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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트렌드] 체험관광 상품을 개발하자
[경제트렌드] 체험관광 상품을 개발하자
  • 장근영 기자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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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포 전 이스라엘에 출장을 갔다가 하루짜리 관광 투어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관광 가이드를 해주었던 한 청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이스라엘 관광 가이드는 원래 유식하기로 유명한데, 이 친구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정국이 불안해서인지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없었지만 이름을 ‘모디’라고 밝힌 그는 자신의 일에만 충실했다.
이 청년이 일하는 여행사에서는 평소 관광버스가 호텔을 돌아 모아오는 손님이 다섯 차분이라고 한다.
헌데 그날은 관광객이 워낙 없어 다른 여행사와 합쳐도 겨우 한 차분밖에 되지 않았다.
그는 영 흥이 나지 않는지 평상시와 비교해 지금 얼마나 손님이 없는지 장황하게 늘어놓았다.
하지만 곧 지나지 않아 그는 이스라엘의 역사에서 경제, 심지어 하이테크 산업의 현황까지 거침없이 얘기를 쏟아냈다.
특히 유적지에 가서는 손님들이 몸소 체험을 하도록 배려했다.
예수가 기적을 행한 장소들은 사실 작은 시골마을과 비슷하다.
그러나 관광객들은 가이드의 말에 마법이 걸린 듯 눈이 휘둥그레해진다.
예수의 행적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거나 유적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예루살렘 안의 고대 유적지가 있는 올드 시티(Old Sity)에서 예수의 행적을 설명하는 그의 직업적인 진지함은 국내 여행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그는 유대인 학살박물관에서는 관객들이 직접 피부로 당시의 현장을 느껴보라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모디는 단순히 관광 가이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이었다.
관광산업 역시 이스라엘에서는 외화를 벌어들이는 주요 산업 가운데 하나다.
지금은 정치적인 이유로 외국인들의 발이 뚝 끊겼지만 그들은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랑이 대단하다.
우리 역시 이스라엘과 같이 5천년의 오랜 문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외국인들을 위한 체험관광 상품은 많지 않다.
조선시대 건축물이나 사찰 등을 주로 내세우지만 외국인들은 그저 둘러보며 중국의 축소판이라고 느끼거나, 일본 문화의 아기자기함이 없는 그저그런 유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우리 모습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 없는 것이다.
올해는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한국 방문의 해다.
하지만 소리만 요란했지 별로 실속은 없어 보인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은 390여만명으로 지난해와 별로 차이가 없다.
애초에 세워놓았던 관광객 유치목표인 580만명, 관광수입 73억달러 달성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외국인들의 발길이 증가하지 않은 데는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여건 탓만 할 수는 없다.
지역별로 별로 특색이 없는 관광상품만 가지고 홍보만 열심히 한다고 외국인들이 모이는 것이 아니다.
좀더 특색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역사로 외국인 관광객을 모으듯이 우리도 역사가 깊은 민족이다.
단적인 예로 한반도의 잘려진 허리는 외국인들이면 누구나 관심을 갖고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우리 문화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뛰어난 관광안내 인력 따위의 인프라도 부족한 실정이다.
내년엔 월드컵과 아시안 게임과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가 열린다.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홍보만 열심히 해서는 굴뚝없는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본격적인 관광 인프라 구축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물론 상품개발과 함께 관광 전문인력 양성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기자가 이스라엘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유적도 유적이지만 모디라는 친구가 보여준 친철하고도 세심한 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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