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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공기업 방만경영 ERP로 ‘싸~악’
[IT] 공기업 방만경영 ERP로 ‘싸~악’
  • 유춘희
  • 승인 2001.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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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폐공사 이어 마사회 등 도입 검토 줄이어… 인력·원가절감 효과 거둘 듯
요즘 한국조폐공사 유인학 사장은 정부 산하 공기업 사장들을 만나면 기업자원관리(ERP) 도입의 필요성과 효용성을 설명하면서 신바람을 낸다고 한다.
시장을 독점하는 지위를 누리면서 나태함에 빠지고, 민간기업에 비해 업무 프로세스도 앞서가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받던 공기업 사장이 ERP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니는 이유는 뭘까. 조폐공사는 정부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6월 중순부터 ERP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정부 공공기관의 정보화는 민간 분야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이들은 ‘모럴 해저드’라고 비난받을 정도로 방만한 경영의 대명사였다.
특히 조폐공사는 노사분쟁이 잦았다.
이 때문에 조폐공사의 ERP 시스템 구현은 한국 공기업 역사에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인천공항공사가 개항과 함께 ERP 시스템 운영에 들어간 것을 공기업 최초로 꼽기도 하지만, 그것은 하드웨어 건설과 함께 진행된 것이라 기존 기업의 경영혁신용 ERP 구축과는 다르게 봐야 한다.
ERP는 선진 경영시스템을 실현하는 대표적 도구다.
조폐공사 ERP는 공기업이 ‘경영 투명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민간기업처럼 ‘경쟁력 강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증표다.
특히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BPR)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 의미가 크다.
이 회사는 99년에 전체 인력의 45%를 줄이고 3개 공장을 2개로 줄이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치렀다.
그 여파로 기존 업무 프로세스로는 정상적 기업활동을 할 수 없게 됐고, 결국 SAP의 R/3 패키지에 문제 해결을 맡겼다.
조폐공사 경영정보부 엄주태 부장은 “ERP 시스템 구축으로 실적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가 경영계획 위주로 바뀌어 예측 경영이 가능해진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한다.
수급계획 자동화와 실시간 재고파악, 생산계획 자동화, 표준원가와 실제원가 차이 분석에 따른 손익관리, 인적자원 중심의 효율적 조직 구성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조폐공사는 이를 통해 지금보다 30% 정도의 업무 간소화를 이루고, 30% 정도의 인력절감 효과, 20%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폐공사가 공기업 최초로 ERP를 도입함으로써 정부 기관과 공기업 경영개선 작업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부 부처에서는 처음으로 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가 오라클을 통해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고, 한국방송공사(KBS)는 이달 초 SAP의 mySAP.com을 통해 재무, 회계, 구매, 자재, 인사관리 모듈을 18개월 안에 구현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마사회도 지난 4월 mySAP.com을 선정하고 현재 구축 업체를 고르고 있다.
이와 함께 국방부 조달본부를 비롯해 담배인삼공사와 석탄공사·수자원공사·대한주택공사·한국도로공사·가스공사·등이 ERP 구축의 타당성 검토를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곧 솔루션 선정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 관계자는 전한다.
특히 정보화 전초기지인 한국통신이 ‘e-KT 전략’을 발표하면서 불필요한 절차나 형식을 깨고 투명한 경영을 펼치기 위해 ERP 도입 계획을 밝혀 업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한국통신이나 한국전력 같은 IT 선도 기업의 움직임은 공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ERP 같은 거대한 경영관리 솔루션을 도입하는 데 대해 한국SAP 이윤수 이사는 “급변하는 외부 경영 환경에 뒤처질 경우 공기업도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 같다”고 진단한다.
“IMF 경제체제 이후 공기업도 수익을 내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박혔고, IT 경영지원 솔루션을 통해 비용 절감과 경영 합리화를 이룰 수 있다는 학습이 돼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공기업 민영화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를 대비한 측면에서 ERP 도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폐공사의 ERP 구축 프로젝트를 총괄한 오영진 기획관리이사는 “경쟁력을 잃은 공기업은 국민에게 외면당하고 설자리도 없다”면서 “신경제 시대에 대응하려면 하드웨어적 경영혁신도 좋지만 기존 업무 프로세스를 철저히 분석하고 개선하는 정보시스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말은 아직도 ‘부실’과 ‘방만’이라는 오명을 안고 IT를 통한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은 공기업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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