우정청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다국적 국제특송업체와 비교해도 서비스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우정청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EMS 서비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변근섭 과장은 EMS 체제만으로는 서비스 향상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다국적 운송업체는 자사망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서비스 향상을 꾀할 수 있지만 EMS는 상황이 다릅니다.
국가별로 서비스가 차이가 있다고 해도 서비스 향상을 촉구하는 것말고는 대안이 없었습니다.
' 고심 끝에 우정사업본부가 승부수를 던졌다.
기존 EMS 체제를 넘어 다국적 국제특송업체와 손을 잡은 것이다.
이교용 우정사업본부장은 지난달 네덜란드를 방문해 세계 4대 특송업체의 하나인 TNT그룹과 업무제휴를 맺었다.
이번 제휴로 취급국가가 143개국에서 215개 국가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틀 안에 운송을 보장하는 국제초특급우편 서비스도 기존 일본내 2개 도시에서 15개국 47개 도시로 확대됐다.
우정사업본부쪽은 'TNT의 우수한 배송망을 이용하면 그동안 부실했던 지역의 서비스가 크게 향상될 것이다.
특히 그동안 우편물 행방 조회가 가능한 국가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모든 국가에서 조회가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이번 제휴를 통해 EMS가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면서 고객에게 한차원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내특송시장에 일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변근섭 과장은 국내시장 1위이며 동시에 세계시장 1위 업체인 DHL을 뛰어넘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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