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세계벤처캐피털-중국] ‘IT 차이나’ 전 국토가 ‘공사’중
[세계벤처캐피털-중국] ‘IT 차이나’ 전 국토가 ‘공사’중
  • 중국=이문희 기자
  • 승인 2001.11.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베이징·상하이·선전 등 연안에서 충칭·청두·시안 등 내륙에 이르는 신경제 대장정 한창 베이징 중관춘 - 고급인력의 보고 중관춘 전자상가 거리를 걷다 보면 어김없이 한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친다.
이들은 지나가는 이들에게 무조건 따라붙어 은밀하게 속삭이듯 말을 건넨다.
복제 CD를 사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세운상가에서 벌어지는 광경과 흡사하다.
'중국은 복제 천국입니다.
프로그램 개발업체들의 사기를 꺾는 가장 큰 요인이지요.' 차이나벤처캐피털 왕홍(王虹) 부총경리의 말이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컴퓨터 사용인구가 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관춘 기술교역중심 니우진밍 주임은 '최근 인터넷 열풍과 컴퓨터 가격 하락으로 PC는 이제 고소득층의 전유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신식산업부 산하 컨설팅 회사인 CCID가 올해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PC 구매가구의 88.7%가 월평균 소득이 2천위안 이하다.
중관춘은 컴퓨터 관련 제품을 사려는 사람들로만 북적이는 게 아니다.
중국을 대표하는 롄샹이나 베이다팡정, 쓰통뿐 아니라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IT기업들이 거의 모두 이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다.
총면적 355㎢에 들어선 기업체 수는 지난해 말 현재 8224개. 이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등 외국기업은 모두 1400여개사에 이른다.
그러나 중관춘의 빅뱅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만 해도 해외에서 공부를 마친 유학생 1500명이 귀국해 기업 설립을 준비중이다.
베이징시는 아예 상디(上地) 지역에 이들을 위한 인큐베이팅 센터를 별도로 세워놓았다.
89년 17.8억위안에 불과했던 매출액도 지난해 1540억위안(약 24조64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0년에는 6천억위안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관춘의 가장 큰 원동력은 풍부한 고급 기술인력.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를 비롯한 고등 교육기관 68개와 중국과학원을 비롯한 정부 소속 연구기관이 486개가 밀집돼 있다.
연구개발단지로서의 성격이 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니우진밍 주임은 '중관춘은 베이징시의 공업생산액 중 60%의 비중을 차지한다'며 '명실공히 중국 IT 산업의 메카라 불릴 만하다'고 말한다.
창장 델타 - 탄탄한 산업기반 상하이 최대 쇼핑가 난징루(南京路)에서 끝자락만 보이는 동방명주 탑을 나침반 삼아 따라가다 보면 황푸강 둑에 만든 공원에 이른다.
건너편이 상하이시의 국내총생산(GDP) 중 20% 이상을 차지하는 푸둥 지구다.
푸둥 지구는 남부의 경제특구보다 10년이나 늦은 1990년에 국가급 개발구로 지정됐지만 첨단산업의 최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특히 통신분야는 9차 5개년계획(1996~2000년) 기간에 급속히 성장해, 지난해 산출액이 1300억위안에 달했다.
상하이의 간판산업이었던 자동차를 제치고 최대 산업으로 등장한 것이다.
또 교환기, 광섬유, 반도체 등에서도 상하이는 국내 생산의 30%를 점하고 있다.
중관춘이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자연발생적 IT 밸리라면 푸둥은 중앙정부와 시 당국의 철저한 계획 아래 빈틈없이 조성됐다.
개발면적은 서울 여의도의 180배에 이르는 523㎢. 중국 국내 기업 6천여개를 포함해 총 1만2천여개의 기업이 입주했는데, 세계 500대 기업 중 108개 기업도 이곳에 모여 있다.
푸둥 단지는 가장 먼저 생긴 금융무역구 루자쭈이(陸家嘴)를 비롯해 와이가오차오(外高橋) 보세구, 진차오(金橋) 수출가공구, 창장(張江) 가오신(高新) 기술개발구 등 4구역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창장 가오신 기술개발구는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지. 통신, 생물공학, 신소재 개발 등 상하이시가 꼽은 3대 지주산업의 역량이 그대로 결집된 곳이다.
상하이가 ‘동방의 진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은 인위적, 자연적 조건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거대한 생산기지와 소비시장이 배후에 버티고 있고 산업기초 또한 튼튼하다.
시정부 산하기업인 상하이실업을 이끌고 있는 부시장 출신 차이라싱(蔡來興) 총재는 '자동차, 철강, 섬유 등 전통적으로 공업입지가 두텁고 생산품의 수요가 충분한 것이 상하이의 강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상하이는 지가와 임금수준, 경영비용이 비쌀 뿐만 아니라 외지인에 대한 인구유입 제한이 엄격해 저임 노동력 확보가 어렵다는 지적도 들린다.
덕분에 80여km 떨어진 쑤저우가 신흥 첨단기술 벨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쑤저우 지역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는 70여개 국가에서 7천여건, 금액으로는 203억달러를 넘어섰다.
과거 40년 동안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의 절반에 상당하는 액수다.
주장 델타 - 민간 중심의 선진 제도 선전은 홍콩과 더불어 개방실험이 시작된 상징적 도시다.
때문에 지적재산권 보호, 지식 경제 육성, 자금조달 시스템 정비 등 첨단기업의 창업과 발전을 지원하는 각종 제도를 일찍이 갖췄다.
정부 주도가 아니라 기업 중심의 기술개발 체제인 점도 베이징이나 상하이와 다른 점이다.
베이징의 연구개발 능력이 주로 정부와 학교 중심인 데 반해 선전에 있는 727개 연구개발 기구 중 679개는 기업체 부설 연구기관이다.
선전시 서쪽에 있는 하이테크 산업단지에는 현재 렌샹(Legend), 화웨이(華爲), TCL 등 중국의 대표적 IT기업 R&D 센터와 IBM, 필립스, 컴팩, 루스트테크놀로지 등 다국적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산업단지의 지난해 하이테크 제품 생산액은 300억위안으로 선전시 내에서 생산한 하이테크 제품의 36%를 차지한다.
선전 이외에 광저우도 주장 델타의 부상을 이끄는 핵심 도시다.
쑤텍의 탕진지(湯錦基) 부총재는 그중에서도 ‘광둥의 실리콘밸리’ 톈허(天河) 개발구를 꼽는다.
91년 개발될 당시의 면적은 23만㎡였지만 지금은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장중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톈허 개발구에는 현재 국내외 전자, 통신, 컴퓨터, 생명공학, 인공지능기계 등 첨단기술 관련 2천여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매출액도 처음에는 5천만위안에 불과했으나 연평균 50%가 넘는 성장을 매년 거듭하는 추세다.
광둥성은 또 지난해 ‘옵틱밸리’도 육성키로 하고 터닦기에 한창이다.
21세기는 실리콘 칩이 아니라 광섬유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혁명 시대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광둥성은 외자를 적극 유치해 2010년까지 약 2억8천만홍콩달러의 광전자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인터뷰 | 베이징 중관춘기술교역중심 니우진밍 주임 겸 부이사장
시장을 얻으려면 기술을 팔아라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회사들이 최근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벤처기업들의 목을 축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는 벤처들에게 기술 이전이나 M&A를 도와주는 ‘기술 복덕방’도 등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중관춘기술교역중심은 어떤 기구인가? =베이징 시정부에서 운영하는 산하단체다.
주요 업무는 중관춘내 업체들의 기술과 자본 교역을 지원하는 일이다.
국내외 벤처캐피털과 연결해주기도 한다.
-벤처기업이면 모두 지원 대상인가? =그렇지 않다.
시정부 산하 과학위원회와 중관춘 관리위원회가 선정한 첨단기술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는 매년 이루어지는데 심사기준에 미달할 경우 자격을 박탈하기도 한다.
현재 베이징시에는 1만개 이상의 첨단기술기업이 있는데 그중 중관춘에 8천여개가 밀집돼 있다.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기업은? =IT와 생물·제약과 같은 바이오 분야 업체가 가장 인기 있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인상은? =너무 성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한꺼번에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
조금씩 차근차근 진행하는 인내심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한 굉장히 폐쇄적인 것 같다.
중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제도를 익히려 해야 하는데 자국인들끼리 몰려다니기만 한다.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대륙은 한국 기업들에게 기회의 땅일는지는 모르지만 약속의 땅은 아니다.
아무리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진출만 하면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중국은 무한한 시장을 갖고 있고 한국은 우리보다 나은 기술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기술 이전은 꺼려하면서 시장만을 얻으려 한다.
중국은 아무런 대가없이 시장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인터뷰 |베이징시 반도체기건연구소 리우지엔쓰(劉建世) 소장
양국 손잡으면 ‘윈윈’할 수 있다

‘한국성(城) 프로젝트’. 한국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베이징시가 내놓은 계획이다.
창핑(昌平)현 첨단과학기술구 일대에 한국 기업들만의 코리아벤처타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베이징시의 실무 주체인 반도체기건연구소의 리우지엔쓰 소장은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왜 굳이 한국을 파트너로 선택했나? =정서적으로 한국과 중국은 가깝다.
또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에게 부족한 첨단기술 분야의 기술력과 경영관리 노하우를 갖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은 국내시장의 경쟁 심화와 원가상승으로 인해 해외시장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양국 기업들이 손을 잡으면 윈윈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기업들의 입주방식은? =중국 기업과의 기술협력에 의한 합자·합작투자를 원한다.
자본과 기술을 합친 투자나 공동생산 방식도 가능하다.
-업종에는 제한이 없는가? =그렇다.
굳이 따진다면 전자·정보통신, 생명공학, 신소재·신재료 공학, 환경공학 등이다.
-입주업체에게 주어지는 혜택은 무엇인가? =지방소득세는 전액 면제, 기업소득세는 첨단기술기업의 경우 3년 동안 면세된다.
이후 3년 동안은 절반만 내면 되고 그후부터는 15%만 적용된다.
이외에도 경제특구와 상하이 푸둥 개발구에 진출한 외국기업들과 동등한 세금 감면과 면세 혜택을 받게 된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있는가? =반도체 생산업체인 우석전자와 국영기업인 익태전자가 합작한 S.Tech이 입주해 있다.
양사가 60 대 40 비율로 275만달러를 출자해 만든 이 기업은 현재 월 30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생산중이다.
올 12월부터는 월 생산량을 1천만개 수준으로 잡을 만큼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아직 자세히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50여개 한국 기업과도 구체적인 얘기를 진행중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