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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멋진 카피보다 ‘수다’가 낫다?
1. 멋진 카피보다 ‘수다’가 낫다?
  • 이용인
  • 승인 2001.05.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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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 마케팅, 효과 높지만 위험도 커… 다양한 원칙들 꼼꼼히 살펴 적용해야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전염성이 있다.
” “잘못 걸리면 끝장난다.
” “해로운 놈도 많지만 좋은 놈은 보약이 된다.
”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


이쯤 되면 대개는 으레 ‘바이러스’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바이러스와 똑같은 성질을 가진 게 또 있다.
바로 ‘입소문’이라는, 사람들끼리의 보이지 않는 정보 교환이 그것이다.


영화 <친구>는 개봉 초기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성공으로 가는 탄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
입소문 마케팅의 효험이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면서 관심도 덩달아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입소문 마케팅 기법이나 원칙 따위는 홍보나 프로모션처럼 그리 잘 정리돼 있는 편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효과를 측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입소문이란 단순하게 말하면 ‘수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입소문 마케팅이란 어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사람들끼리 수다를 떨게 만드는 것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친구나 이웃, 가족들 사이에서 화젯거리로 오르내리게 만드는 셈이다.
한번 화제에 오르내리면 친구의 친구, 친구의 이웃, 이웃의 이웃 형식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게 입소문 마케팅의 특징이다.

‘구전단’ 잡는 게 마케팅 핵심 입소문 마케팅은 제품이 넘쳐나고 정보가 범람하면서 더욱 효험을 인정받고 있다.
기업은 카피라이터들의 멋진 광고가 매출을 올려주길 기대하지만 경쟁사 제품이 널린 상황에서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선택에 혼란을 느낄 때 이미 경험했거나 신뢰할 만한 사람의 의견은 설득력있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넷밸류코리아 조경익 마케팅부장은 “입소문이 영향력 있는 이유는 다른 사람과 대화를 통해 위험이나 비용, 불확실성을 줄이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결국 기업들끼리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입소문 마케팅이 더욱 효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동료들의 술자리나 가족들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자기 회사 제품을 이야깃거리로 등장시키는 게 그리 녹록치는 않다.
정교한 사전 분석을 하지 않으면 판매와 연결되지 않는, 말 그대로 소문에 그칠 공산이 크다.
자칫 잘못하면 ‘과장’돼 퍼지거나 ‘악성’ 루머로 성격이 바뀔 수도 있다.
따라서 입소문 마케팅을 하기 위해선 몇가지 원칙들을 꼼꼼히 따져본 뒤 결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단 입소문 마케팅의 핵심은 ‘구전단’을 사로잡는 일이다.
인맥을 많이 확보하고 있고, 정보 유통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을 ‘우리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다.
연령이나 직업대로 보면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의 여성층이 구전단 역할을 하는데 가장 적합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학교자모회, 아파트 부녀회, 동창회, 남편과 자식 등 한명의 여성을 중심으로 엄청난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 <친구>도 20~30대 여성층을 대상으로 잇따라 시사회를 열면서 입소문 마케팅을 폈다.
물론 제품 특성에 따라 구전단의 연령층이나 직업은 다양하게 바뀔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회사는 새 승용차 모델을 내놓을 때 ‘택시기사’들이 가장 핵심적 구전단이 된다.
우선 택시기사들은 누구보다 승용차라는 제품의 속성을 잘 파악하고 있다.
게다가 하루에 택시를 타는 손님 숫자를 감안하면 인적 네트워크도 풍부한 편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택시기사들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느냐에 따라 초기 입소문 마케팅의 성패가 갈리는 셈이다.
선거와 같은 정치적 행사에서도 택시기사들은 입소문 전달자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하지만 입소문을 퍼지게 하기 위해선 정직한 ‘제품 설명서’만으론 부족하다.
콩트나 에피소드, 재밌는 시나리오 따위 같은 ‘양념거리’를 덧붙여야 한다.
<친구>의 경우 다음 www.daum.net 카페에서 ‘깡패들이 친구라는 영화를 보러 갔을 때’의 에피소드가 빠르게 퍼져나갔다.
A4용지 1장 정도 분량의 에피소드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오르내리면서 영화를 보러가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예컨대 유오성이 마약에 중독돼 폐인이 되는 장면에서 한 ‘깡패’가 “뭣고, 약 깨면 좀 춥긴 해도 저 정도는 아니다”라며 ‘반론’을 편다.
다른 깡패는 “놔두라, 유호성이가 뽕 해봤겠나. 저 정도면 연기 잘하네.”라며 <친구>를 옹호한다.
장동건이 출소하는 장면에선 마산교도소냐, 주례교도소냐를 놓고 깡패들 사이에서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린다.
마이스터컨설팅 한재방 사장은 “<친구>쪽의 의도적 마케팅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상당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한다.
물론 회사쪽에서 계획적으로 시나리오를 짜서 퍼뜨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신비감이 금세 사라져버린다.
이런 입소문은 본디의 입소문보다 더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되레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시나리오나 에피소드를 입소문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할 때는 노출됐을 경우의 위험부담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벤트 등 후속타 뒤따라야 좋은 성과 제품이나 콘텐츠의 질이 좋을수록 입소문 마케팅이 성공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거꾸로 뒤집어보면 사실이나 진실성에 근거하지 않을 때는 부작용만 낳을 뿐이라는 얘기다.
특히 전문가들은 “제품의 질이나 수준에 대해 과장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91년 선보였던 펜컴퓨터 ‘모멘타’는 제품의 질이 떨어져 실패한 대표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모멘타’는 비즈니스맨이 배를 깔고 엎드려 모멘타를 사용하는 모습의 화려한 광고를 내보낸다.
조그마한 컴퓨터 화면에다 직접 써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거였다.
하지만 모멘타에 대한 입소문은 그리 좋지 않았다.
광고와는 달리 속도도 느리고 필체인식도 기대만큼 뛰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모멘타는 “충족시킬 수 없는 기대감은 주지 말라”는 입소문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을 어겼다.
결국 모멘타는 세상에 나온 지 1년 만에 다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입소문 마케팅의 효험은 뛰어나지만 마케팅의 모든 것은 아니다.
입소문 마케팅만으론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시기가 지나면 브랜드 마케팅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주기적으로 언론매체에 광고를 내고, 이벤트를 개최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 때는 시장점유율이 정체되거나 후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후속 마케팅 부족으로 초기 입소문 마케팅의 뛰어난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사례로 경매전문 사이트 바이옥션 www.biauction.com을 꼽고 있다.
바이옥션은 지난해 12월 문을 열면서 1천명에게 각각 1만원씩을 나눠준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빠르게 네티즌들 입에 오르내렸다.
모든 마케팅 전문가들은 1천만원이란 비용으로 이만한 입소문 효과를 가져온 것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한때 2위까지 올랐던 바이옥션은 그 뒤로 적절한 후속타가 없어 썩 좋은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박영춘 이사는 “벤처기업이 열악한 자금력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 입소문을 퍼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정적 입소문을 막아내는 것도 필요하다.
처음 하이트맥주가 나왔을 때 ‘깨끗한 물’로 만들었다는 홍보전략은 상당히 먹혀들었다.
하지만 그 뒤로 “약간 구정물 맛이 난다”는 나쁜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이트는 한때 고전하기도 했다.
별탈없이 하이트맥주를 마시던 소비자들도 소문을 듣고 나면 왠지 꺼림칙해지기 때문이다.
한재방 사장은 “부정적 입소문으로 경쟁사가 반격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항상 적극적 대비책을 세워둬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쯤 되면 우리 회사 제품도 입소문을 내볼까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입소문 마케팅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필이나 지우개 따위는 여간해서 입소문에 오르내리기 힘들다.
전문가들은 책이나 영화 따위의 흥미로운 제품, 넷스케이프나 ICQ 같은 혁신적 제품, 호텔이나 항공사 같은 개인적 경험이 중요한 제품, 소프트웨어나 의료기기 같은 복잡한 제품, 컴퓨터나 자동차 같은 값비싼 제품, 술이나 담배처럼 광고가 자유롭지 않은 제품들이 1차적 입소문 마케팅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몸 담고 있는 회사 제품이 이 가운데 하나라면 입소문 마케팅을 연구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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