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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이페어런팅
[현장탐방] 이페어런팅
  • 김상범
  • 승인 2001.05.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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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만 부모 돕는 사이버 유모

베베타운 인수로 독주체제 구축, 고객 50만 확보… 기업대상 마케팅 서비스 시작

육아포털 제로투세븐 www.0to7.com(회사명 이페어런팅)이 위치한 역삼동 대림빌딩 6층은 어수선했다.
사무실 입구에서부터 짐더미들이 쌓여 있다.
분위기만 봐서는 영락없이 어디론가 떠나려는 모습이다.
“베베타운 식구들 짐이에요. 좀 어수선하죠.” 미심쩍은 듯 이리저리 둘러보는 낯선 방문객의 눈길이 못내 걸렸는지 안내하는 직원이 한마디 던졌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식구들이 들어오고 있단다.
짐짝들을 비집고 출입문 한쪽에 마련한 탁자에 자리를 잡았다.
“사장실이라고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더운데 주스라도 한잔 하시죠.” 주스를 들고 온 김태균(33) 사장이 환한 모습으로 마주앉았다.
“사장실도 마련하고 비서도 두고, 그러라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나요.” 묻지도 않은 말을 인사처럼 꺼낸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겸연쩍어하는 모양이 수수하다.
육아포털 1, 2위 업체 이페어런팅과 베베타운이 인수합병 발표를 한 지 일주일이 흐른 날이다.
인수합병은 변화의 서곡 “베베타운과 인수합병 절차는 잘 되고 있습니까. 발표만 하고 나중에 깨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거쳐 승인을 받은 후에 맺은 양해각서(MOU)니까 그럴 가능성은 없습니다.
베베타운 식구들도 정리를 끝내고 이제 막 들어오고 있는데요.” 자연스럽게 최근 이루어진 베베타운 인수합병 얘기가 먼저 나왔다.
이페어런팅이나 베베타운은 육아포털 시장의 쌍두마차이자 대표적 닷컴들. 화려하진 않지만 주목받아온 기업들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래서 두 회사의 합병은 더욱 관심을 끈다.
“합병을 하는 이유는 두가지랍니다.
하나는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고, 또 하나는 아예 경쟁을 하지 않기 위해서죠. 이제 무의미한 트랙픽 경쟁은 끝났습니다.
그동안 준비한 진정한 마케팅 비즈니스에 나서는 거지요.” 김 사장의 설명은 간단했다.
불필요한 경쟁대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자는 데 합의했다는 얘기다.
이페어런팅은 99년 12월, 베베타운은 이보다 한달 앞선 99년 11월 육아포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육아정보(콘텐츠)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확보해 커머스로 발전시킨다는 전형적 3C 모델이었다.
이페어런팅이 14억2천만원, 베베타운이 9억원의 자본금을 갖고 있다.
현재까지 제로투세븐(0to7)이 30만명, 베베타운이 16만명의 충성도 높은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50만에 가까운 부모 회원들을 확보한 대형 육아포털이 탄생한 셈이다.
이페어런팅이 베베타운을 시가 기준 12억원에 인수(주식 교부)하고, 베베타운의 박신영(27) 사장은 이페어런팅의 인터넷 사업 담당이사를 맡는다.
“40만명 이상의 회원, 월 100만명 이상의 방문자를 확보했습니다.
e커머스 매출향상과 함께 전문 마케팅 서비스로 4분기 내 흑자로 전환하고 매출은 20% 늘어날 겁니다.
” 김 사장은 자신이 넘친다.
이페어런팅이 운영하는 제로투세븐은 이름 그대로 0살에서 7살까지 자녀를 둔 부모들이 타깃이다.
“한해 60만명의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럼 부모는 120만명이란 얘기죠. 가구당 1.5명이 한해 태어나는 셈인데 0살에서 7살까지 아이를 둔 700만명의 부모가 우리 타깃이죠.” 김 사장은 고정적인 대규모 타깃이 있다는 점을 우선 강조한다.
이 거대한 집단은 늘 육아정보에 목말라한다.
그리고 정보는 대부분 주변의 선배(?)들에게 얻는다.
그나마도 핵가족화하면서 주변에서 정보 구하기도 쉽지 않다.
육아포털이 노리는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자녀가 생기면 가계지출은 최고 40%까지 늘어납니다.
하지만 지출에 들어가는 시간은 10~20%가 줄어들죠. 부모가 되면서 살 물건은 많아졌지만 육아에 들어가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물건 구매에 그만큼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부모들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 김 사장은 이러한 딜레마를 육아포털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0살에서 7살까지 사이에는 백일이나 돌 같은 정형화된 상황은 물론 비정형화된, 그러니까 돌발적인 1천여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30%는 돈으로 해결해야 하고요.” 이 30%가 육아포털이 노리는 비즈니스 초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15%가 육아 관련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을 만큼 육아는 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다.
인류가 존속하는 한 계속될 명제다.
그만큼 경기도 타지 않는다.
“비정형 상황의 예를 들어보죠. 유아는 4~6개월 사이에 꼭 열감기에 걸립니다.
여기에 해당되는 부모회원에게는 비상약품을 준비해두라는 e메일을 보닙니다.
정보대로 미리 준비한 부모나 이를 무시했다가 곤욕을 치른 부모 모두 제로투세븐의 충성도 높은 회원이 될 가능성이 높죠. 이처럼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30여개에 이릅니다.
이미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지요.” 정보에 목마른 부모들, 그들에게 성장 단계별로 정보를 서비스한다.
그러면 이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이 되고, 거대한 육아산업의 한축을 담당하게 된다는 것이 제로투세븐의 계산이다.
오프라인 기업에 육아정보 제공 이페어런팅은 이제 육아포털을 넘어 마케팅 서비스 전문회사로 변신하고 있다.
오프라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정보를 제공하고 관리해주는 서비스에 나선 것이다.
이미 지난달 17일 ‘부모고객을 중심으로 한 CRM 운영서비스 영업’에 들어갔다.
육아포털의 e커머스 분야는 별도로 떼어내 클레버랜드란 자회사에 전담시켰다.
클레버랜드는 오프라인 판매, 유통과 함께 육아포털 제로투세븐의 전자상거래 기획과 운영을 모두 책임진다.
이페어런팅은 제로투세븐의 콘텐츠 운영과 고객 서비스, 이를 바탕으로 한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 나선다.
이페어런팅 출범부터 계획했던 최종 비즈니스 모델이 이제 닻을 올린 것이다.
이페어런팅의 고객관리(CRM) 운영서비스는 ‘첫 태동, 첫 걷기, 출산 후 첫 여행…’ 등 0살부터 7살 사이에 발생하는 수백여 상황 가운데 정보나 상품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에 대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 가이드는 회원들은 물론 육아 관련 상품을 만드는 업체에게는 훌륭한 마케팅 정보가 된다.
“99년에 이 모델을 얘기할 때 사기꾼이란 이야기까지 들었어요. 대부분은 관심도 보이지 않았고요. 지난달 17일 세미나를 개최했는데 70여 기업의 고위간부들이 참가해 높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이제 모두들 인터넷 마케팅의 위력을 인식하고 있어요.” 김 사장은 이제 이페어런팅을 ‘마케팅 매니지먼트 서비스’ 회사로 불러달라고 말한다.
2년간 연구 끝에 완성한 결과물을 바탕으로 시작하는 사업인만큼 영업에 나설 때도 신중을 기한다.
프레젠테이션도 사업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지 않는 고객에게는 하지 않을 정도다.
섣부른 욕심은 내지 않는다.
올해 세 군데 정도의 기업고객만 확보해도 성공이란 생각이다.
연말까지 100만 회원을 확보해 마케팅 파워를 더 키운다면 ‘부모 마케팅의 표준 기업’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숨어 있다.
“98년에 우리 애가 아파서 인터넷을 찾아본 적이 있었는데 미국의 베이비센터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어요. 이 회사는 나중에 이토이스에 1천만달러에 팔렸죠. 베이비센터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이페어런팅을 준비했습니다.
” 95년부터 나래이동통신에서 기획, 마케팅을 담당했던 김 사장은 99년 7월 창업멤버 네명과 함께 이페어런팅을 설립했다.
그리고 2년여가 흐른 지금, 새로운 도약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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