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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중고차 “잘 나가네”
[비즈니스] 중고차 “잘 나가네”
  • 이용인 기자
  • 승인 2001.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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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후 신차 판매대수 앞질러… 1가구 2차량 추세로 장기전망도 밝아 자동차 시장에 ‘중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중고자동차 매매단지엔 하루에도 한두개씩 새로운 매매상사가 들어서는 건 보통이다.
각 매매상사에는 중고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중고차는 이미 신차만큼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올해 10월 신차 내수 판매대수와 중고차 판매대수는 각각 13만대와 14만4천여대로 중고차 거래가 52.6%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앞선 9월 신차와 중고차의 판매대수 역시 13만4천대와 15만2천대로, 중고차 거래가 53.1%를 차지하고 있다.
거래대수로 보면 중고차 시장이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중고차 판매량이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한 것은 IMF 이후였다.
소비자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신차보다는 중고차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98년 4월부터 중고차 판매량은 꾸준히 신차를 앞지르기 시작해 지금까지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고차 판매량은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한 99년과 2000년에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99년에는 98년보다 20.8%나 늘어난 144만6100여대가 팔렸으며, 지난해는 전년에 비해 19%가 증가한 172만1200여대가 거래됐다.
올해 중고차 판매대수 역시 10월까지 152만2500여대가 팔려나갔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이전보다는 못하지만 올해도 7~8% 정도의 성장은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차 판매량이 올 9월까지 2% 성장에서 멈춘 것에 비하면 무시할 수 없는 성장세인 것이다.
매매상사 3년 새 두배로 늘어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이 이렇게 급팽창한 원인을 몇가지로 꼽고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자동차 소비 추세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인터넷 자동차 정보제공업체인 아이컴즈닷컴 www.icomes.com 최송덕 차장은 '이제 1가구 1차량에서 1가구 2차량으로 소비 경향이 뚜렷히 옮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고 있고, 신도시로 이사를 가면서 주부들에게도 자동차가 필수품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구에서 두 차량을 모두 신차로 ‘뽑는’ 것은 가계에 부담이 된다.
따라서 남자들이나 가족들이 함께 타고 다니는 차량은 ‘신차’로 구매하는 반면, 여성들이 갖고 다니는 차는 중고차로 구입하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이 반짝 수요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팽창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한 중고차 정보제공 인터넷 사이트들도 중고차 거래의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순수 온라인 자동차 정보제공 사이트인 아이컴즈는 MSN www.msn.co.kr, 엠파스 www.empas.com, 코리아닷컴 www.korea.com 등에서 올라오는 모든 중고차 매물들을 실시간으로 통합관리하며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SK가 만든 중고차 쇼핑몰 엔카 www.encar.com, e삼성 계열의 디어오토 www.dearauto.com, 현대자동차에서 분리돼 나온 오토큐브 www.autocube.co.kr, LG정유와 야후가 합작으로 만든 얄개 www.yalge.com 등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중고차 거래 사이트들도 만만치 않은 위상을 자랑하고 있다.
이들 중고차 거래 사이트들은 투명한 거래와 정확한 정보 제공을 강조하며 기존 판매상들을 공략하고 있다.
매매가 늘면서 중고차 매매상사들의 수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98년 2065개였던 자동차 매매업체 수는 계속 늘기 시작해 올해 9월말 현재 3686개에 이르고 있다.
3년여 동안 거의 두배나 늘어난 셈이다.
현재 6조원 시장으로 커진 중고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게다가 장기적인 성장 전망성까지 갖추고 있고, 소규모 자본만으로도 등록만 하면 창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수출 효자 노릇도 ‘톡톡’ 이에 따라 매매상사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고차 매매상사들이 자체적으로 품질보증제를 실시하는 건 기본이다.
예컨대 전남 순천자동차매매협의회에서는 올 2월부터 품질보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순천 시내 정비업체들과 제휴해 이전등록일로부터 30일 또는 3천km까지는 고장에 대해 수리 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차의 성능과 품질을 점검해 ‘품질보증 스티커’를 붙여야 일단 소비자들에게 중고차를 팔 수 있도록 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품질보증제는 이제 거의 모든 자동차단지로 확산되고 있다.
대우자동차에서 운영하는 서울경매장 역시 중고차의 사고 유무와 성능상태를 공개해 경매하고 있다.
서울경매장에서도 매매를 한 뒤 2개월 3천km 주행까지는 엔진·트랜스미션 등 주요 부품을 거저 수리해주고 있다.
또한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중고차 쇼핑몰 사이트들도 자체적으로 차량을 진단하고 보증을 서주고 있다.
물론 지난 7월부터 법적으로 중고차 품질보증제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시행주체와 세밀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이다.
이미 법이 시행되기 앞서 각 매매상사들이 주체적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매매가 증가하면서 소비추세도 다소 바뀌고 있다.
일단 ‘티코’ 등 소형 자가 지배하던 중고차 시장은 거의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시장의 인기 차종도 대체로 신차의 인기 차종과 명맥을 같이한다고 말한다.
이젠 중고차 시장도 신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대형화 선호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이능익 실장은 '중고차 시장도 신차 시장과 마찬가지로 배기량 1800~2000㏄급 중형차가 가장 대중적인 차량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중고차 시장에서 장기 히트 차종인 쏘나타를 비롯해 현대의 EF쏘나타, 삼성의 SM520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중고차는 이처럼 내수에서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도 공을 세우고 있다.
중고차 수출 역시 IMF 때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경쟁력이 생기면서 급팽창을 했다.
97년 3만5천대에 이르던 자동차 수출은 98년에는 두배가 넘는 8만7834대에 이르렀다.
올해 역시 10월까지 9만2303대를 수출해 지난해 수출 대수인 8만8655대를 이미 넘어섰다.
연합회 이능익 실장은 '이 정도 추세라면 올해 중고차 수출이 사상 처음 10만대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동차 수출지역을 보면 중남미에는 티코·라노스·아반떼 등 중소형차, 중동지역에는 레간자·쏘나타 등 중형차, 베트남·러시아에는 버스와 승합차 등이 주로 수출되고 있다.
페루에서는 티코가 택시로 이용된다.
특히 승용차는 3만8천여대로 지난해보다 0.2% 줄어든 반면, 승합차(2만5300대)와 화물·특수차(2만160대)는 각각 88.3%와 44.3%가 늘어났다.
아무래도 주요 중고차 수출 대상국인 개발도상국에선 승용차보다 짐을 실을 수 있는 베스타, 그레이스 등 승합차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가 여러모로 효자노릇을 하고 있지만 업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도 만만치는 않다.
품질보증제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좀더 질높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데 업체 관계자들은 모두 동의한다.
게다가 수출 또한 영세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어 정보 수집과 시장 개척을 위해선 좀더 조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중고차가 소비자들에게 짙게 깔려 있는 불신의 벽을 넘어설 때만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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