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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랜차이즈 업계 새바람 분다
2. 프랜차이즈 업계 새바람 분다
  • 이미경 기자
  • 승인 2001.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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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감각 갖춘 대기업 출신들 잇따라 성공 모델 만들어내 전직 군인 출신인 손병수씨는 요즘 요리수업을 받느라 허리 한번 제대로 펼 시간이 없다.
가끔 라면이나 끓일까, 손수 요리를 할 기회가 없었던 그가 하루종일 주방에서 '센불, 약한불, 센불'을 되뇌이게 된 것은 불과 1주일 전부터. '지난 5월에 제대하고 나서 뭘 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올해 나이가 서른하나입니다.
남보다 빨리 시작해서 꼭 성공하고 싶습니다.
' 아직도 군인 특유의 말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손씨는 오는 12월7일 자신이 살고 있는 경기도 구리시에 안동찜닭 전문점을 열 계획이다.
그는 본사 교육센터에 출근해 감자 깎는 일부터 배워야 했던 지난 1주일이 자신의 남은 삶을 180도 바꿔놓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다.
본사가 아이템과 인테리어,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창업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현재 취업시장에서 흡수하기 어려운 중장년층 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본사가 물류망을 확보해 전국 각지 가맹점에 원자재를 공급하면, 국내 유통업계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된다.
프랜차이즈 천국이라는 홍콩의 경우 매일 아침 각 체인점에 재료를 공급하는 트럭으로 인한 교통체증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다.
외국 프랜차이즈 업체가 한국에 진출할 때 자국에서 생산된 재생 종이까지 들여오는 현실을 감안하면, 경쟁력있는 국내 업체의 약진이 주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50%는 사기꾼' 불신의 골 깊어 그러나 현재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는 이러한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 힘들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유독 외식부문에 치중돼 있는 업계 종사자들 가운데 '적어도 50%는 사기꾼'이라는 게 업계 안팎 사람들의 얘기다.
이들은 속칭 ‘꾼’이라 불리는데, 한창 뜨는 업체의 아이템은 물론 인테리어까지 모방해 가맹점 모집에 나선다.
이들은 물류망을 확보하거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심지어 ‘각 가맹점의 서비스와 맛을 동일하게 유지한다’는 프랜차이즈의 기본조차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빠른 속도로 가맹점을 모집해 가맹비를 챙기고, 인테리어 시공비의 상당 부분을 본사 수익으로 착복하는 게 최우선 목표다.
인테리어 시공업체에서 출발해 프랜차이즈 업계에 진출한 리드콤은 이러한 업계 풍토 때문에 생각지 못한 고충을 겪었다.
리드콤은 ‘하이트비어 플러스’라는 맥주 전문 프랜차이즈를 기획하고, 지난해 4월부터 가맹점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하이트맥주와 독점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간단히 데우거나 굽기만 하면 되는 30여가지 독특한 메뉴를 반조리 상태로 공급했다.
지금까지 전국 40여곳의 가맹점을 확보하는 등 비교적 순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맹점주들의 불신을 씻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인테리어 전문업체로 출발한 만큼 유럽풍 디자인과 고급 자재, 확실한 애프터서비스를 정직한 가격에 제공한다는 것이 우리 자랑이었습니다.
그런데 점주들이 믿지를 않아요. 많이 남겨먹는 거 다 안다, 이런 시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리드콤 조영일 부장은 '몇해 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가 본사의 관리부실로 자취를 감춘 ‘하이트 광장’ 때문에 더 힘이 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업계에 누적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선 ‘능력있는 인재 유입’을 꼽았다.
'상품 기획과 개발, 마케팅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업계에 수혈되면 일시적인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가치’있는 브랜드가 생겨날 것'이라는 게 이 소장의 설명이다.
다행히 최근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착실히 비즈니스 감각을 기른 뒤 독창적인 아이템을 개발해 업계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지난 6월에 출범한 앤·조이치킨이 바로 그런 경우다.
앤·조이치킨을 만든 ‘파인블루’는 대기업 식품연구소와 경영기획실,(주)대상의 닭고기 전문 브랜드인 ‘마니커’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 각각 제품개발과 마케팅, 매장관리 부문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제품생산에 필요한 닭 농장과 이를 가공하는 공장, 물류망 등을 확보해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과일과 함께 튀긴 과일치킨이나 다양한 소스가 닭고기 속에 들어 있는 속속치킨 등 차별화된 제품도 개발했다.
주 고객층이 6살에서 13살에 이르는 아이들이라는 점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치킨’임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
파인블루의 이러한 시도는 프랜차이즈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켰고, 업계의 ‘모델’로 안팎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 등 인프라 구축 필요 지난해 1월 아이스크림 전문 프랜차이즈 ‘샤베르’를 만든 유근보 본부장은 20년 동안 롯데제과에 근무하면서 아이스크림 연구개발, 판매 등을 두루 거친 업계의 실력자. 베스킨라빈스를 비롯한 굵직한 아이스크림 전문점들은 본사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샤베르는 각 매장에서 신선한 생과일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
본사에서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공급하고 제작 노하우를 알려주면, 가맹점주들은 샤베르에서 자체 개발한 아이스크림 제조기계로 신선한 즉석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경쟁력이 있는 아이템이고, 기술이나 노하우에서도 누구보다 앞선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가맹점 수가 늘어나면서, 유 본부장은 아이템과 기술력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톡톡히 깨달았다.
'사람들이 샤베르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현명하고, 톡톡 튀는 신세대 소비자라는 느낌을 함께 가질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요즘 유 본부장의 생각이다.
유 본부장은 '연구개발 인력은 물론 마케팅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업계에 많이 뛰어들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는 일에 정부가 나섰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얼마 전 산업자원부는 프랜차이즈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적재산권이나 경영노하우가 우수한 본부(본사)는 벤처기업으로 인정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의 발표에 대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드러냈다.
이경희 소장은 '특정 업체를 지원하기보다는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고, 자격 없는 업체를 퇴출하기 위한 규제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인프라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퇴직금을 털고, 대출을 받아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수많은 예비 사업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의 ‘옥석 가리기’는 하루 빨리 시작돼야 할 것 같다.
인터뷰| 김종갑/ 산업자원부 산업정책국장
'우수 프랜차이즈 인증제 조만간 도입'

▶ 체인과 프랜차이즈 산업 육성책이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유통, 서비스 산업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생산성 향상에 가장 큰 부분을 담당하는 산업이 도소매업이라고 한다.
그리고 서비스 프랜차이즈 업체는 신규 고용창출 능력이 뛰어나다.
가맹점 하나당 최소 4명이 고용된다.
2004년까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10만개 이상 문을 열도록 유도해 40만명 가량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 ▶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검토하고 있나? '우수사업자에 대해 가맹점포 표준화나 정보시스템 도입사업 등에 드는 비용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한다.
그리고 1조원 규모의 서비스 산업 지원 특별펀드의 지원대상에 체인과 프랜차이즈 사업도 포함할 예정이다.
그리고 체인시스템 확산을 위해 가맹점형 체인사업 4대 매뉴얼을 개발, 보급하고 체인본부의 가맹점포에 대한 지원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 ▶ 지원대상 업체를 어떻게 선정할 방침인가? '정부와 학계, 업계 인사를 중심으로 ‘체인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획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기획단 조사를 통해 업종별 우수업체를 선정한다.
그리고 특허권이 있고 기술개발 투자 비율이 벤처기업 선정 기준에 부합되는 경우 서비스 업종이라도 벤처기업으로 인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 자금지원이 능사가 아니라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내년에 체인과 프랜차이즈 사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프랜차이즈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조만간 사업본부와 가맹점주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는 표준약관을 마련하고 우수 프랜차이즈 인증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인증 대상은 우수브랜드,가맹점 지원, 실적우수 사업자, 소비자 편익기능 사업자 등이다.
' ▶ 최근 프랜차이즈 사업자의 불성실한 지원으로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은데? '본부는 물류지원은 물론이고 경영지원, 교육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런데 원료공급도 원활하게 못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많다.
당장 시급한 건 실태 파악이다.
난립하는 사업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사업자들이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가맹점을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프랜차이즈 업체 총람을 만들 계획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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