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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칼럼] 임기 후반 대통령의 과제
[리드칼럼] 임기 후반 대통령의 과제
  • 고려대 이필상 교수
  • 승인 2001.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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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여당 총재직을 사퇴했다.
국회의원 재보선 선거의 패배로 인해 급속히 나타난 정치기반 상실이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이는 대통령이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정 운영에 전념한다는 차원에서 긍정적 의미가 크다.
대통령이 할 일은 집권당 총재로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해 국정을 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나머지 임기 동안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IMF 사태 이후 정부는 각고의 노력 끝에 경제위기 수습에 성공했다.
바닥났던 외환보유액은 1천억달러를 넘었다.
한때 8.6%에 이르던 실업률도 3%대로 떨어졌다.
마이너스 6%까지 내려갔던 성장률이 1999년에는 10%가 넘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를 1년여 남겨놓은 지금 경제는 다시 불안한 상태다.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은 지난 3월 이후 8개월째 감소세다.
산업의 기반을 형성하는 설비투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째 감소세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경제가 동반불황 상태에 빠져 언제 회복될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이 2%선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실업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재취업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좌절하고만 구직포기자, 공사판을 찾아다니며 몇시간씩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일용직 노동자 등 사실상 실직 상태에 있는 노동자들을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8% 수준에 육박한다.
고용상태에 있는 노동자들도 절반 이상이 계약직으로 바뀌어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다.
더욱이 대학 졸업자의 취업난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어둠의 자식들’이란 말이 대학가에 나돈다.
90년대 초반 대학에 입학한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피나는 경쟁을 뚫고 대학을 들어가 졸업을 하고 막상 취업을 하려는데 IMF 위기가 터졌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얻지 못하고 군대를 가거나 대학원에 진학했다.
일단 시간을 벌고 준비를 더해서 사회에 나오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군복무나 대학원을 마치고 다시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경제는 또다시 위기상태다.
요즘은 대학과 대학원을 불문하고 졸업을 하면 많은 젊은이들이 어둠의 자식들로서의 운명을 겪는다.
경제가 어쩌다가 이런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을까? 현재 우리 경제가 위기를 겪는 것은 구조개혁을 하다 말고 정치논리에 따라 부양조처를 실시한 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IMF 위기 이후 정부는 부실 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을 퇴출시키며 과감한 구조개혁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98년 하반기부터 이런 개혁기조에서 선회하여 150조원의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하면서 경기활성화 조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경제가 일단 10% 이상의 고속성장을 회복했다.
이런 회복이 곧 한계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동안 추진한 구조개혁이 물거품이 되면서 경제가 위기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그룹의 부도와 현대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면서 결국 제2의 경제위기를 초래했다.
결과적으로 볼 때 IMF 위기의 고통을 겪은 국민들이 구조개혁을 위해 공적자금의 투입을 허용했으나 낭비로 끝나고 빚만 쌓였다.
그리고 다시금 닥친 위기 속에서 막막하게 된 것이다.
구조개혁을 올바르게 추진하지 못하고 공적자금을 낭비한 직접적인 원인은 4·13 총선이었다.
의석수가 모자라 국정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집권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의석 늘리기 노력을 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고통스럽고 반발이 큰 구조개혁을 포기하고 경기부양으로 돌아서 경제를 거품으로 들뜨게 한 것이다.
그러면 현상황에서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정부는 우선 경기부양책을 올바르게 펴서 경제가 숨을 쉬게 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심리적 공황에 빠져 있을 때는 응급조치부터 취해야 한다.
물론 경기부양책이 내년 선거를 의식한 나눠먹기식 선심 지출이 되면 안 된다.
실로 중요한 것은 정치논리를 완전히 배제한 구조개혁에 대한 새로운 비젼이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가 보이는 새로운 개혁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경제위기를 초래하고 구조개혁에 실패한 경영책임자들, 금융기관 관련자, 정부 정책 담당자들에 대해 응당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어 아무리 고통스럽고 힘들어도 개혁의 청사진을 다시 그려야 한다.
그리하여 기업들의 투자심리와 노동자들의 근로의욕에 다시 불을 지펴야 한다.
물론 당장 취업을 못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생계 유지를 위한 사회보장을 강화하고 직업훈련 제도를 과감하게 도입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경제의 주인인 노동자들과 이 땅의 미래인 젊은이들을 이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한편 현상황에서 절실한 것이 경제팀의 전면개편이다.
그동안 국민의 정부 경제팀은 과거 관치경제를 주도했던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주축을 이루었다.
개혁의 대상자들이 개혁의 주체로 위장한 셈이다.
그에 따라 경제개혁이 변질되고 다시 위기를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참신하고 개혁적인 인사들로 경제팀을 전면 개편해 죽어가는 경제에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리하여 김대중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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