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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 현실 뺨치는 가상의 세계
[테크놀로지] 현실 뺨치는 가상의 세계
  • 장미경/ <과학동아> 기자
  • 승인 2001.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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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션 캡처로 동적 표현·렌더링으로 사실감 높여… 산업분야서도 활용도 커 최근 100% 우리 기술로 제작했다는 극장용 애니메이션 <런딤>이 개봉됐다.
특히 올해는 <파이널 판타지>나 <슈렉> 같은 3D 애니메이션이 그야말로 실감나는 그래픽을 구사하면서 다양한 관객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토이스토리>의 살아 있는 장난감, <터미네이터2>의 액체 로봇, <쥬라기공원>에서 부활한 공룡, 그리고 <타이타닉>의 거대한 타이타닉호까지. 이들이 스크린을 압도하면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컴퓨터 기술로 탄생한 산물이라고 말하기에는 진짜처럼 생생하다.
과연 어떤 기술이 적용되기에 그토록 현실감 넘치는 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일까? 정답은 ‘컴퓨터 그래픽스’다.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로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크게 세단계, 모델링(modeling), 애니메이션(animation), 렌더링(rendering) 기술이 필요하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컴퓨터 그래픽스로 배를 만드는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가상의 타이타닉호를 실제 타이타닉호처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먼저 배의 구성 부분인 돛, 갑판, 몸통 등을 다면체의 집합으로 보고, 각각의 다면체가 갖는 점, 선, 면에 대한 3차원 좌표를 지정해야 한다.
표현하고자 하는 물체의 기하학적 정보를 컴퓨터가 처리할 수 있는 수치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프로그램을 이용해 화면에서 형상화하는 과정이 바로 모델링이다.
사람 얼굴의 곡면 역시 수학적 함수를 이용해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계산해야 할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하다.
모델링을 끝낸 타이타닉호가 실제로 움직이도록 동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작업이 애니메이션이다.
이 단계에서는 우리가 영화나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핑(Morphing)과 모션 캡처(motion capture) 기술이 사용된다.
모핑은 각 단계별로 변화하는 모습을 제작해 합성하는 기술이다.
가령 몇초 사이에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하는 모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각 나이 대에 맞는 주름, 피부, 머리카락 등을 가진 인물을 만들어낸 후, 이를 시간 차를 두고 합성한다.
<터미네이터2>에서 액체 로봇이 변화하는 장면은 모핑 기술의 대표적 사례다.
모션 캡처는 실제 배우의 몸짓을 3D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실제 배우들의 몸에 유선 또는 무선 센서를 부착하고 각 동작을 컴퓨터로 읽어내 디지털 데이터로 변화시킨다.
이를 캐릭터에 적용하면 가상의 배우가 실제 배우의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다.
이제 실제적인 모습을 갖추고 움직이는 타이타닉호가 그럴 듯하게 만들어졌다.
하지만 명암이나 움직임이 항상 똑같다면 사실적 느낌은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타이타닉호의 각 부분에 빛이 비추면 어떤 형태로 밝아지고 어두워지는지, 위치나 움직임에 따라 색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수치방정식을 이용해 계산하고 이 값을 데이터에 적용하는 작업이 따라야 한다.
렌더링은 이처럼 실제 우리가 물체를 보는 것과 매우 흡사한 영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절차다.
컴퓨터 그래픽스는 어느 분야에 가장 많이 활용될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영화나 광고 속의 특수효과를 떠올리겠지만 컴퓨터 그래픽스의 활용 범위는 무한하다.
예를 들어 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건설 작업에 착수하려 할 때 준공에 직접 들어가기 전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을 사용해 시뮬레이션하면 마치 게임을 하듯 미리 가상작업을 할 수 있다.
의학 분야에서도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은 빛을 발한다.
예를 들어 X선이나 MRI(자기공명영상장치) 촬영 후 이 데이터를 이용해 가상의 신체를 3차원으로 만들어내면 모의수술도 가능하다.
초음파로 촬영한 태아의 형태를 실물과 흡사한 영상으로 표시하면 외부의 골격을 확인하고 기형 유무를 진단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현실감 넘치는 영상과 가상작업을 구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것을 컴퓨터로 표현할 수 있는 시점에 있다.
인간이 펼칠 수 있는 상상력이 한계에 부딪치지 않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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