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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기구한 운명, 부산벤처기술투자
[포커스] 기구한 운명, 부산벤처기술투자
  • 박종생
  • 승인 2000.09.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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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창투사 1호…중앙종금에서 다시 CBF투자자문으로, 사장은 전경련 유한수 전무
부산벤처기술투자(옛 부산창업투자)는 ‘국내 창투사 1호’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그런 회사가 경영권이 세번째 바뀌고 주력사업도 창투에서 기업구조조정 전문으로 전환할 예정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86년 설립된 이 회사는 99년 11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KNK텔레콤에 매각됐다가, 올 2월 중앙종금에 재매각됐으며, 8월30일 다시 CBF투자자문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1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경영권이 세번이나 바뀌는 기구한 운명을 겪고 있는 것이다.
부산 상공인들이 출연, 순수 창투사로 출발 부산벤처기술투자는 지난 86년 5월 중소기업 창업지원법에 따라 상공부 등록 1호로 설립됐다.
당시 부산 상공인 8명이 만든 순수 민간인 회사였다.
부산의 재력가였던 태양사 송금조 회장, 제분회사인 금성 장명식 회장 등이 주축이 됐으며, 동성화학, 대양고무 등 부산 소재 중견기업들도 참여했다.
부산 지역 중소기업을 육성해 보자는 취지였다.
그해 말에는 정부(중소기업진흥공단) 쪽에서도 창투사를 활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이 회사에 지분(33%)을 참여했다.
그러나 부산벤처기술투자는 한번도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했다.
설립 초창기인 87~88년께 증시가 활황을 구가하면서 신규종목의 상장등록 요건이 까다로워졌다.
투자한 회사들을 증시에 상장시킴으로써 투자를 회수해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99년 KNK텔레콤에 경영권을 넘길 때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선 비상장 기업의 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뿐만 아니라 80년대에 만들어진 선발 창투사들은 모두 이런 문제로 고통을 겪었다.
코스닥시장이 99년 초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부산벤처기술투자는 이때는 이미 사세가 기운 뒤였다.
97년에 1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투자재원이 고갈된 상태였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 투자회사 부도 등으로 손실을 많이 봤다.
두번째는 순수 창투사였다는 것이 발목을 잡았다.
이 회사 김왕규 부장은 “다른 창투사들은 대부분 금융회사의 자회사 성격을 가지면서 모회사 지원도 받았고, 창투사 본연의 투자업무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을 많이 해 연명을 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부산창투는 어디서 지원받을 때도 마땅치 않은데다 투자업무에 주력한 관계로 손실을 많이 입었다”고 말했다.
청산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98년 이후 2년여 동안 영업이 거의 중단된 상태였다.
어려움이 가속화되면 빨리 청산을 해야 손실을 줄일 수 있을 텐데 질질 끌어만 왔다.
창투업계에서는 “정부 담당 공무원들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 싫어 청산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올 2월 중앙종금 김석기 사장이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듯했다.
금융귀재로 불리는 김석기 사장은 벤처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경영 어려움을 겪는 부산벤처기술투자에 손을 뻗쳤다.
중앙종금으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이 회사는 지금까지 벤처기업들에 100억원 가량 투자를 했다.
올 8월에는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기까지 했다.
경영권 금융귀재 김석기로, 다시 36살 이동철씨로 그러나 모회사인 중앙종금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부산벤처기술투자는 또다시 매각되는 운명에 처했다.
새로운 주인은 36살의 젊은이다.
CBF투자자문의 모회사인 CBF에셋 이동철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부산이 고향인 이 사장은 창투사 설립에 관심을 갖던 중 마침 부산벤처기술투자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 인수에 나섰다.
CBF에셋은 자회사인 CBF투자자문 등과 함께 중앙종금이 갖고 있던 부산벤처지분 78.1%(약 172만주) 가운데 71.2%를(약 157만주)를 지난 8월30일 장외매수 형식으로 인수했다.
이에 따라 현재 부산벤처 지분은 CBF투자자문이 28.6%, CBF에셋이 27.3%, 기타 우호세력이 15.3%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CBF금융그룹은 이 회사를 사는 데 모두 140억원 가량 투입했다.
CBF투자자문 홍석용 사장은 “부산벤처기술투자가 국내 창투사 1호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부산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생각에서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CBF금융그룹은 부산벤처기술투자를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물론 창투사 업무도 계속 할 계획이지만 주력은 기업구조조정 전문이다.
이 회사 경영은 CBF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할 전경련 유한수 전무가 맡는다.
부산벤처기술투자 인수를 추진했던 CBF투자자문 홍석용 사장은 “해외에서도 펀딩을 해 이 회사 자본금을 200억~30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라며 “기업구조조정 쪽에 초점을 맞추겠지만 그래도 주 대상은 벤처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전업그룹으로 발돋움할 터 ” 왼쪽부터 전경련 유한수전무 CBF투자자문 홍석용 사장 국내 금융가에 새로운 모델의 금융전업그룹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CBF금융그룹이 바로 그곳이다. 중량급 인사인 전경련 유한수 전무가 이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기로 해 이 그룹의 실체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CBF금융그룹은 투자자문, 투신운용, 자산운용, 벤처캐피털, 증권사, 금융연구원 등 모두 10여개 회사로 구성된다. 9월8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CBF투자자문이 지주회사격으로 활동한다. 증권사는 올 연말까지 설립할 계획이다. 유한수 전무는 이 그룹 회장과 함께 부산벤처기술투자 대표이사 회장, 금융연구원 원장을 맡는다. 유 전무는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명실상부한 금융전업그룹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라며 “파생상품은 물론 인터넷을 활용하는 신종 하이테크 금융상품 등을 개발해 선진 금융기법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이 금융전업그룹에 돈을 대는 전주는 CBF에셋 이동철 사장이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이 사장은 뜻밖에도 현재 나이가 36살에 불과하다. 그는 1천억원대 재산을 가진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애초 부산의 재력가 아들로 태어난 이 사장은 무역업으로 첫 사업을 시작했으며 97년 CBF에셋이라는 회사를 차려 선물, 옵션, 해외전환사채 등 파생상품 투자로 막대한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CBF에셋은 벤처 인큐베이팅사업에서도 적지않은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벤처캐피털인 넥스트벤처투자에도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사장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그를 “추진력이 대단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런 재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다, 동향 출신인 KGI증권 홍석용(39) 자산운용부장(현 CBF투자자문 사장)을 만나면서 금융전업그룹 설립으로 방향을 정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인 홍 사장은 이 사장을 만나 평소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으며, 이 사장은 그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홍 사장은 “조직이 적정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비효율적이 되며, 자칫 한 사업이 잘못되면 전체 회사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그래서 적정규모의 독립된 회사들로 전업그룹을 만들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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